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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품은 양숴인


2024-04-10      

중국과 서양의 정취가 녹아있는 양숴 서가 사진/VCG


현재 좡(壯)족 집중 거주지인 양숴(陽朔) 가오톈(高田)진의 청년들은 회가(會歌, 노래 주고받기)의 장소로 웨량(月亮)산을 꼽는다. 산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고 산꼭대기에 커다란 둥근 구멍이 뚫려 있다. 둥근 구멍이 마치 보름달처럼 높이 걸려있어 ‘웨량산’이라고 한다. 음력 8월 15일 저녁이 되면 산 위아래에서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하늘의 달과 산 위의 ‘달’이 휘영청 밝게 어우러지는 광경에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웨량산에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유창한 영어로 웨량산을 소개하는 팔순에 가까운 할머니가 있다. 유명 가이드로 활약하고 있는 쉬슈전(徐秀珍)이다. 사람들은 그녀를 친근하게 ‘웨량 엄마’라고 부른다.


‘웨량 엄마’ 쉬슈전(왼쪽 세 번째)과 관광객들 사진/VCG


“어디서 왔어요?” 관광객이 독일에서 왔다고 대답하자 쉬슈전은 자연스럽게 독일어로 인사를 했다. 20여 년 전 쉬슈전은 웨량산 아래에서 물을 팔았다. 외국인과 교류를 하면서 물은 영어로 ‘워터’라고 말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초등학교 3학년 학력이 전부인 할머니는 꾸준히 듣고 쓰는 방법으로 20년 동안 영어, 프랑스어, 일어 등 11개 외국어를 독학했다.


웨량산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쉬슈전에게 현지 관광명소나 길을 묻는 일이 잦아졌다. 그래서 그녀는 이참에 자신이 가이드로 나서기로 했다. 어느 날, 캐나다에서 온 유학생이 산을 오르다 몸이 불편해지자 쉬슈전이 펑유징(風油精, 어지러움과 멀미·감기 등에 두루 쓰이는 약)을 주었고 학생의 증상은 완화됐다. 할머니는 학생이 건넨 사례도 거절했고 이에 감동한 유학생은 그녀가 엄마처럼 따뜻하다며 ‘마마 문(Mama Moon)’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착하고 친절하고 여러 외국어까지 능통한 쉬슈전은 많은 관광객들에게 유명해졌고 ‘웨량 엄마’라는 이름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재 쉬슈전과 가족은 현지에서 농가 식당과 객실 22개의 소규모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도 그녀는 여전히 가끔 가이드를 할 정도로 이 직업을 정말 사랑한다.


일년 내내 관광객들로 붐비는 양숴 서가 사진/VCG


중국 최초로 개방된 관광 도시 중 하나로 양숴 사람들은 일찍부터 문을 열고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비롄봉(碧蓮峰) 근처에 있는 양숴 서가(西街)는 1674년 건설된 옛 거리로 고풍스럽고 우아한 남방식 건물 사이사이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긴다. 이곳에 위치한 술집과 식당, 공예품, 서화점 등은 중국과 서양 스타일이 혼재한 인테리어와 외국어 간판이 많다. 식당과 술집 직원은 물론 과일 노점상을 하는 노부인까지 영어를 유창하게 말한다.


식당에서는 양숴 사람들이 즐겨 먹는 츠바(糍粑, 찹쌀로 만든 떡)와 미펀(米粉, 쌀국수), 이탈리안 커피와 서양 요리를 동시에 주문할 수 있다. 서양식 노점상에는 중국 매듭(中國結)과 자수 주머니 등 중국 전통 장신구들이 걸려 있다. 오래된 중국 서화와 최신 유행하고 있는 의류 잡화들이 서로 조화롭게 진열돼 있다. 각기 피부색이 다른 관광객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맥주와 커피를 마신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유행, 낡음과 새로움 등이 1000m 남짓한 거리에 공존하고 있다.


쉬슈전 세대의 지역민들은 수십 년 동안 관광업이 양숴에 가져온 변화를 직접 보고 느끼면서 이를 적극 포용하고 변화의 물결에 동참하는 것을 선택했다. 이처럼 수많은 양숴 주민들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양숴를 알리기 위해 스스로가 살아 있는 명함이자 홍보 창구가 되어 오늘날까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이들 뒤에는 수천 년 동안 변하지 않고 이어진 양숴의 수려한 자연 환경과 지역민들의 깊은 사랑이 있다.


글 | 차이멍야오(蔡夢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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