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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오어 쉿(Gold or Shit,走走停停)> 멈추는 것은 비겁함이 아니라 ‘용기’다


2024-08-16      



제14회 베이징(北京) 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각본상, 최우수 여우조연상 3관왕을 차지한 <골드 오어 쉿>은 실의에 빠진 한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 가족 코미디 영화다. 주인공 우디(吳迪)는 베이징에서 사업과 사랑에 모두 실패하며 낙담한 채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 곳에서 고등학교 동창 펑류류(馮柳柳)와의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녀의 제안에 우디는 자신이 쓴 시나리오 <사시고인래(似是故人來)>를 영화로 제작하기로 결심한다. 이로써 그는 인생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영화는 시종일관 현대를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들의 보편적인 삶에 초점을 맞춘다. 모든 등장인물은 실의에 빠진 다양한 유형의 인생을 보여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좌절이 통상적인 성공 스토리의 전제 조건으로 고정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시고인래>를 통해 우디 등 인물은 결코 세속적인 의미에서의 놀라운 성공은 거두지 못한다. 오히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는 과정에서 우디는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다시 마주하게 된다. <골드 오어 쉿>은 주인공의 ‘생존자 편향’을 벗어나 평범한 사람의 실제 모습을 담아내고, 좌절을 강요하지 않는 것을 기본 전략으로 삼아 현실을 포용한다.

  

가족 코미디 영화 <골드 오어 쉿>은 ‘좌절’ 서사의 과도한 감정을 절제하고 온화한 태도와 능동적으로 현실을 직시한다. 영화는 적절한 코믹 요소를 통해 세대 간 갈등이나 도농 격차, 성별 문제 등 사회 이슈와 대화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우디가 맞닥뜨리는 난관은 이른바 ‘희재부우(懷才不遇, 재능은 있으나 때를 만나지 못함)’로 승화되지 않으며 영화는 친구 펑류류, 어머니 장메이링(江美玲)의 입을 빌려 그의 높은 기대에 비해 낮은 능력에 대한 불평을 꼬집는다.  “기회가 부족한 거야 아니면 실력이 없는 거야?”라는 대사가 중년의 위기를 다루는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재치 있게 피해 가고, 영화 전체에 흐르는 유머러스하고 경쾌한 기조는 영화가 추상적인 논쟁의 장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준다.


분명 <골드 오어 쉿>은 한 편의 영상, 영화와 관련된 작품일 것이다. 영화 속의 영화 <사시고인래>, 다큐멘터리 <회고향적인(回故鄉的人)>, 그리고 <골드 오어 쉿>은 세트장이 겹치는데다 동시에 촬영이 시작돼 관객들은 끊임없이 셋 사이를 넘나들게 된다. ‘촬영 중’과 ‘촬영 중 아님’의 겹겹이 얽힌 중첩 기법을 통해 ‘메타 영화(영화 속 또 다른 영화가 존재하는 구조로 자기성찰을 유도하는 방식)’ <골드 오어 쉿>은 영상과 현실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반영한다. 절대적인 진실이나 연기는 생활 속에 존재하지 않고, 편집된 다큐멘터리 <회고향적인>은 영화만큼 현실적이지 않다. <사시고인래>는 결국 아버지 우밍파(吳明發)가 대신 출연했지만 영화 속 저편에서 녹두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뒷모습은 마치 돌아가신 어머니를 촬영기술로 다시 되살려낸 듯하다.


<골드 오어 쉿>은 영상 세계와 현실 생활, 보편적인 생명이 공존하는 미묘한 공간을 연결한다. 이 공간에서 삶의 철학은 자유롭고 솔직담백하게 표현된다. 멈추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용기가 있는 것이지 결코 비겁함이 아니다. 삶이 걷고 또 멈추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때, 비로소 ‘인생’이라는 영화를 완성할 수 있다.

 

글|저우이신(周奕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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