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9
드라마 <산화란만시(山花爛漫時)>는 7·1훈장(七一勳章) 및 시대모범 칭호 수상자 장구이메이(張桂梅)의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리장(麗江) 화핑(華坪) 여자 고등학교 교장인 장구이메이는 수년간 학생들이 여러 사정으로 학업을 중도 포기하는 상황을 지켜보며 가슴 아파했다. 수업료가 전액 무료인 여자 고등학교를 설립해 산간 마을 소녀들이 정규 교육을 받고 대학에 진학해 산간 벽지를 벗어나 새로운 운명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꿈을 품었다. 이 드라마는 장구이메이 교장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시대의 무게와 사상의 깊이, 현실의 온도를 고루 담아내며 시청자들에게 ‘고산(高山, 덕망 높은 사람)’의 이미지를 충실하고 생생하게 전달한다.
제작진은 3년에 걸친 현장 취재를 통해 실제 인물을 깊이 파악했다. 방대한 사례 및 자료를 수집해 이를 바탕으로 줄거리의 흐름이나 인물 이미지뿐 아니라 세부적인 배치와 구도까지 최대한 현실적으로 재현했다. 중국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영웅인 장구이메이 교장의 이미지를 만들 때는 신격화하는 것이 아니라, 다차원적인 묘사를 통해 인물의 친근감을 구현했다. 실제 일어난 사건을 재현하는 과정에서는 뉴스 화면에 담아내지 못했던 과거와 개인 디테일을 채워 넣었다. 극중 장구이메이 교장은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逢山開路遇水搭橋)’ 강한 집념의 소유자인 동시에 열정적이고 유머러스한 인간미를 보여준다. 자금 조달을 위해서 그리고 기부를 미루는 기업가에게는 잔꾀를 쓰기도 하고 자신의 지갑을 기꺼이 열어 학생들에게 수백 잔의 밀크티를 사주기도 한다. 드라마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따뜻하고 밝다. 고난을 부각하거나 억지로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다. 대신 현실을 직시하는 동시에 장구이메이의 강력한 정신적 내면을 다뤄 시청자로 하여금 어려움과 역경 속에서 솟아오르는 감동적인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산화란만시>가 단순히 장구이메이 교장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다채로운 인물들의 군상을 함께 그린 작품이라는 점이다. 장구이메이 교장이 구한 여고생들, 장구이메이 교장과 함께 한 길을 걸어온 교육자들, 여고 건립에 힘을 보탠 지방 공무원들, 심지어 길가에서 순두부를 파는 가게 주인과 같은 소박한 이웃들의 배역까지도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묘사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린다. 드라마는 이야기를 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물들이 풀어내는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현실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 드라마 속 여학생들은 산골 여성들이 직면하는 현실적 어려움을 겪는다. 빈곤한 생활, 뒤처진 교육, 낡은 사고방식 속에서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안에는 “나는 계곡이 아닌 아닌 고산에서 태어났다”는 강인한 기개가 깃들어 있다. 이 드라마는 풍부한 인문학적 시각으로 깊은 산속에 묻힌 현실적 아픔과 고통 속에서 탄생하는 여성의 새로운 힘을 조명한다. 여성 교육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대중에게 전달하고 있다. 바로 지식은 낡은 사고방식과 문화라는 두꺼운 장벽을 허물고 속박하는 환경을 타파해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을 위해 살아가고 보다 넓고 가능성이 충만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글|판커신(范可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