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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만두


2021-01-14      글| 이재호(아주일보 베이징 특파원)

2010년 1월 상하이(上海)에 갔다. 그해 4월 열릴 예정인 상하이 세계박람회 준비 상황을 취재하기 위한 출장이었다. 한겨울이었지만 “상하이 날씨가 얼마나 춥겠어” 라 만만히 여기고 얇은 패딩 점퍼만 덜렁 입고 갔다가 큰코다쳤다. 바닷바람이 가미된 상하이의 겨울은 추웠다. 

곳곳이 공사판인 상하이 거리를 종일 쏘다니다 보니 온몸이 얼어붙었다. 온기가 필요했다. 도심인 우장(吳江)로를 지나다가 환기통으로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식당이 눈에 띄어 들어갔다. 이미 자리를 잡고 앉은 손님들을 둘러보니 숟가락 위에 올려놓은 만두를 후후 불어가며 먹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은 상호가 기억나지 않는 그 식당은 ‘성젠(生煎) 전문점’ 이었다. 성젠은 고기 육수가 든 만두를 아랫부분만 구워 내는 음식이다. 젓가락으로 윗부분을 찢어 뜨거운 김을 빼내고 중국 식초를 곁들여 한입에 넣으면 촉촉함과 바삭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만두피, 풍부한 육향의 만두소, 고소한 육즙이 한데 어우러져 천상의 맛을 선사한다.
 
성젠 한 접시를 허겁지겁 먹고 나니 얼었던 몸이 녹으면서 노곤해졌다. 그 느낌이 가시는 게 싫어 줄을 선 손님들이 빈 접시를 노려보며 눈치를 줘도 한동안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그날의 성젠은 어릴 적 할머니가 직접 빚어 구워 줬던 일본식 야끼만두와 더불어 필자가 첫손에 꼽는 만두 요리다. 빠듯한 일정과 추운 날씨에 지쳐 힘들었던 그때의 상하이 출장을 추억하게 만드는 음식이기도 하다. 
 
성젠보다 더 잘 알려진 중국의 겨울 음식 중 훠궈(火鍋)가 있다. 끓는 육수에 고기와 해산물, 채소 등을 넣어 살짝 익힌 뒤 소스에 찍어 먹는 요리다. 필자가 훠궈를 처음 접한 건 의외로 홍콩에서였다. 역시 홍콩에 출장을 갔을 때인데 취재원과의 저녁 식사 때 다볜루(打邊爐)라는 음식을 먹었다. 광둥(廣東)식 혹은 홍콩식 훠궈라 하겠다. 둥근 냄비가 ‘우물 정(井)’ 모양으로 나뉘어 있어 다양한 맛의 육수를 즐길 수 있다.
 
이후 수많은 식당을 찾아 훠궈를 먹었다. 주로 뽀얀 국물의 백탕(白湯)과 매운맛의 홍탕(紅湯)이 나눠 담긴 원앙탕(鴛鴦湯)을 주문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얼얼한 마라향의 홍탕을 더 선호한다. 중국에 부임한 이후 대학 친구를 만나러 쓰촨(四川)성 충칭(重慶)에 갔는데 “훠궈 본고장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라오훠궈(老火鍋)라는 간판이 즐비한 골목으로 잡아끌었다. 충칭 훠궈의 매운맛은 마라향을 즐기는 필자도 손사래를 칠 정도로 강렬했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화장실을 들락거리느라 불면의 밤을 보내야 했다.
 
성젠이나 훠궈 말고도 중국의 겨울 추위를 누그러뜨려 줄 음식이 많다. 거리를 걷다 보면 본능에 이끌리듯 향하게 되는 군밤 냄새, 중국인들이 보양식처럼 먹는 뜨끈한 국물의 양러우몐(羊肉麵), 과일 꼬치에 물엿을 입혀 완성된 달콤함으로 여성과 어린 아이들을 유혹하는 탕후루(糖葫蘆) 등등. 한국의 정월 대보름에 해당하는 원소절(元宵節)에 먹는 탕위안(湯圓)도 별미다. 단맛 나는 소를 넣은 찹쌀 경단을 뜨거운 물에 삶아 먹는 음식인데, 보름달 모양의 꿀떡이 꿀떡꿀떡 넘어간다. 
 
주당(酒黨)인 필자에게는 목 넘김 한 번으로 몸을 덥혀 주는 술도 겨울나기 친구 중 하나다. 성젠 하나를 삼키고 고량주 한 잔을 들이키면 금상첨화일텐데. 상하이 우장로의 그 식당을 다시 찾아가 고량주와 함께 성젠을 다시 한번 맛보고 싶다. 
 
 

글| 이재호(아주일보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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