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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뉴스 고은과 함께 보는 중국 ─ 박웅규: “... 개혁개방 40년 역정을 기록한 도시, 선전 마쥔, 행동으로 중국의 ‘파란하늘 로...

개혁개방이 가져온 한중 미래발전 ‘윈윈의 길’

201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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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갑용,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덩샤오핑(鄧小平)이 한국을 방문한 적도 없고 한국 사람이 덩샤오핑을 만난 적도 없다. 그러나 덩샤오핑이 주창한 개혁개방 정책을 모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비록 그의 얼굴을 알지 못한다 할지라도 ‘흰고양이든, 검은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이른바 실용주의 사고의 대명사인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모르는 한국 사람은 거의 없다. 적어도 대다수 한국 사람들은 덩샤오핑의 실용주의적 사고와 그가 추진한 개혁개방에 대해서 나름대로 높은 평가를 보내고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 한중 협력의 공간을 만들다
덩샤오핑이 활짝 문을 열었던 이른바 현대화로의 발전 노선 변경은 사실상 경제를 발전시키는 전략이었다. 중국 입장에선 선발 국가의 여러 가지 발전 경험 습득은 발전을 앞당기고 착오를 줄이는 길이었고, 따라서 외국의 유사한 경제발전 사례를 참고해서 중국적인 특징을 갖는 발전 방식으로 각색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여기에서 세계 각국의 경제발전의 역사와 경험이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하는데 참고자료로 활용되었다. 이러한 맥락에 따라 경제발전 선발 국가였던 영국의 사례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싱가포르, 나아가 한국의 발전방식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은 한국에게도 여러가지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먼저, 개혁개방 초기 한국의 높은 기술력과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이 결합할 수 있는 상호 협력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한국의 대·중형 제조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도 중국내 주요 지역에 한국기업 입주를 위해서 다양한 우대 조치를 추진했다. 그 결과 한국의 제조업과 기술력, 중국의 노동력 등이 결합되어 중간재를 제3국에 수출하여 함께 성장하는 협력 모델을 만들어냈다. 또한 삼성이나 현대 등 대형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여 중국 내수 시장을 상대로 글로벌 경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나갔다. 물론 중국 기업도 해외 진출 전략에 따라 많은 수의 기업들이 한국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호 보완적인 경제관계 조성은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과 한국의 대외진출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이다. 따라서 지난 40년 동안 중국의 성장과 한국의 성장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연결고리로 한층 두터운 상호 협력 관계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개혁개방을 통해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중국
중국의 개혁개방은 사실상 시장경제 질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그 영역을 확대하고 가치를 높여왔다는 점에서 세계 시장경제 질서의 중요한 축으로 중국이 기여하고 공헌한 과정이기도 하다. 그 정점에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1986년부터 15년의 노력 끝에 지난 2001년 카타르 도하에서 드디어 WTO에 가입했다. 중국의 가입은 두 가지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동안 중국 경제는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서 비약적인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중국 뿐만 아니라 세계가 함께 과실을 나눈다는 점에서 세계의 상호 호혜에도 도움이 되었다. 즉 미국 등 서방 시장경제 질서가 구축해 온 기존 질서에서 벗어나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경제체가 있고 그 성과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기존 질서에서도 이를 자신의 질서 내부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했다. 자신의 영향권 밖에서 존재하는 역동적인 실물 경제를 계속 주변에만 머물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서도 WTO 가입은 오랜 숙원이었다. 비록 중국이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다른 경제체로서 기능하고 있고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20여 년 동안 경제발전을 추진하고 그 성과가 주목받았지만 그 맥락은 시장경제 질서에서 마련한 규칙과 질서에 따라 매우 능동적이며 적극적으로 호응해 온 결과라는 것이다. 중국도 이 점을 매우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2001년 WTO에 가입한 것은 중국의 성장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시장경제 질서 변방에서 자신의 경제능력을 제고하여 결국에는 그 중심부에 당당히 진입한 중국의 성장 그 자체가 바로 개혁개방의 성공과 등치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으로서도 중국의 개혁개방의 성과가 WTO 가입으로 나타난 것은 긍정적인 신호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한국과 중국은 같은 경제질서 안에서 공통의 규칙에 기반해서 한층 높은 수준의 상호 협력과 질서의 행위자로서 새로운 협력 파트너가 되기 때문이다. 즉 한국과 중국 모두 시장경제 질서의 수혜자인 동시에 조력자로서 수출 기반 성장모델의 새로운 경험을 함께 공유하는 파트너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개혁개방이 남북관계에 주는 의미
중국의 개혁개방이 가져온 놀라운 변화 가운데 하나는 바로 북한(조선)의 미래 발전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최근 북한의 급격한 변화 바람, 즉 북한이 문을 열고 밖과 연대하면서 발전의 길로 나서고 있는 것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변화는 지금 진행되고 있고, 여기에는 단언컨대 중국 개혁개방의 경험이 깊이 녹아들어가 있다고 본다. 이는 달리 말하면 체제 안정을 유지하면서도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가능성을 중국의 경험을 통해서 북한이 학습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한국으로서도 매우 의미있는 진전인 동시에 희망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왜냐하면 북한에게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은 줄곧 개방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체제안정을 우선에 두고 대외 개방 압력을 체제 전복 내지 이완으로 이해해서 강력하게 대응해왔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에서 중국의 개혁개방은 좋은 경험인 동시에 반드시 참고해야 하는 훌륭한 교범이다. 중국의 경험을 북한의 실정에 맞게 변용하고 적절하게 수용한다면 북한도 중국처럼 개혁개방을 통해서 질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이러한 자신감을 사실상 심어준 것이 바로 중국의 개혁개방의 성과라는 점에서 개혁개방 40년은 북한에게는 매우 고귀한 사료인 동시에 남북 공존과 동북아 평화 번영을 구상하는 한국으로서도 매우 뜻깊은 대목이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의 개혁개방 40년은 북한이 문을 열고 남북이 평화와 번영의 길로 나서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지난 40년 동안 중국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고 북한도 중국의 경험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은 남북관계의 훈풍을 불게 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즉 중국의 개혁개방은 북한에게 외부 바람의 유입에 대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일종의 면역체로서 역할을 잘 보여주었다. 지난 4월 20일 노동당 7차 대회 제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은 현대화로의 노선 변경을 확정했다. 이는 사실상 북한발 개혁개방이다. 이러한 노선의 명확한 변경은 물론 북한 내부의 필요성에 기인한 측면, 그리고 외부 환경의 변화를 주동적으로 이끌려는 의지의 발로일 수도 있으나, 이를 가능케한 직접적인 배경은 바로 중국의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의 개혁개방 40년은 북한의 개혁개방 원년의 안정적 출발의 토대가 되고, 이러한 토대는 향후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중국의 개혁개방이 한국에 주는 긍정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한중 민영기업 협력을 통해 만드는 새로운 미래
중국의 개혁개방은 한국에 더 큰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11월 1일 중국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참가한 ‘민영기업가와의 좌담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향후 민영경제를 중국 경제발전의 한 축으로 매우 중요하게 자리매김할 것이며, 특히 향후 중국 경제발전의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겠다는 것을 명확히 제시했다. 아울러 민영기업가들이 기업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데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도 명확히 제안했다. 민영경제에 대해 현재 중국인들은 ‘5, 6, 7, 8, 9’ 얘기를 자주 한다. 즉 현재 민영경제는 세수의 50-60%를 기여하고 있다. 또한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을, 기술특허 신청 총량의 70% 정도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80% 이상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90%의 민영기업이 도시 유입 농촌 인구의 취업을 담당한다. 민영경제는 이미 중국경제의 반을 차지하는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이러한 결과 역시 중국의 개혁개방이 이루어낸 값진 성과이다. 따라서 향후 중국 경제발전에서도 한국과 중국은 민영경제 부분에서 한층 심도있고 폭넓은 협력의 여러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이 확충된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시장의 활력과 창의와 혁신에 기반한 기업가 정신이 결합된 한국의 많은 민영기업들과 민영기업가들이 중국의 민영경제 시장에 더욱 활발하게 진출하고 협력·상생하는 공생 모델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 역시 중국의 개혁개방이 가져온 긍정의 결과인 동시에 한국에게 주는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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