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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대접한다


2022-10-14      글|저우하이량(周海亮)

지난 주말, 저우샤오우(周小五)는 세 사람에게 한턱 내겠다고 했다. 초대한 세 사람 중 두 명은 회사 상사였고 한 명은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한 친구였다. 저우샤오우는 호텔 식당의 룸을 예약하고 일찌감치 도착했다.


식당 직원이 호텔 식당에는 180위안(약 3만5000원), 380위안, 680위안짜리 훠궈(火鍋) 세트가 있다며 소개해주었다. 저우샤오우는 호쾌하게 680위안짜리를 골랐다. 이번 초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체면이었다.


저우샤오우는 신도시에서 회사를 다니고 부모님은 여전히 구도시에서 살고 있었다. 멀지는 않지만 저우샤오우는 일이 너무 많았기에 아주 가끔 집에 들렸다.


시간이 흘렀지만 초대한 사람은 한 사람도 오지 않았다. 저우샤오우는 상사 한 명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까지 왔냐고 물었다. 전화를 받은 상사는 깜짝 놀라더니 이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이 말했다. “이런 어쩌지? 방금 중요한 고객에게 호출이 와서 가봐야 할 것 같아. 중요한 일이라 오늘 식사를 같이 못 하겠어.” 저우샤오우는 “괜찮습니다. 일보세요”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 나서 식당 직원을 불러 “세트 메뉴를 380위안짜리로 바꿔주세요. 한 명이 못 온다는 군요” 하고 말했다.


그때 다른 상사에게 전화가 왔다. 갑자기 집에 일이 생겨 못 온다는 것이었다. 저우샤오우는 실망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시 한번 식당 직원을 호출해 “180위안짜리로 바꿀 수 없을까요?” 라고 물었다. 직원이 시큰둥하게 반응하자 저우샤오우는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다른 친구도 못 온다고 해서요, 낭비할 순 없잖아요” 하고 말했다.


남은 사람은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한 친구 뿐이었다. 저우샤오우는 친한 친구라 포장마차에 가서 60위안이면 두명이서 충분히 먹고 마실 수 있는데 이런 식사는 조금 과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왕 이렇게 됐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곧 친구가 도착할 시간이었기에 저우샤오우는 직원에게 음식을 올려 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몸이 안 좋아 병원에 가봐야겠다며 정말 미안하다고, 다음에 자기가 술을 사겠다고 말했다.


저우샤오우는 몹시 실망했고, 식탁 위에 가득 차려진 음식을 보고 난감했다. 이걸 어떻게 혼자 다 먹지? 포장해 갈까? 포장해 가도 숙소에는 데워 먹을 버너도 없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아버지였다. “주말인데, 집에 올 거니?”


“바빠서 못 가요.”


“시간 있으면 집에 한번 들러라. 집에 온지? 한 달도 넘었잖니, 네 엄마가 많이 기다린다.”


“정말 바빠요.” 저우샤오우가 헤헤 웃으며 대답했다.


“지금 어디냐?”


“호텔 식당이요……. 아, 맞다. 아버지 어머니 식사하셨어요? 안 드셨으면 오셔서 같이 식사해요.”


전화기 너머로 아버지가 잠깐 멈칫하며 “방금 같이 밥 먹자고 한 거 맞냐?”라고 물었다.


 “네, 맞아요. 제가 호텔 식당에서 두 분 식사 대접할께요.”


전화를 끊은 저우샤오우는 자신이 수많은 사람에게 식사를 대접했지만 정작 부모님께는 한번도 대접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잠시 뒤 부모님이 도착했다. 택시를 잡아타고 급하게 오신 것 같았다. 만면에 미소를 짓고 계신 것이 아들이 왜 갑자기 같이 밥을 먹자고 하는지, 가족이 처음으로 집이 아닌 곳에서 왜 함께 식사를 하는지, 가장 저렴한 세트 메뉴를 먹는지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저우샤오우는 아버지와 어머니께 각각 술을 따라드리고 자신도 술을 따라 쭉 마셨다. 갑자기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글|저우하이량(周海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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