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16
여름의 한가운데, 연꽃이 화려하게 만개했다. 하화(荷花), 부용(芙蓉), 함담(菡萏) 등으로도 불리는 연꽃은 예부터 중국 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단순한 꽃 그 이상으로 깊은 역사와 문화적 의미가 담긴 상징이다. 중국에서 연꽃을 재배한 때는 기원전 2000여 년 전 상나라 때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랜 재배 역사를 가지고 있다. 긴 시간 연꽃은 중국 문화의 중요한 상징 중 하나였다. 연꽃은 진흙에서 피어나지만 흙탕물에 물들지 않고 맑은 물결 속에서도 변함없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유지한다. 연꽃은 고결하고 청아한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다양한 상징적 의미도 가지고 있다. 성어 ‘출수부용(出水芙蓉)’은 막 피어난 연꽃을 가리킨다. 원래 시문이 신선하고 품격을 표현하지만 청신하고 아름다운 여성을 묘사하기도 한다.
연꽃과 중국 문화
‘출수부용’은 중국 남조시기의 문학 비평가인 종영(锺嶸)의 <시품(詩品)>에서 비롯됐다. ‘사시여부용출수 안여착채루금(謝詩如芙蓉出水 顏如錯彩鏤金), 사시는 마치 물 위에 떠오른 연꽃과 같고 얼굴은 마치 색채를 뺴곡히 칠하고 금을 새긴 것 같다’라는 뜻이다. ‘사시’란 남북조 시대의 시인 사영운(謝靈運)의 시를 말한다. 사영운은 명문가 출신이다. ‘과거 왕도나 사안의 집으로 날아들던 제비’라는 뜻의 ‘구시왕사당전연(舊時王謝堂前燕)’에 등장하는 ‘사’가 바로 사영운의 집안이다. 그의 종증조부, 조부인 사안(謝安)과 사석(謝石)은 전진(前秦)의 부견(苻堅)을 물리쳤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비수전투(淝水之戰)다. 사 씨 가문은 또한 사도온(謝道韞), 사염(謝琰), 사혼(謝混), 사혜련(謝惠連), 사첨(謝瞻) 같은 유명한 문인들을 배출했다. 중국 산수시의 창시자인 사영운은 혼자서 난해하고 다소 지루한 현언시를 일소하고, 밝고 참신하며 아름다운 풍격을 창조해 시단에 큰 영향을 줬다. 그의 산수시는 대부분 영가(永嘉) 태수로 부임한 뒤에 쓰여졌다. 그의 시는 자연 풍경을 아름답고 정교한 언어로 생동감 있게 묘사했다. 새롭고 산뜻하며 아름다움이 특징인 불후의 명문을 후대에 많이 남겼다.
종영의 평가는 ‘사시(謝詩)’의 뚜렷한 특징을 지적한다. 중국 문화에서 연꽃은 단순한 자연 풍경일 뿐만 아니라 문화의 매개체다. 순결과 우아함, 화합의 상징이며 아름다움에 대한 사람들의 바람과 이상을 대변한다. 연꽃의 아름다움과 고결한 품성은 문학 예술의 중요한 소재가 됐다. 연꽃은 다양한 문학 작품에 폭넓게 활용돼 독특한 이미지와 정서로 작품에 무한한 매력을 더했다. 연꽃은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창작 영감을 주는 원천이 됐다. 회화나 조각은 물론 기타 예술 분야에서도 그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연꽃은 전통 문화에서 도덕 교육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고결하고 청아함을 대표하는 연꽃은 사람들에게 순결과 무구함을 유지하고 더 높은 정신적 경지를 추구하도록 장려한다. 일상생활에서 연꽃은 부부 간 깊은 사랑이나 연인 사이의 믿음과 애정, 가족의 화목 등 아름다운 의미로 자주 비유된다.
문인의 찬가에서 일상생활까지
고대 중국의 문인은 특히 연꽃에 대해 찬양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중 제일 유명한 것은 주돈이(周敦頤)의 <애련설(愛蓮說)>로 ‘출어니이불염, 탁청련이불요(出淤泥而不染, 濯清漣而不妖)’, 진흙에서 피어나지만 물들지 않고 맑은 물에 씻겨도 아름다움이 과하지 않음을 노래한 것으로 연꽃의 고결한 품성은 세인의 칭송을 받아 널리 전해졌다. 양만리(楊萬里)는 ‘접천연엽무궁벽, 영일하화별양홍(接天蓮葉無窮碧, 映日荷花別樣紅)’이라며 앞다퉈 피는 연꽃의 우아한 기세를 표현했다. 무더운 여름 군집을 이뤄 활짝 핀 연잎과 연꽃의 아름다운 자태는 마음이 트이고 시원하게 만든다. 그는 또, ‘소하재로첨첨각, 조유청정입상두(小荷才露尖尖角, 早有蜻蜓立上頭)’라며 작고 뾰족한 연꽃 봉오리 위에 잠자리가 앉아있는 일상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입하 무렵 연꽃이 채 피지도 않은 사랑스러운 모습에 매우 흐뭇한 반가움이 느껴진다. 이백(李白)도 ‘청수출부용, 천연거조식(清水出芙蓉, 天然去雕飾)’이라며 ‘출수부용’이라는 성어를 차용해 연꽃의 소박하고 청아한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역대 문인들이 연꽃을 추앙한 이유는 과거 사대부의 정신 수양과 도덕적 성품, 유가 군자의 인격과 관련이 있다. 연꽃은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어 ‘청련(青蓮)’과 ‘청렴(清廉)’은 발음이 비슷해 연꽃이 청렴 결백한 관리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세상의 부정적 흐름에 휩쓸리지 않는 고결하고 대쪽같은 성품을 나타낸다.
문인의 칭송 외에 연꽃은 일상생활에서도 많은 실용적 가치를 지녀 사랑받는다. 연꽃의 연밥(연자육)과 연근, 연잎, 연꽃 모두 먹을 수 있다. 연밥은 진귀한 식품으로 전통적인 연자죽, 연자 가루 등이 인기 있다. 연근은 주로 채소로 사용돼 여름철 차갑게 조리한 연근을 먹으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연잎과 연꽃도 요리할 때 첨가해 부재료로 활용되며 연잎은 차를 우릴 수 있다. 이렇듯 연꽃은 먹는 방법도 그 맛도 각양각색이다. 약용 가치도 매우 높아서 꽃과 잎, 뿌리, 연자육 뿐만 아니라 껍질과 꽃술도 약으로 사용한다. 연꽃은 품종이 많고 그 부위에 따라 효능과 성분도 각기 다르다. 대체적으로 연꽃은 사람 몸에 매우 유익해 좋은 약재로써 건강 보조와 약용으로 쓰인다.
바야흐로 연꽃의 계절이 찾아왔다. 한가한 시간을 틈 타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만개한 연꽃을 감상해 보는 것을 어떨까. 푸르름이 가득한 연못 앞에 서면 산들바람이 스친 뒤 은은히 퍼지는 연꽃 향기가 매혹적이다. 넓고 푸른 연잎 사이로 쑤욱 올라 온 우아한 자태에 더위마저 쉬어간다. 아름다운 풍경에 지친 일상을 맡기고 잠시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겠다.
글|칭산(靑山) 사진 | 인공지능(AI)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