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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항구 펑라이에 부는 해상 풍력발전 바람


2024-01-16      


예부터 ‘인간계의 선계(仙界)’라고 불리던 펑라이(蓬萊, 봉래)는 고대 중국의 신화와 전설에 등장하는 펑라이·팡장(方丈, 방장)·잉저우(瀛洲, 영주) 3개 신선의 섬 중 하나다. 최근 산둥(山東)성 옌타이(煙臺) 펑라이는 항구 이점을 살려 해상 풍력발전 기업에 ‘러브콜’을 보냈다. 여러 해 동안 진행한 결과 이 작은 항구 도시에 해상 풍력발전의 ‘힘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펑라이 해안선을 따라 동쪽으로 달리면 펑라이경제개발구 최북단에 도착한다. 우뚝 솟은 용문(龍門)에 ‘다진중공(大金重工)’이라는 네 글자가 햇살에 반짝이며 눈길을 끈다. 바로 그 옆에 둥팡(東方)전기풍력발전(산둥)유한공사(이하 ‘둥팡산둥풍전’)가 있다.


조립 완료된 세계 최장 길이의 풍력발전 블레이드 B1260A를 선적한 ‘위안루이169’호가 산둥항구 옌타이항 펑라이항 정박지에 성공적으로 도착했다. 사진/둥팡전기풍전(산둥)유한공사 제공


100m 블레이드 설치 위해 도로 개선

둥팡산둥풍전공장 단지에 들어가면 100m 길이의 블레이드들이 눈길을 끈다. 왕펑(王鵬) 둥팡산둥풍전 총경리는 “이것은 전 세계에서 가장 긴 블레이드로 길이 126m, 무게 53t에 달한다. 우리가 자체 개발한 이 블레이드는 두께가 두껍고 꼬리가 뭉툭한 고성능 날개로, 풍력 등급 I-II 지역에도 적합한 16~18메가와트(㎿)급 해상 풍력발전기에 사용되는 초대형 블레이드이자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가장 긴 블레이드”라고 소개했다.


보통 해상 풍력발전용 블레이드는 육상용 블레이드보다 더 길고 크다. 현재 중국 최대 육상 풍력발전용 블레이드는 110여 m인 반면, 해상 풍력발전용 블레이드는 126m에 달한다. 차이가 10m에 불과하지만 해상 풍력발전기의 블레이드는 태풍과 부식 등 이겨낼 수 있는 일련의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제작 공정이 훨씬 어렵다.


왕펑은 “기존의 블레이드는 주로 유리섬유 복합 소재여서 대형화와 경량화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탄소섬유 소재를 사용해 길이를 더하면서 동시에 무게를 낮췄다. 시험 데이터 피드백 결과 완성품과 예상 매개 변수 간의 적합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 우리의 혁신은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2022년 둥팡산둥풍전은 풍력발전 블레이드 테스트 기술 연구 및 플랫폼을 건설해 최장 160m까지 국내외 기업의 블레이드를 테스트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취재 당일, 직원들이 길이 126m 블레이드의 성능 및 생명주기 전체 검수를 진행했다. 검수에 합격한 제품은 양산에 들어가 펑라이항 근처 해역에서 풍력발전에 사용될 계획이다.


블레이드가 발전에 사용되려면 해역의 깊이와 날씨, 풍속 등 조건을 고려해야 하고, 해당 해역에서 일어날 수 있는 극단적인 악천후 날씨도 테스트되어야 한다. 그는 “이런 초대형 블레이드는 16~18메가와트급 대형 터빈이 필요하다. 광둥(廣東)과 푸젠(福建) 해역에 비교적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왕펑은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거대한 물체들을 가리키며 “이곳은 둥팡산둥풍전의 해상 발전용 블레이드를 시험제작에서 양산까지 담당하는 주요 생산시설 중 하나다. 우리가 생산한 블레이드는 업계에서 ‘BMW’나 ‘벤츠’로 불린다”고 말했다.


이렇게 큰 블레이드는 운송도 어렵지 않을까? 100m가 넘는 해상 풍력발전 블레이드는 날개 끝부분만 해도 4~5m 내외이고 차량과 보호 장비 높이를 더하면 7m가 넘는다. 반면 도로변 신호등 가로대 높이는 보통 6.5~7m이지만 여기에 신호등, CCTV 등 설비가 더해져 그야말로 풍력발전기 운송의 길목을 막는 ‘난관’이 되곤 한다.


이런 질문에 왕펑은 “해상 풍력발전기 대형 장비를 안전하게 운송하기 위해 펑라이구는 신호등 가로대 26개를 회전시켰고, 교차로 여러 곳을 확장했다”고 대답했다.


왕펑은 둥팡산둥풍전이 펑라이에 자리잡은 이유는 펑라이의 항구적 이점이 기업의 해상 풍력발전의 전략적 수요를 만족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펑라이 해안은 수심이 깊고, 18km에 달하는 해안선에 국가 1급 대외개방 항구가 2곳이 있고, 1만t급 이상 정박지가 33개가 있다. 이 가운데 10만t급 이상 정박지가 5개 있다. 이 중 3개는 펑라이항, 다진(大金)항에 있어 대형 선박의 하역에 편리한 조건이 마련됐다.


왕펑은 “그래서 우리는 2019년 펑라이를 시찰한 뒤 이곳에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펑라이항 덕분에 블레이드를 24시간 선적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펑라이항은 장쑤(江蘇)성, 저장(浙江)성, 광둥성, 푸젠성 등과도 비교적 가까워 산둥반도 주변 해상풍력 시장을 커버할 수 있다”고 밝혔다.


B1260A형 블레이드를 선박에서 하역해 둥팡전기풍전(산둥)의 테스트 장소로 옮기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둥팡전기풍전(산둥)유한공사 제공


정부, 기업의 부두 건설 적극 지원

둥팡산둥풍전 옆에 높이 솟은 용문에는 ‘다진중공’이라는 네 글자가 써 있다. 정오 무렵, 넓은 부두 앞에서 크레인이 거대한 ‘기둥’을 들어올리자 작업자들이 순서대로 조작해 천천히 화물선으로 선적했다.

가오페이(高飛) 펑라이 다진해양중공교부운영센터 부총경리는 이 화물선은 직경 8m에 달하는 타워 42개와 휠 14개를 선적해 1개월 뒤 뉴질랜드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오페이의 소개에 따르면 다진중공은 중국 최초로 해상 풍력 장비 제조·시공·운영·유지보수를 통합하고, 부두 대외 개방 제품이 전 세계를 커버하는 해상 풍력발전 항구를 건설했고, 아시아 최초로 대형 해상 타워와 초대형 단일 말뚝 같은 해상 풍력발전 장비를 유럽에 수출한 제조기업이다. 제품군은 해상 풍력발전에 필요한 타워, 전환단, 기초단, 대형 지지대 등이 있다. 현재 최장 길이 120m, 직경 11.5m, 무게 2500t에 달하는 제품을 제작 중이다.


다진중공은 산둥, 장쑤, 광둥, 상하이(上海) 등지의 해상 풍력발전기의 단일 말뚝을 공급할 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덴마크 등 30여 개 국가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둥팡산둥풍전처럼 다진중공도 펑라이항이 가진 천혜의 운송 조건 때문에 이곳에 자리잡았다. 가오페이는 “펑라이항구는 해운이 편리해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 시장에 수출이 편리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풍력발전 장비를 선적하고 있는 선박을 가리키며 “펑라이항구는 수심이 14m에 달해 10만t급 운송선이 정박할 수 있다. 이는 해상 풍력발전 장비를 생산하는 중공업 기업에게 매우 중요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두 기업이 이곳에 자리잡은 이유가 꼭 항구 때문만은 아니다. 펑라이구 정부의 세심한 서비스와 지원 역시 기업의 발전을 뒷받침해주었다. 가오페이는 “대형 장비의 해상 운송 편의를 위해 펑라이구는 다진중공업의 부두 건설을 지원했고, 1000여무(畝, 1무는 약 666.67㎡)에 달하는 공장 용지와 세수 혜택을 제공했다”고 소개했다.


산둥에 풍력발전 국제 모항 건설

최근 펑라이는 심수항이라는 장점을 이용해 산둥에서 중국 해상 풍력발전 국제 모항(母港)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해상 풍력발전 사업 유치에 나섰다. 이 행동은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중국 해상 풍력발전 국제 모항의 계획 면적은 6.5㎢로 중장비 항구 구역, 중장비 제조 구역, 종합 서비스 구역, 부대 단지의 4개 부분으로 구성된다. 최근 3년 동안 모항 단지에는 다진중공 타워, 둥팡산둥풍전 날개, 프랑스 에어리퀴드, 상하이전기, 화넝(華能), 중광허(中廣核, CGN) 컨트롤센터 및 에너지 저장 등 총 투자액 200억 위안(약 3조 6706억 원)에 달하는 사업을 유치했다. 이 가운데 프랑스 에어리퀴드는 세계 3대 산업용 가스 회사로, 에어리퀴드 유치로 펑라이는 세계 500대 사업 ‘제로’였던 상황을 개선했다. 둥팡산둥풍전은 중국에서 처음으로 100m급 해상용 블레이드를 개발 및 생산한 기업이고, 상하이전기는 8년 연속 해상 풍력발전 장비 총량이 중국 1위 기업으로, 2023년에 첫 본체가 조립이 끝났다.


계획에 따라 2025년 말까지 중국 해상 풍력발전 국제 모항단지는 생산액 350억 위안, 생산 규모 300만kW에 달해 매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770만t을 감축할 예정이다.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 해상 풍력발전

중국의 해상 풍력발전 설비 제조 수준에 대해 왕펑과 가오페이는 이미 세계 선두에 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가오페이는 “업계 종사자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의 해상 풍력발전 제조는 세계 일류 수준이다. 중국의 해상 풍력발전 장비 제조력은 대형 설비를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이것은 다른 나라는 하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이제 20~30년된 풍력발전산업이 비교적 완벽한 산업사슬을 형성했다”고 말했다.


왕펑도 중국은 국토가 넓어 남에서 북까지 기온대와 바람이 다르다며 “중국의 풍력발전 설비 생산력은 이렇게 복잡 다양한 자연환경과 시장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고, 양산 수준이든 응용이든 국내외 시장의 다양한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둥팡산둥풍전과 다진중공업은 현 상황에 만족하지 않는다. 가오페이는 “다진중공은 펑라이항의 지역적 우세와 현지 정책의 유리한 조건을 충분히 이용해 국내외 풍력발전 시장 모색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펑 역시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하고 있다”며 “현재 세르비아와 풍력발전 블레이드 주문을 협의 중이고 긍정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어 2024년 5~9월 확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23년 8월, 2023 친환경 저탄소 고품질 발전대회가 옌타이에서 개최됐다. “해상 풍력발전과 태양광 발전은 산업사슬이 비교적 길고 부하중심과 비교적 가까우며 과학기술 혁신도가 비교적 높다는 등 장점이 있어 중국의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안보, 경제 구조 업그레이드, 기술 혁신 가속화, 해양경제 발전 및 전력 처리 등 분야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대회에서 왕푸(王溥) 중국과학원 과학기술전략자문연구원 혁신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10년 이후 해상 풍력발전이 빠르게 발전해 중국은 매년 신규 설치나 누적 설치 모두 전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둥팡산둥풍전 역시 이 대회에 참가했다. 이런 무대를 통해 둥팡산둥풍전의 사업능력을 보여주고 국내외 고객 자원을 많이 확보하고자 한다. 왕펑은 “더 많은 국내외 고객이 우리의 공장을 방문해 우리의 생산력과 수준을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 황장친(黃江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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