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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고도 다른 중한 ‘福’ 문화


2024-02-05      



중국에서는 춘제(春節, 음력 설)에 ‘복(福)’ 자를 붙이는 풍습이 있다. 많은 중국인들은 ‘복’ 자를 거꾸로 붙인다. 복을 뒤집다라는 ‘푸다오(福倒)’라는 말이 복이 온다는 ‘푸다오(福到)’와 발음이 같아 집안에 복이 온다는 뜻이다. ‘복’ 자 하나에 많은 역사와 문화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복’ 문화

중국 상(商)나라 갑골문에서부터 ‘복’ 자를 찾을 수 있다. 신령에게 제사를 지내고 술을 올린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동한시대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복은 가호, 보우의 뜻이다. 역사가 흐르면서 ‘복’ 자에 행복, 아름다움, 상서롭다는 뜻이 더해져 풍성, 아름답고 원만함, 행운을 상징하게 되었다. ‘복’ 자는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한자 중 하나라고 장담할 수 있다. <상서·홍범(尚書·洪範)>에서는 ‘오복(五福)’이란 장수, 재부, 건강, 덕행, 편안한 죽음이라고 했다. 전국시대의 사상가 한비자(韓非子)는 ‘복’은 장수와 부귀라고 했다. 청나라 강희황제는 ‘복’ 자를 친서했고 이는 ‘천하제일복(天下第一福)’이라고 불렸다. 이 ‘복’ 자는 현재 베이징(北京) 궁왕푸(恭王府)에 보존돼 있다. 강희제는 다자(多子), 다전(多田), 다수(多壽), 다재(多才), 다재(多財)를 ‘복’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오늘날 많은 중국인의 복에 대한 인식과 큰 차이가 없다. 물론 요즘은 건강하고 평안하며 즐거우면 ‘복’이라고 생각하는 중국인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중국에는 “손해 보는 것이 곧 복이다(吃虧是福)”라는 말이 있다. 이는 작은 이익을 버리고 전체를 얻는다는 뜻이다.


예부터 중국인은 복을 바랐다. 고대 중국인은 복은 하늘이 내리는 것, 즉 ‘천관(天官)이 복을 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원과 도관을 찾아 복을 빌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선이 수행하고 거주하는 명산을 ‘복지(福地)’라고 하는데 중국에는 72개의 복지가 있다. ‘복지’ 외에 하늘에는 ‘복성(福星)’이 있다. 목성이 바로 그 복성인데, 인간의 화복을 관장한다. 또한 복성과 수성(壽星), 녹성(祿星)이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삼성(三星) 신앙을 이룬다. 한국의 대기업 ‘삼성’도 이런 문화적 의미를 지닌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춘제에 ‘복’ 자를 붙이는 것 외에 전통 건축과 의복, 기구에서도 ‘복’ 자 문양이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생활 공간 곳곳에 ‘복’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조선 사신이 청나라 궁궐의 취사도구에도 복 자가 새겨진 것을 봤을 정도다. 이렇다 보니 ‘복’과 같은 발음의 글자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박쥐를 뜻하는 중국어인 볜푸(蝙蝠)의 ‘푸(蝠)’가 복의 ‘푸(福)’와 발음이 같아서 박쥐는 복의 상징이 됐다. 옛날 사람들은 박쥐가 집으로 들어오면 길조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박쥐를 흡혈의 화신이나 마귀라고 생각하는 서양문화와는 전혀 다른 인식이다. 옛날 사람들은 박쥐의 도안이나 마크를 생활용품에 많이 활용했다. 이밖에 조롱박의 중국어 발음 ‘후루(葫蘆)’는 행복과 번영을 뜻하는 ‘푸루(福祿)’의 발음과 비슷해 집안에 장식하기도 했다.


한국의 ‘복’ 문화

같은 한자 문화권에 속한 한국도 ‘복’ 자에 자연스럽게 익숙하고 문화적 의미도 중국과 비슷하다. 한국인은 새해 인사로 “즐거운 새해 되세요(新年快樂)”가 아니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한다. 설을 쇨 때도 복주머니를 선물한다. 이것은 조선 왕실에서 화려한 색상의 비단으로 복주머니를 만들고 ‘복’ 자를 수놓은 전통에서 비롯됐다. 당연히 때로는 부(富), 귀(貴), 수(壽) 같은 상서로운 한자를 수놓기도 했다. 그리고 많은 가정에서 문이나 벽에 복조리를 걸어 집안에 복이 가득 들어오길 바랐다. 한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음력 1월 15일이에 ‘복밥’을 먹는 풍습이 있다. 백가반(百家飯)이라고도 하는 ‘복밥’을 먹으면 한 해 동안 건강하다고 믿었다. 장례에 참석하면 고인의 ‘명복(冥福)’을 빈다. 조선 헌종이 입관할 때 덮은 이불에도 금색으로 ‘복’ 자를 수놓았다고 한다.


‘다복다남(多福多男)’은 한국의 사자성어로 평안한 생활, 재산 축적, 자손 번창이라는 전통 농업사회의 생활 철학을 나타낸다. 현대 한국인은 점을 보러 가면 재물복과 자손복을 제일 많이 물어본다. 한국어의 ‘발복(發福)’은 현대 중국어와 달리 한자 그대로 운이 좋다는 뜻이어서 한국인은 보통 하루빨리 ‘발복’하길 바란다. 복권(福劵)이라고 하는 것도 복권에 당첨돼 행운이 찾아오길 바라는 것이 아닐까? 한국에서는 돼지가 부의 상징으로 은행과 쇼핑몰에서 ‘복 돼지’ 이미지를 자주 전시하고, 사람들은 돼지 꿈을 꿔서 재물이 들어오길 바란다.


고대 한국의 궁궐과 사원 이름에도 ‘복’ 자가 많다. 예를 들면 고려 시기의 복원관(福源觀), 명복궁(明福宮), 연복사(演福寺)와 조선 시기의 경복궁(景福宮), 융복전(隆福殿) 등이 있다. 조선 전기 궁궐에서 복신(福神)에게 제사를 지내는 의식을 거행했는데 여기서 복신이 바로 복성(福星)이다. 백제 비류왕의 동생 이름은 우복(優福)이었고, 복신(福信)이라는 이름의 장군도 있었다. 신라 신문왕 때 국정과 귀족회의를 총괄하는 ‘상대등’의 이름은 ‘진복(真福)’이었다. 이것은 고대 한국인이 ‘복’ 자를 넣은 이름을 매우 좋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한 양국의 ‘복’ 문화 교류

1790년 음력 1월, 조선의 동지사가 청나라에서 환대를 받고 있었다. 나이가 80세가 가까운 건륭황제가 갑자기 “조선 왕 정조에게는 아들이 있냐”고 물었다. 없다는 말에 건륭황제는 사신단에게 ‘복’ 자를 친필 작성하고 정조에게 복이 오길 바란다고 했다. 중한 양국의 긴 교류 역사에서 중국 황제가 친필 ‘복’ 자를 조선 군주에게 선물한 일은 유례가 없던 일이었다.


마침 같은 해 음력 6월 18일 조선의 왕자가 태어났고, 훗날 순조가 됐다. 건륭황제의 8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청나라를 방문한 조선 사신단에게 정조에게 아들이 태어났다는 말을 들은 건륭황제는 “매우 경사스러운 일”이라며 크게 기뻐했다. 1793년 조선 사신을 만나는 자리에서 건륭황제는 정조가 또 아들을 봤냐고 물었다. 건륭황제의 행동은 국가를 초월해 마치 가족의 어른이 손아랫사람의 생활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 1818년 청나라 가경황제도 조선 사신단에게 친필 ‘복’ 자를 정조에게 전달하라고 했다.


2020년 7월, 한국에서 처음으로 자이언트 판다가 태어났다. 이름 공모를 통해 새끼 판다가 중한 양국 국민에게 ‘복’을 주는 ‘보배’가 되길 바란다는 뜻의 ‘푸바오(福寶)’가 이름으로 최종 결정됐다. ‘푸바오’는 한국인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푸바오의 성장 스토리와 에세이가 한국에서 출판됐고,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에 등장하기도 했다. 올해 ‘푸바오’는 중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그러나 ‘복’에 대한 중한 양국의 인식과 애정은 변함이 없을 것이고, ‘푸바오’가 어디에 있든 양국 국민에게 무한한 ‘복’을 줄 것이라 믿는다. 더불어 여러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기를 바란다. 


글|위셴룽(喻顯龍), 상하이(上海)외국어대학 글로벌문명사연구소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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