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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酒談)


2021-03-11      글| 이재호(아주일보 베이징 특파원)

주당인 필자는 중국 유학 및 기자 생활하는 동안 술과 관련된 많은 추억이 있다. 오늘은 그 중 세 가지 추억을 돌이켜본다. 

2000년대 중반 베이징(北京)에서 가장 흔했던 바이주(白酒)인 징주(京酒)가 있었다. 필자가 베이징의 한 대학에서 유학할 때 어울리던 지인들과 장난스럽게 이렇게 섞어 마시는 술을 징징주(京京酒)라고 불렀다. 한국에서 유래한 폭탄주의 중국 현지화 버전이라고 하겠다.
 
여느 때처럼 학교 인근 양꼬치 전문점에서 징징주를 들이켜고 있는데 한 중국 학생이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우리 일행을 바라봤다. 평소 교내에서 눈인사는 하고 지내던 사이라 합석을 권했고 상대도 흔쾌히 응해 술판이 벌어졌다. 우리가 마시는 게 뭔지 묻는 그에게 두 종류의 술을 섞는 폭탄주(炸彈酒)라고 하자 섬뜩한 이름이라며 미간을 찌푸렸다. 필자는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강조하던 ‘허셰(和諧·조화)사회’가 문득 떠올라 한·중 양국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자리라는 뜻에서 ‘허셰주’라 부르자고 제안하니 다들 박장대소를 했던 기억이 난다.
 
술이 몇 순배 돌자 그와 함께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에서 왔다는 동향 친구들까지 식당으로 들이닥쳤다. 10여 명의 장정들이 허리띠를 풀고 술을 들이붓자 가게 안의 징주와 맥주가 금새 동이 났다. 남편은 한국인, 부인은 조선족인 식당 주인 부부가 아쉬워하는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주방에서 직접 빚은 좁쌀 막걸리를 내왔다. 우리는 주인 부부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뒤 호기롭게 단지 안의 막걸리를 퍼마셨다. 중국 학생들도 한국 미주(米酒)의 둔탁한 술맛에 엄지를 치켜들었다. 하지만 이미 취기가 오를대로 오른 터라 막걸리를 통해 체내로 흡수되는 알코올까지 감당해 낼 재간이 없어 이내 항복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의 도원결의 이후 필자와 양(陽)씨 성을 가진 산둥성 출신의 그 청년은 둘도 없는 친구가 돼 현재까지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술과 관련된 또 다른 한 가지 추억은 2015년 산둥성 옌타이(煙臺)에 출장을 갔다가 정부 관계자들과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생긴 에피소드다. 필자는 귀빈 대접을 받았는데 오로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의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에서였다. 2013-2014년 방영된 ‘별그대’는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별그대’의 인기 덕에 중국에도 치킨과 맥주를 함께 먹는 이른바 ‘치맥’ 문화가 전파됐다. 필자는 얼떨결에 자리에서 일어나 맥주잔을 일렬로 세운 뒤 그 위에 다시 일렬로 얹은 소주잔을 맥주잔 안으로 빠뜨리는 폭탄주 제조 시연을 했다. 소주잔이 도미노처럼 맥주잔 안으로 다이빙을 하자 좌중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술자리 분위기도 최고조에 달했다. 다만 눈요기를 선사하며 제조된 폭탄주가 중국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지는 못했다. 한두 잔을 마신 뒤에는 “싱겁다”, “너무 차갑다” 등의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결국 술자리는 옌타이 고량주를 마시던 원래 모습으로 회귀했다.
 
세번째 술 이야기는 중국 젊은이들의 술 취향에 관한 생각이다. 최근 중국의 젊은이들은 과도한 음주 대신 가볍게 한잔 즐기는 웨이쉰(微醺·살짝 취함)을 선호하는 것 같다. 필자가 만난 젊은 중국 친구들은 한국 술 중에서 과일 맛 소주를 유독 즐겼다. 여러 음료와 섞어 마시는 바이주 장샤오바이(江小白)가 인기를 끄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한다. 고된 일상 속 한잔 술로 작은 위안을 받을 수만 있다면 주종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중국의 대표적인 시인 도연명은 술로 ‘시름을 잊는다(忘憂物)’고 했고, 삼국지의 영웅 조조 또한 ‘무엇으로 시름을 떨치리오, 오직 술뿐인 것을(何以解憂, 唯有杜康)’이라 하지 않았나. 
 
 

글| 이재호(아주일보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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