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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귀도(萬里歸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중국 교민 철수’ 영화


2022-11-21      



해외에 있는 중국인들이 전쟁 상황에 맞닥뜨리면 어떻게 귀국할 수 있을까. 모두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방법은 바로 해외 주재 중국 대사관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 최근 상영한 영화 <만리귀도>는 내전이 발발한 누미아 공화국에서 중국 외교관들의 도움으로 수만 명의 중국인들이 화염에 휩싸인 전장을 벗어나 고국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교민 철수에 관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지명, 인명, 시간에서 예술적 각색을 거쳤지만, 국제 정세에 관심이 많은 관객이라면 어떤 사건을 본뜬 이야기인지 알 수 있다. 현실과 영화를 대조해 보면 더욱 이 영화가 ‘진짜’라는 느낌이 든다.


<만리귀도>의 진실감은 먼저 전란 분위기 조성에서 드러난다. 영화 초입에서 외교관 쭝다웨이(宗大偉)와 수행원 청랑(成朗)은 차를 운전하여 동료들과 함께 공항에서 대사관으로 이동한다. 짧은 길이지만 여기저기서 총성이 들리고 자욱한 연기가 피어오르며 위기 상황이 연이어 발생한다. 잠시 후 쭝다웨이의 친한 친구인 장닝(章寧)이 뜻하지 않게 유탄에 맞아 사망하는 등 전란 속에서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이 갑작스럽게 닥친다. 큰 충격을 받은 쭝다웨이는 바로 귀국하려던 일정을 포기한다. 아내가 곧 출산을 앞두고 있었지만 작고한 친구와의 우정, 외교관으로서의 책임과 청랑의 이상주의적인 뜻을 저버리지 않고 장닝을 대신하여 교민 철수를 돕기 위해 국경으로 향한다.


여기서 이 영화의 다른 진실, 즉 무기와 총탄 앞에서 우리가 느끼는 공포감, 무력감과 마주한다. 몇 년 전 개봉한 <오퍼레이션 레드 씨(紅海行動)>와 <전랑2(戰狼2)> 역시 교민 철수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보통 사람보다 훨씬 강한 체력과 격투 실력을 지닌 주인공들이 출연하여 격정적인 액션씬 비중이 매우 높다. 이와 달리 <만리귀도>의 주인공은 ‘무장(武將)’이 아니라 ‘문관(文官)’이다. 외교관으로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외교 여권을 내놓고, 이치를 따지고, 절차를 밟는 것 뿐이다. 중국 동포들의 국경지대 통과를 돕기 위해 그들은 언변을 이용하고 웃는 낯으로 상대의 체면을 세우거나 필요한 문서를 제출한다. 반군에 포위되어도 용감히 나서 싸우거나 총을 빼앗아 상대를 제압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죽음의 공포에 떨 수 밖에 없는 그들이다.


전쟁터에는 총알이 빗발치고 국경 수속은 너무나 까다롭다. 이렇게 교민 철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장닝의 아내 바이화(白嫿)가 이끈 100여 명의 전쟁터에 갇힌 중국 노동자들을 어떻게 구출할까. 바이화는 공장 노동자 중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고, 쭝다웨이와 청랑은 죽음을 불사하고 교전지로 돌아와 그들을 구출하며, 100여 명의 중국인들은 밤낮으로 30만보를 걸어 구조 지점에 도착한다. 중국 외교 인력은 손발을 맞춰 협력한다. 한 고리가 다음 고리와 이어지듯 그 누구도 포기하지 않은 ‘중국식 교민 철수’ 과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쭝다웨이 일행은 반군과 직접 대치하며 죽음의 위협과 동료들의 희생을 겪었지만 굴하지 않는다. 결국 반군의 총구에서 어린 소녀를 구하기 위해 쭝다웨이는 어쩔 수 없이 반군 여단장과의 ‘러시안 룰렛’ 내기를 받아들인다. 쭝다웨이를 연기한 장이(張譯)는 공포에 질려도 의연하게 방아쇠를 당기는 모습을 탁월한 연기력으로 소화해 내며 주인공의 남다른 용기와 책임감을 표현했다. 사실 총에는 총알이 없었다. 반군 여단장의 비겁함과 비열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정의가 승리한다는 이념 안에서 중국인들은 이렇게 무사히 머나먼 귀국 여정에 성공했다.  


글|랴오슈팡(廖秀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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