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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똥 향이 나는 차가 있다고?


2024-03-19      



중국 지인이 광둥(廣東)으로 여행을 다녀오면서 차를 좋아하는 나에게 재밌는 차를 선물로 가져왔다. 차의 맛도 맛이지만 차 이름이 정말 재미있다. 중국어로는 ‘압시향(鴨屎香)’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이를 한국어로 풀이해 보면 ‘오리똥 향’이라는 뜻이다. 차에서 똥 냄새가 난다니! 당연히 맛을 봐야지. 호기심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압시향이라는 차는 봉황단총(鳳凰單叢)의 한 종류다. 대부분 차 명칭이 그렇듯 봉황단총도 차가 난 지역인 광둥 차오저우(潮州) 펑황(鳳凰)현에서 난다고 붙은 이름이다. 차 종류로 구분하자면 우롱차다. 광둥은 푸젠(福建)만큼 우롱차를 많이 먹는 지역이기 때문에 광둥에서 이름이 난 봉황단총의 맛은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압시향은 우롱차 중에서도 청향형 우롱차에 속한다. 발효 정도가 우롱차 중에서는 낮은 편으로 철관음(鐵觀音)처럼 향이 좋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이 차의 별칭이 압시향이 된 데는 재밌는 사연이 깃들어 있다. 당연히 이름처럼 오리똥 냄새가 나진 않으니 일단 걱정은 붙들어 매길 바란다.


압시향은 일단 보기에도 찻잎의 모양이 가느다랗고 길게 생긴 것이 오리똥을 꼭 닮았다. 별칭이 찰떡처럼 맞아떨어진 것이다.




사실 압시향이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토양 때문이다. 향이 좋은 우롱차를 재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토양이다.


우롱차 명지인 무이암산(武夷巖山)도 토양이 좋은 곳이다. 압시향이 재배되는 펑황현은 예로부터 ‘오리똥’이라 불리는 황토로 유명한 곳. 미네랄이 풍부한 이 토양이 차나무가 자라는 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줬다.


차향 역시 미네랄이 풍부하다. 마치 무이암차(武夷巖茶)인 대홍포나 육계, 수선 같은 맛을 낸다. 이 차를 맛본 사람들이 차맛이 너무 좋아 압시향을 처음 재배한 농부에게 어떻게 이런 차 나무를 재배했냐고 물었는데, 농부는 자신만의 재배 기술이 탄로 날까 봐 “오리똥으로 길러서 이런 향이 난다”라고 둘러댔다. 이때부터 봉황단총은 ‘압시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압시향은 송대 말기부터 재배가 됐다고 하니 역사가 900년 가까이 된다. 긴 역사만큼 봉황단총의 품종도 80여 가지에 달한다. 무이암차처럼 육계향, 난초향 등 향도 다양하다.


재배 지역이 열대 기후이기 때문에 잎의 크기는 다른 지역의 우롱차보다 큰 편이다. 재배 환경은 연평균 21.4도의 기온과 강수량 1685.9mm, 사계절 맑은 기후를 유지하는 곳이다.


맛은 무이암차와 비슷한데 조금 더 맛이 풍부하다고 해야 할까? 무이암차처럼 그윽한 바위 향이 나면서도 바위틈에 핀 난에서 난꽃 향기가 은은하게 올라오듯 향긋한 느낌이 있다. 바위향은 운무가 짙은 펑황현의 기후 때문에 나는 것일 테고, 꽃내음은 아마도 질 좋은 토양이 빚어낸 것이리라.


압시향의 향을 중국 사람들은 향이 좋기로 유명한 금은화(金銀花, 인동덩굴꽃)에 빗대서 표현할 정도로 은은하다. 마시는 내내 향긋하면서도 묵직한 차향이 이어진다. 차 중에는 맛보다 향이 더 좋은 차들이 몇몇 있는데 압시향은 확실히 혀보다 코를 더 즐겁게 하는 차다.


그리고 중국 싸구려 차를 먹을 때 느껴지는 가향한 듯한 느끼함이 전혀 없이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잎이 두꺼워서 그런지 내포성도 좋아서 한 번에 8번 정도 우릴 수 있다.


| 김진방(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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