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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국조(国潮)풍 디자인


2024-04-10      


베티 리우의 독창적 치파오 콜렉션


문화이론에 따르면 서로 다른 문화가 접촉하는 과정에서 어느 한쪽 또는 양쪽의 문화가 변동되는 ‘문화접변’ 현상이 일어난다. 현재 중국 디자인의 국제화 현상 역시 이러한 문화접변 현상에 해당한다. 그러나 문화접변의 반동적 결과로 전통문화가 다시 강조되는 결과를 낳기도 하는데, 그것이 바로 현재 중국의 ‘새로운’ 양상 가운데 하나이다.


이러한 흐름은 대학을 갓 졸업한 신진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감지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해외 디자이너들의 콜라보 뿐 아니라 해외유학파 출신의 중국 신진 디자이너들의 활약 역시 매우 두드러지는데, 특이한 점은 이들이 서구에서 디자인을 배웠음에도 서구의 디자인 양식을 그대로 모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90년대생의 신진 패션디자이너, 베티 리우(Betty Liu) 역시 호주로 이민을 가서 멜버른에서 활동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문화적 뿌리인 중국을 늘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서양문화권에 퍼진 ‘중국 옷은 단순하다’는 편견을 깨고 싶다고 생각했고, 중국의 ‘치파오(旗袍)’를 소재로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해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치파오의 소재를 이용하긴 했지만 기존 중국 패션디자이너들이 사용했던 디자인 문법과는 분명 달랐다. 그간 서양에 진출한 중국 출신 패션디자이너들이 치파오의 특징적 요소만을 차용했다면, 그녀는 치파오에 서양의 초현실주의 등 예술사조를 결합하여 그녀가 생각하는 독창적인 치파오 이미지를 구현해냈다. 또한 한 장의 천과 입을 수 있는 패션의 경계가 모호하게 사라진 평면재단 방식으로 옷을 제작하여 기존 서양의 입체재단 방식과는 다른 양식의 패션을 제시했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베이징 고궁박물원의 국조풍 굿즈


주목할 점은 이러한 ‘국풍’의 추세가 새로운 소비의 주역인 중국의 90허우(後, 1990년~1999년 출생자)들에게서 특히 뚜렷하게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조(國潮)’라는 키워드가 다양한 매체에 수시로 등장하고 있으며, 중국 젊은이들 역시 자신의 중국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적극적이다.


현재 다양한 기관과 기업에서는 국풍 트렌드를 빠르게 활용하고 있다. 베이징(北京) 고궁(故宫)박물원은 2018년 자체적으로 고궁브랜드의 립스틱과 마스크팩 등을 출시하며 전통문화의 대중화에 힘을 쏟고 있다. 국보 색상을 재현한 6종의 립스틱은 전통 문양이 그려진 케이스에 담겨 12시간 만에 2만개 주문이 몰렸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문구제품까지 출시하는 등 중국의 전통문화들을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폭을 넓히고 있다.


전통 문양을 콜라보해 스트리트 패션을 선도하고 있는 중국 리닝


‘중국리닝(中國李寧)’은 국풍 트렌드를 디자인에 표현하고 있다. 중국리닝은 중국 체조의 전설로 불리는 리닝이 자신의 이름을 따서 1990년대에 런칭한 스포츠 브랜드로, 최근에는 미국 뉴욕 패션위크, 프랑스파리 패션위크 등 국제무대에까지 등장하며 ‘차이나 패션디자인’의 새로운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중국리닝은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힙합문화’와 어울리며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2021년 중국리닝에서는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TV프로그램 중 하나인 <중국에도 힙합이 있다(中国有嘻哈)>의 가이(GAI)라는 출연자와 손을 잡고 한정판 슈즈를 출시하는 등 쿨하고 자유로운 패션을 표방하며 중국 힙합 정신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중국리닝은 최근 중국철학의 대표적인 음양 문양과 신년의 상징동물 등 중국의 전통 문화요소를 콜라보하여 디자인을 만들고 있는데 이는 현재 중국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중국’이라는 국가브랜드의 변화된 인식을 반영하는 산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급속한 국제화를 거쳐 전통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중국디자인의 행보는 문화접변에 이은 문화발전 단계를 드러낼 뿐 아니라 마케팅전략에 있어서도 중요한 포인트이다. 유구한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전수와 계승은 소비자들의 애국심을 자극하며 유, 불, 선 전통철학은 현대 브랜드 이념으로 치환되어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 또한 서구세계로 진출하는 데 있어 동양의 전통철학은 중요한 차별점이며 중국 디자이너들 역시 이를 인지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세계속에서 자신들의 전통을 활용하고 있다. 같은 동아시아 철학과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 역시 이러한 중국디자인의 행보를 면밀히 살펴 중국과 서양, 한국 사이의 ‘운용의 묘’를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다.


글|황윤정(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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