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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시 양숴, 기산수수갑천하


2024-04-10      

대나무 뗏목, 고기잡이 등불, 어부와 가마우지, 황혼이 함께 어우러져 양숴 8경인 ‘리장어화’를 만들어 낸다. 사진/VCG


대다수의 중국인들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계림산수갑천하(桂林山水甲天下, 계림의 산수가 천하제일)’라는 문장을 배워서인지 구이린(桂林)에 대한 동경이 있다. 항간에는 ‘양삭산수갑계림(陽朔山水甲桂林, 양숴의 산수가 계림에서 제일이네)’이라는 말도 있다. 광시좡족자치구(廣西壯族自治區) 북동부에 위치한 양숴(陽朔)는 구이린 남부에 있다. 지역민들의 젖줄, 어머니 같은 리장(漓江)이 구이린의 수려한 산과 기암괴석을 굽이굽이 돌고, 이 천하 제일의 풍경이 양숴로 모인다.


양숴는 곳곳이 카르스트 지형이다. 아침마다 우뚝 솟은 산봉우리들이 햇살을 가르는 장면이 연출된다. 사진/VCG


천하 제일의 ‘산’과 ‘물’

양숴의 산수 풍경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대나무 뗏목을 타고 리장을 따라 유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리장의 뗏목에는 대부분 차양이 있고 대나무로 만든 등받이 의자가 설치돼 있으며 4~6명이 탈 수 있다. 널찍한 대나무 뗏목은 매우 평온하게 흘러간다. 가끔 뱃사공이 모터를 가동해 속도를 올려 빠르게 질주하기도 하고 다시 모터를 끄고 천천히 흐르는 강물의  흐름에 뗏목을 내맡긴다.


대나무 의자에 기대어 살랑살랑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낀다. 안개 자옥한 신비스러운 색채의 산봉우리를 보면 ‘배는 푸른 물결 위를 흐르고, 사람은 그림 속을 노닌다(舟行碧波上, 人在畫中遊)’라는 표현이 완벽히 재현된다. 전통 복장을 차려입거나 고대 협객으로 변신한 관광객이 탄 배가 옆을 지나간다. 피리나 고색창연한 술병을 들고 대작하는 광경도 볼 수가 있다. 고전 수묵화 같은 자연 풍경은 대규모 촬영 세트장으로 변모된다. 유람선이 푸른 산과 그림자를 비추는 맑은 강물을 가르고 지나가면, 부서진 물보라가 발끝을 서늘하게 적신다.


뱃사공은 강 옆의 크고 작은 산봉우리를 가리키며 “이곳은 잉어 절벽이고, 저곳은 동자가 관음보살에게 절하는 봉우리”라고 친절히 소개한다. 현지인들은 산봉우리의 특징에 따라 그에 걸맞은 이름을 붙여주었다. 멀리서 보면 연꽃처럼 보이는 봉우리를 벽연봉(碧蓮峰)이라하고, 산의 기암괴석이 거북이처럼 생긴 것은 오구령(烏龜嶺)이라고 불렀다. 물가에 거대한 수직 절벽이 시선을 압도한다. 좁은 간격으로 9마리의 말이 붙어 있는 바위산이 마치 벽화처럼 보인다고 하여 ‘구마화산(九馬畫山)’이라 한다. 뱃사공은 오래 전 이곳에서 전해져 오는 민요를 흥얼거린다. “말을 보는 이여, 말을 보는 이여. 저게 몇 마리로 보이나? 7마리가 보이면 2등 급제요, 9마리가 보이면 장원이라” 이곳에 오는 유람객은 말 몇 마리가 보이는지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밖에 일출 명소인 샹궁(相公)산, 일몰 명소인 라오자이(老寨)산도 있다. 양숴의 산은 멀리서 보기에도, 직접 등산을 하기에도 좋다. 지면에서 수직으로 우뚝 솟은 산봉우리에는 1000여 개가 넘는 암벽 코스가 있다. 구이린 산수의 ‘갑천하’ 매력을 충분히 느끼려면 대나무 뗏목을 타고 양숴의 ‘물’을 즐기고, 가까운 산에 올라 양숴의 ‘산’을 느껴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아침 노을이 물들고 있는 리장에서 어민이 그물을 치고 있다. 사진/VCG 


20위안 지폐의 배경이 된 어부

뗏목을 타고 싱핑고진(興坪古鎮)으로 들어가 구마화산을 지나면 강 폭이 점점 넓어진다. 이곳은 강물이 맑아 거대한 석판이 노란 카펫처럼 강 바닥에 펼쳐져 있는 게 훤히 보일 정도다. 뱃사공은 이곳이 바로 20위안 지폐의 배경지라고 알려 준다.


2000년 발행된 제5판 위안화 중 20위안의 배경 도안이 된 곳이 바로 눈 앞의 ‘황포도영(黃布倒影)’이다. 뱃사공이 뗏목을 타고 맑은 물과 푸른 산 사이를 지나는 모습이 지폐에 담겨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폐 속 그림 같은 풍경과 뗏목 위의 어부를 찾아 양숴로 몰려든다.


강가 대나무 뗏목에 흰수염을 기르고 삿갓을 쓰고 도롱이를 걸친 노인이 있다. 그가 들고 있는 대나무 장대 위로 검은 가마우지가 앉아 있다. 장대가 흔들리자 이내 가마우지도 날개를 활짝 편다. 노인은 한손으로 장대를 들고 물 위를 여러 차례 치고, 다른 한 손으로는 대나무 광주리에 있던 생선을 강으로 휙 던지며 “자 간다! 하나 둘 셋, 훠이” 하고 나지막이 외친다. 그러자 가마우지가 약속이나 한 듯 물 속으로 들어갔다가 몇 초 만에 생선을 물고 수면 위로 나와 주인 옆으로 돌아오는 재주를 부린다. 이 순간을 놓칠세라 주변에서 관광객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팔순이 넘은 황웨촹(黃月創)은 양숴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 평생 리장에서 물고기를 잡았다. 과거 이곳 사람들의 고기잡이 방식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그물을 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마우지로 잡는 것이다. 그물로 잡으려면 새벽 3~4시에 뗏목을 타고 출발하고 가마우지로 잡으려면 황혼이 지기를 기다렸다가 뗏목에 어화(漁火)나 가스등으로 물고기를 유인한다. 뗏목을 타고 나가면 밤을 새기도 한다. 지금은 관광업이 발전하면서 황웨촹과 그의 가족은 더 이상 생계를 위해 힘들게 고기를 잡지 않아도 된다. 양숴의 이름난 ‘어부 모델’로 유명세를 탄 덕분이다.


황웨촹과 그의 가마우지 사진/VCG


1980년대 우연히 찍힌 사진 한 장이 그를 모델 인생으로 이끈 시작점이 됐다.


“어느 날, TV에서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광시 풍경을 담은 다큐멘터리였는데 거기서 나는 대나무 뗏목을 타고 고기잡이를 하고 있었다. 가족들은 방송을 보자마자 나를 알아봤지만 난 대체 언제 찍혔는지 전혀 몰랐다.” 이후 프랑스 한 사진작가가 그를 찾아왔고, 그후 무려 7년 동안 함께 작업을 했다.


황웨촹의 빛바랜 앨범에는 수십 년간 리장과 함께 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를 촬영한 사진은 애호가들이 하나 둘 보내준 것이다. 앨범 첫 장에 있는 사진은 <집으로(回家)>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호주 사진가가 찍은 것이다. 이 사진은 국제 사진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황웨촹이 가스등을 켠 뗏목에서 가마우지 두 마리와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황웨촹은 낮 시간 강가에서 리장의 모델이 되어 관광객과 사진을 찍는다. 그의 오랜 파트너인 가마우지 두 마리는 이제 배불리 먹기에 물 속으로 들어가 생선을 잡는 기술은 가끔씩만 보여준다. 해가 저물면 전문 사진가와 촬영을 한다. 황웨창은 전문적인 포즈와 각도를 익히려고 관련 기술 서적을 빌려와 조명이나 셔터 속도 등 전문 지식을 공부한다. 그가 강에서 뗏목을 타고 있는 모습은 20위안 지폐에 그려진 어부의 모습과 매우 비슷해 리장의 이색 풍경이 됐다. 관광객들은 그를 친근하게 “20위안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글|차이멍야오(蔡夢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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