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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이인, <시경>에 담긴 아련한 그리움


2024-11-29      



<시경(詩經)>을 언급하면 모르는 중국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시경>은 고대 중국 시가(詩歌)의 시작으로 서주(西周) 초기에서 춘추시대 중반까지 총 311수의 시가를 수록했다. 일일삼추(一日三秋), 요조숙녀(窈窕淑女), 미우주무(未雨綢繆), 풍우여회(風雨如晦) 등 <시경>에서 파생된 고사성어가 한둘이 아니다. <시경>이 표현한 내용은 상당히 풍부하다. 선조의 창업에 대한 찬가, 신과 귀신을 위한 제사 음악, 귀족의 연회와 사교를 반영한 내용은 물론 농민의 노동과 생활, 사랑과 결혼 등 감동적인 장면도 있다. 이번 호에서 소개할 고사성어 ‘추수이인(秋水伊人)’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노동 인민의 소박한 마음을 반영한 말이다.


<시경> 속 애정 서사

‘추수이인’은 <시경·진풍(秦風)·겸가(蒹葭)>에서 유래된 성어다. “겸가창창, 백로위상. 소위이인, 재수일방(蒹葭苍苍 白露为霜 所谓伊人 在水一方). 갈대는 푸른데, 흰 이슬이 서리가 되어가네. 나의 님께서는, 강물 저 너머에 계시네.” 가을의 자연 풍경을 묘사한 이 시구(詩句)는 쓸쓸하면서 아름다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동시에 풍경을 통해 멀리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이 시는 가을 새벽 강변에 무성한 갈대에 맺힌 이슬이 서리로 변한 모습을 묘사했다. ‘겸가’는 갈대를, ‘창창’은 무성한 모양을 나타내며, ‘백로위상’은 계절과 시간을 나타낸다. ‘소위이인, 재수일방’은 멀리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구절이다. 여기서 ‘이인’이란 주인공의 마음속에 있는 그 사람이며, ‘재수일방’은 그 사람이 주인공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음을 암시한다. 강 건너편에 있거나 더 먼 곳일 수도 있다. 시는 전체적으로 가을 풍경과 그리운 마음을 통해 아득하고 몽환적이면서 아련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시적 정취가 풍부한 이런 표현 방식은 매우 함축적이면서도 은유적이고 섬세해 읽는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사랑은 <시경>의 주요 소재 중 하나다. 예를 들어 <관저(關雎)>에는 ‘관관저구, 재하지주. 요조숙녀, 군자호구(關關雎鳩, 在河之洲. 窈窕淑女, 君子好逑)’라는 구절이 있고, <자금(子衿)>에는 ‘청청자금, 유유아심(青青子衿,悠悠我心)’, ‘일일불견, 여삼추혜(一日不見, 如三秋兮)’라는 구절이 있다. 이런 옛 시구에서 사람들이 사랑에 대해 얼마나 진실되고 솔직했는지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은 또한 사람을 괴롭게 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가을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와 관저의 울음소리에 투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경, 현실주의 문학의 기원

<시경>은 중국 현실주의 문학의 기원으로 낭만주의의 기원인 <초사(楚辭)>와 함께 문인·묵객의 ‘국풍(國風) 이소(離騷)’ 풍류정신을 이끌었다. <시경>은 중국 시가의 출발점이자 중국의 최초의 시집으로 여겨지며 선조의 생활상과 희로애락을 기록해 조상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백과사전과도 같다. 시의 최초의 형식은 가사(歌詞)로 사람들이 곡조에 붙여 부르던 노랫말이다. 문자가 없던 시대에 곡조가 있는 흥얼거림이 바로 ‘시’였다. 문자와 음악이 발전하면서 춘추시대에 이르러 시의 형식이 정립되고 자리를 잡았다.


<시경>의 많은 부분은 주로 민간에서 수집한 것이다. 과거에는 ‘채시(採詩)’라는 말이 있었다. 주나라 천자는 민심을 이해하고 정치의 득실과 풍속의 흥망을 관찰하기 위해 관리를 파견해 민심을 파악하도록 했다. 채시 관리들이 나무 방울을 흔들며 논밭 사이를 다니면서 노동 인민의 마음에서 우러난 가요를 기록했다. 그들은 전국을 돌아다녔기 때문에 ‘행인(行人)’이라고 불렀다. 시가는 한 사람이 창작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집단 창작으로 만들어져 수많은 사람이 부르고 더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창작자 대다수가 노동 인민이었던 가요 외에도 문인이나 관리, 귀족도 일부 있었지만 그들은 이름을 남기지 않았다.


<시경>은 강렬한 현실주의 정신과 예술적 성취로 후대 문인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부비흥(賦比興) 예술 창작 방법에서 굴원(屈原)은 풀과 나무, 미인을 통해 감정과 의지를 나타내고 사랑과 증오를 표현했다. 한(漢) 나라 악부(樂府)에서는 기흥(起興)과 비물(比物)로 애증과 이별을 표현했다. 조조(曹操), 도연명(陶淵明) 등은 <시경>의 사언구 방식을 계승해 사언시로 표현했다. 두보(杜甫), 백거이(白居易) 등은 현실에 대한 강한 관심을 나타냈다. <시경>은 후대 문인에게 발전 방향을 제시했고 언어 예술이나 사상 내용 면에서 현실주의 시가의 길을 열었다.


<시경>은 후대 문학 전통에 큰 영향을 줬을 뿐 아니라 우리의 삶에도 깊숙이 스며들었다. 예로부터 자녀의 이름을 지을 때 ‘딸에게는 <시경>, 아들에게는 <초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은 <시경>은 섬세한 감정 표현과 아름다운 언어가 많아 여성 이름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린후이인(林徽因), 투유유(屠呦呦) 등 유명인의 이름도 <시경>에서 나왔다. <시경>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름다운 시 속에서 깊은 감동을 느끼고 인간의 다채로운 감정을 음미하며 매혹적인 문화 여행길을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글|칭산(靑山)

사진|인공지능(AI)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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