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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漢)복으로 예의지방(禮義之邦)을 부흥시킨다


2020-12-11      글|정메이천(鄭美辰)

2020년 10월 31일, 제8회 중화민족 복식전 및 중국 시탕(西塘) 한복 문화주(文化周)가 저장(浙江)성 시탕고진(西塘古鎮)에서 개최됐다. 전국 각지에서 전통문화 애호가와 관광객이 시탕을 방문했다. 사진/ 루멍니창 제공

한복(漢服)은 한(漢)민족의 전통 복식으로 화하(華夏)의 예의 문화를 중심으로 자연스러운 변화를 통해 형성된, 독특한 민족 전통을 지닌 복장 및 액세서리 체계다. <좌전(左傳)>에는 ‘중국은 성대한 예악이 있어 하(夏)라고 칭했고, 아름다운 복장이 있어 화(華)라고 칭했다’고 했다. 여기서의 ‘복장의 아름다움’이 바로 한복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한복은 중국의 ‘의관상국(衣冠上國)’, ‘예의지방’, ‘금수중화(錦繡中華)’를 드러낸 것으로 중국 무형문화재 30여 항목을 전승했다.
 
과거 고전 복장 착용은 관광 명소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등 특정 장소에서 많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졸업식, 결혼식, 회사 송년회 같은 중요한 장소는 물론 거리 등 눈에 쉽게 띄는 곳에서도 고풍스럽고 우아한 옷을 입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바야흐로 한복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한복 열기는 얼마나 뜨거운가?
2019년 말 기준, 전 세계와 국내외 한복 커뮤니티 수가 2000개를 돌파했다. 중국 한복 애호가 규모는 전년 대비 74.4% 증가해 4년 연속 70% 이상의 높은 성장을 보였다. 젊은이들이 밀집한 인터넷 SNS 플랫폼에서 한복 문화의 전파 범위가 날로 확장되고 있으며 놀라운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 쇼트 클립 플랫폼인 더우인(抖音)에서 한복을 주제로 한 영상의 누적 재생량이 434억회를 넘었고, 영상 사이트 비리비리(哔哩哔哩)의 중국풍 애호가(한복, 국풍 무용 등 포함)가 8347만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83%가 24세 이하 청년이다.
 
 한복 열풍은 소비 수요와 경제 효과를 가져왔다. 중국의 한복산업은 2019년 매출액 45억 위안을 돌파해 전년 대비 318.5% 성장했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 한복시장의 소비자는 200만명이 넘었고, 총 산업규모는 약 10억9000만 위안에 달한다. 2020년 한복이 불러일으킨 고전풍 소비 열기가 고성장세를 유지했다. 중국 리서치 업체 아이메이(艾媒)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59.0%가 한복 문화를 지지해 한복 문화에 대한 인가(認可)도가 다소 높아졌다. 응답자의 70% 이상이 한복 구매 의사를 표해 한복산업의 큰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2020년 11월 15일, 2020WPMC 세계 슈퍼모델 선발대회 중국 결승전이 쓰촨(四川) 청두(成都)에서 막을 내렸다. 행사 현장에는 다채로운 한복쇼가 연출되었다. 사진/ 루멍니창 제공

“우리는 전통문화 사랑하는 보통사람일 뿐”
‘어찌 옷이 없다고 하는가, 그대와 두루마기를 같이 입겠다(豈曰無衣, 與子同袍).’ 한복을 입은 사람들은 서로를 ‘동포(同袍)’라고 부른다. 2003년 11월 22일 왕러톈(王樂天)이라는 한복 애호가가 한복을 입고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시 거리를 거닐다 언론매체에 포착되어 큰 관심을 받았다. 이후 한복 부흥운동이 중국 각지에서 일어나 이날이 한복 부흥 기념일이 됐다. 해마다 이날이 되면 중국 전국 각지의 한복 단체가 다양한 형태의 한복 외출 행사를 진행한다. 
 
“한복을 입고 외출하면 작은 소리로  소곤대거나 아예 대놓고 ‘아가씨 공연하러 가요?’ 라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한복을 입고 외출했을 때의 경험을 말하면서 한복 애호가 우하오(吳昊)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한복의 역사와 구체적인 양식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 당나라식, 명나라식을 한국과 일본의 복식으로 보는 것이다”고 그는 말한다.
 
“한복에 담긴 의미를 모르기 때문에 거부하고 배척하는 것이다. 정확한 한복의 구조를 모르기 때문에 농담을 일삼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한복 애호가 한천위(漢宸玉)는 2015년부터 대학 내 한복 동아리에 참여했다. “우리는 학교에서 ‘주1회 한복 입기’를 시작해 특정한 시간에 한복을 입고 수업에 들어가는 것을 장려했다. 또한 동아리 부원과 함께 전통 명절 홍보영상을 찍기도 했고 한복 파티 등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한복을 많이 노출해 사람들이 한복을 인식하고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10여 년 전 선배들이 한복을 입고 거리에 나섰을 때는 사람들이 둘러싸 구경하고 잘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는 한복을 입은 사람들을 예전보다 잘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베이징한복협회 책임자인 황푸웨화(皇甫月骅)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복은 역사적으로 정말 존재했던 복식이다. 한복을 입은 우리는 고대에 살고 있지도, 전위적이지도 않다. 한복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이유는 예쁘게 차려 입고 유행에 따르려는 것이 아니라 한복 문화 전승자의 책임감을 갖고, 아름다운 복식 착용을 통해 한복에 담긴 문화와 건강한 생활 방식을 사람들과 나누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한복의 아름다움에 흥미를 느꼈던 젊은이들이 한복 동아리 가입해 거문고, 바둑, 서화와 예시다주(禮詩茶酒) 등 전통문화를 접한 이후 그 안에 담긴 독특한 매력에 매료됐다. “처음에는 그냥 옷이 좋았는데 몸과 마음을 함께 수련하게 됐다. 한복 동아리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다.” 황푸웨화의 말이다.
 
“사람들이 한복을 색다른 차림새라고 생각하던 것에서 일종의 문화 상징이라고 인식하게 되기까지 2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양나(楊娜)는 감격스러운 듯 이렇게 말했다. 사회학 전공자인 양나는 한복 부흥운동에 참여했고 자신의 관찰과 기록, 생각을 담은 <한복이 돌아왔다(漢服歸來)>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는 현재 시장에서 한복 부흥운동 발전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몇 안 되는 이론서다. “한복 부흥이 현재 거둔 성과는 수많은 한복 애호가의 부단한 노력과 착용 덕분이었다. 그들은 대중의 마음에 ‘한복은 현대 중국인의 전통 민족 복식’이라는 집단 기억을 새롭게 수립하는 방식으로 문화 부흥의 길을 ‘입어서’ 만들어냈다.” 양나는 이렇게 말했다.
 
2020년 11월 22일 한복 부흥운동 17주년 기념일에 베이징한복협회 주도로 한복 애호가들이 한복을 입고 도시 거리를 누볐다. 사진/ 베이징(北京)지역 한복 부흥운동 주년 기념행사 조직 위원회 제공

“한복이 사람들 일상 속으로 파고들길 바란다”
전통 복식의 부흥은 옛사람들의 복식과 예의를 그대로 복원한다는 뜻이 아니라 현대 사회와 결합해 전통문화의 현대적인 미를 드러내는 것이다. 일반 복식에 비해 한복은 미관, 실용성, 편안함 등 기본 요소 외에 재단과 재봉 등 공정에서 기준이 더 높다. 요즘 젊은이들이 독특하고 격식에 구애받지 않는 삶을 추구하는 것도 한복의 전승과 혁신에 더 높은 요구를 제시한다. “우리의 디자인 스케치는 팀이 전통 복식의 형태를 담은 연구 서적과 문장, 판형도 등을 연구해 수정을 거듭한 것이다. 그 다음 한복 애호가들의 착용을 거쳐 복식 구조의 합리성과 과학성을 검증하고 최종적으로 대중이 보는 한복으로 제작된다.” 한복 제작업체인 ‘루멍니창(如夢霓裳)’의 담당자 웨화이위(月懷玉)의 말이다. ‘루멍니창’ 같은 한복 업체의 참여로 전통 복식이 더 이상 학술 연구와 공연, 또는 특정 장소의 특수한 복장에 머물지 않고 시장화 제작과 판매, 온·오프라인 상점, 패션쇼 등 현대적이고 트렌디한 브랜드 운영 방식을 결합해 복식문화 전승과 발전에 활력이 넘치는 패션의 길을 열었고 새로운 거대한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2020년 10월 ‘국조한풍, 한가예상(國潮漢風, 漢家霓裳)’을 주제로 중국·쉬저우(徐州) 한복디자인대회가 상하이에서 막을 내렸다. 상하이공정기술(上海工程技術)대학 예술디자인학원의 위안룽(袁蓉) 선생은 이번 대회를 직접 경험했다. “‘한풍’과 ‘국조’의 결합은 옛 것과 새 것, 소수와 대중, 전승과 창조 등의 충돌을 융합하고 공생하게 한다. 중국 청년들의 노력으로 한복이라는 옛 복식이 무한한 혁신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한복업체 ‘루머니창’의 한복홍보 사진 사진/ 루멍니창 제공

전통과 현대의 충돌 속에서 청년 디자이너들은 전통 한복의 도안과 색채 등 문화 요소를 계승하고 소재와 염색 등에서 혁신을 가했으며 더 나가 3D 프린팅 등 기술을 이용해. 한복 요소와 현대 흐름을 결합한 디자인으로 한복이라는 전통 복식이 새로운 생명력을 내뿜게 됐다. “디자인할 때 한복 요소를 개량해 전통 한복보다 훨씬 편하게 만든다. 이렇게 하면 더 많은 연령층이 한복을 입어 한복이 일상에 파고 들 것이다.” 대회 금상을 차지한 천융화(陳永花)는 이렇게 말했다.
 
2020년 10월 19일, 지린(吉林)성 지린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한복을 주제로 한 교육 활동이 열렸다. 사진/ IC

한복의 고전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그 뒤에 있는 문화적 의미에 열중하는 젊은이가 점점 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복 부흥은 대중의 소박한 소망을 반영한 것이다. 위안룽 선생은 “올해 나타난 한복 열풍과 전통문화 발전은 우리 자신에 대한 존중, 인정, 중국 문화를 사랑하는 것에서 나왔고 중국 문화에 대해 자신감이 붙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복은 중화 민족의 선명한 문화 기호로 한족의 염(染), 직(織), 수(繡) 등 걸출한 공예와 미학을 담았을 뿐 아니라 세부적인 디자인에서 공평, 정직, 만물 포용이라는 동양 문화의 의미를 나타냈다. 역사적으로 중국의 한복은 동아시아 문화체의 복식 체계에 영향을 미쳤다. 당나라 때 일본의 견당사는 대당 복식을 일본으로 가져갔고 일본 천황은 “남녀 의복을 당나라 풍에 따르라”고 조서를 내렸다. 명나라 때 조선 왕조를 개국한 이성계는 ‘명의 의관을 따르고 호복(胡服)을 금지한다’는 정책을 확립해 조선 복식에 방향을 제시했다. 베트남 레 왕조도 송·명(宋·明) 의관 제도를 채택해 ‘월복(越服)’으로 현지화해 보존했다.
 
앞으로 한복 부흥의 방향은 시대와 함께 발전하면서 전통이 가진 제 색깔을 잘 드러내고, 엄격한 역사에 문화 정체성을 강화하며, 생생한 복식을 민족 정신의 상징으로 재정립해 중화 문명의 생명력이 밖에서 안까지 활성화되어 중화 문화의 영원한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복 문화를 전승하는 진정한 의미다. 
 
 

글|정메이천(鄭美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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