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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꽃이 활짝 피다


2022-11-08      글|추링메이(丘玲美)

햇빛이 조금 약해지자 선비(沈碧)는 책에서 머리를 들었다. 어머니가 빛을 등지며 다가와 “같이 산책할래?” 하고 물었다. 선비는 일어나 어깨를 쭉쭉 피며 “그래요”라고 대답했다.

 

어머니는 어느 집 앞까지 선비를 데리고 가더니 갑자기 다리가 아프다고 하면서 들어가 차 한 잔하자고 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집주인이 낯이 익었다. 인사를 하고 나서야 선비는 그가 10년 전 앞집에 세 든 뤄(羅) 아주머니라는 게 생각이 났다. 차를 세 잔 정도 마시자 어머니는 조금 안절부절못하는 선비를 보더니 “요 몇 년 사이 동네가 많이 변했는데 나는 여기서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더 나눌테니 너는 나가서 좀 둘러보라”고 권했다.

 

밖으로 나가자 하얀 물오리들이 뒤뚱거리며 걸어가다가 사거리에서 멈추더니 단체로 왼쪽으로 돌아가는 게 보였다. 그 모습이 흥미로워 선비는 오리들을 따라갔다. 왼쪽으로 돈 오리들은 줄지어 오리 우리로 들어갔다. 오리 우리 뒤로 특이한 생김새의 집이 보였다. 처마 아래 선학서원(善學書院)이라는 간판이 있는 작은 정원에 둘러싸이고 마당에 향긋한 향이 나는 계수나무와 파장화가 활짝 피어 있는 집이었다.

 

선비는 대문을 살짝 두드렸다. 아무 반응이 없자 그냥 안으로 들어갔다. 깔끔하게 정돈된 실내의 벽 삼면에 책이 가득 꽂힌 책장이 있고, 가운데에 탁자와 4개의 등받이 없는 의자가 놓여 있었다. 선비는 책장으로 다가가 쭉 둘러본 다음, 한 권을 꺼내 탁자에 앉았다. 마음에 드는 곳을 만나니 자신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책을 읽게 됐다.

 

가벼운 박수 소리가 두 번 들려 뒤를 돌아보니 말끔한 남자가 들어왔다.

 

“미안합니다. 허락 없이 들어와서!” 선비가 말했다. 

 

“괜찮습니다. 원래 마을 주민들을 위해 만든 책방인걸요. 손님이 찾아오니 제가 더 기쁘네요.”

 

남자가 대답을 하면서 능숙하게 차를 탔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남자의 이름은 천치(陳祺)이고 전역 후 고향으로 돌아와 땅을 빌려 담뱃잎 농사를 짓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양친이 일찍 돌아가셔서 서재에 빈 공간이 남아 집안에 있던 책을 정리해 마을 주민을 위한 작은 책방을 만들었다고 했다. 선비는 진심으로 감탄해 그와 더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바로 그때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천치는 선비를 대문 밖까지 배웅하면서 “책이 보고 싶으면 언제든 오세요!”라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선비는 어머니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날 이후 선비는 저녁에 시간이 날 때마다 책방에 가서 책을 읽었다. 천치는 책방에 늘 있지 않았지만 있을 때는 선비와 문학과 생산, 마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차츰차츰, 선비는 책방에 가는 길에 천치가 있기를 바라는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

 

뤄 아주머니의 집을 다시 방문하게 됐다. 뤄 아주머니는 선비를 붙잡고 “요즘 만나는 사람 있니?” 하고 물었다. 그러자 선비의 어머니가 “얘는 공부 밖에 몰라.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좀 시켜줘요”하고 대답했다. 뤄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마침 정말 괜찮은 사람이 있어. 내 조카인데…” 하고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선비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정말 감사한데요,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아요!”라고 사양했다.

 

바로 그때 천치가 “숙모, 아주머니, 안녕하세요!”하며 들어왔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선비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그 순간, 선비는 보았다. 어머니와 뤄 아주머니가 눈을 마주치며 의미심장하게 웃는 모습을.

 

뤄 아주머니 집에서 나왔을 때는 아직 날이 환했다. 천치는 나무 아래에서 선비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선비는 고개를 들자 마음이 환해지는 것 같았다. 지난번에 봤던 마당 옆 나무의 나뭇가지에 꽃이 활짝 피어 온통 붉게 물들어 있었던 것이다.

 

“엄마, 뤄 아주머니랑 미리 짰지?”

 

어머니는 손가락으로 선비를 콕 찍으며 “이 바보야! 너 같은 성격에, 내가 그런 방법이라도 안 쓰고 그냥 소개팅하라고 했으면 네가 했겠니?”하고 말했다.

 

선비는 두 팔로 어머니를 꽉 안았다. 파장화처럼 기분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글|추링메이(丘玲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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