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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적(高適)─<동정란과 작별하며(別董大)> 2수 중 제1수


2020-01-09      글ㅣ임명신(한국)

千里黃雲白日曛, 北風吹雁雪紛紛。

莫愁前路無知己, 天下誰人不識君。

Qiānlǐ huángyún báirì xūn, běifēng chuīyàn xuěfēnfēn.

Mòchóu qiánlù wúzhījǐ, tiānxià shéirn bùshíjūn

천리황운백일훈, 북풍취안설분분.

막수전로무지기, 천하수인불식군.

천리길 누런 먹구름과 침침한 태양,

북녘 찬바람 기러기 몰아치고 눈발 흩날리네.

앞길에 좋은 없을까 염려 마시게,

세상 어느 누가 그대를 몰라보겠소!


서기 747 겨울, 고적(704-765) 동정란(董庭蘭, 695-765) 마주친다. 구직활동에 실패한 변방지역을 떠돌다 수도 장안으로부터 1700 떨어진 수양(睢陽, 허난(河南) 상추(商丘) 남쪽) 땅에 돌아와 있던 차였다. 그의 원래 고향은 발해수(渤海蓚, 허베이(河北) ()현이다. 일명董大(동씨네 맏이)’ 동정란은 당대의 저명 음악인(칠현금의 대가)으로, <이진(頤眞)> 북방민족 피리 곡을 옮긴 <호가(胡笳)> 2(/) 작자로 알려져 있다. 오십 넘어 시작(詩作)에도 매진해 주목을 받기에 이르렀다는데, 전해지는 것은 이들 악곡뿐이다. 유튜브로 시청할 있다.


칠현금이란 우리의 가야금과 비슷한 7현의 고악기, 오늘날의 고금(古琴) 말한다. 단순한 외형과 그윽하고 수수한 음색을 지녔다. 흔히 중국 관련 동영상에 배경음으로 깔리는 섬세한 금속성 하프 소리의 고쟁(古箏, 보통 21)보다 대중적인 대신 클래식한 맛이 있다. 고금은 서역문물 이입이 왕성하던 성당기를 거치면서도 화려한 유행음악들과 격조를 달리하며 원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현대까지 살아 있다. <동정란과 작별하며> 필히 만추-겨울에 어울리는 고금의 음색, 기왕이면 동정란의 곡을 찾아 들으며 감상해보시기 바란다.


고적은 잠삼() 더불어변새(邊塞) 시인으로 통한다. 시절, 변새(변경 요새) 땅끝의 다른 표현이나 다름없었다. 전쟁의 위험으로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 춥고 황량하며 문명세계 너머 야만과 맞닿은 곳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고적은 변새 특유의 풍광, 징병-징용-죽음-이산의 고통 슬픔을 노래한 작품들의 성취도가 높다. 비장하면서도 호쾌한 그의 변새시는 당대 시풍에 신선한 이채를 더했다.


747 겨울 재회 당시, 고적과 동정란 모두 곤궁한 신세였다. 불우한 문인과 가난한 음악가의 해후에 구절구절 인생사 세상사의 난해함과 불가측성, 절망과 희망이 뒤엉켰을 것이다. 때는안사의 8 앞둔 천보(天寶) 5, 30년의 성공적 치세 끝에 권태와 도덕적 해이에 빠진 현종 이융기가 양귀비와 더불어 자신의 전반기 업적을 깡그리 말아먹기 시작한 시기, 번영의 정점을 찍은 당나라의 내리막길이었다.


23 ,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는 두보의 칠언절구 <강남에서 이구년을 만나다(江南逢龜年)> 있다. 최고의 명창이자 장안의 명사였던, 그러나 난리 끝에 영락한 이구년을 아름다운 계절 강남에서 다시 만난 두보. 과거의 영화와 현재의 곤궁, 변함없는 산천과 무상한 인간사의 역설을 일깨우는 미학으로 심금을 울린다(正時江南好風景,花時節又逢君). <동정란과 작별하며>에선 현실을 암시하는 듯한 삭막한 풍경을 애써 넘어서려는 위로와 덕담, 희망과 인간미가 인상적이다. 시인은 실제 2수에서 토로하는 , 모처럼의 상봉 자리에 술값도 없는 처지였다(丈夫貧賤應未足,今日相逢無酒錢).


서로 아는 사이였던 고적, 이백(3 연상), 두보(8 연하) 즐겨 비교되는 시인들이다. 이백과 두보가무엇보다 시인이었다면, 고적은 출사(出仕) 적극 추구했다는 점에서사대부적이다. 그러나 문약한 선비가 아닌, 부조리에 분노하는협객 풍모를 함께 보여준다. 직언으로 좌천당하고 지방관을 전전하는 관직의 길이 순탄치 않았으나 말년에는 연이어 영전했다. “당나라 이래 시인 유일하게 출세한 사람으로 꼽힐 정도다(<구당서(舊唐書)-고적 >).


두보와의 교유는 죽을 때까지 이어졌고 오언율시 <고적께 드림(寄高適)>, 칠언고시 <정월 초이레 두보에게(人日寄杜二拾遺)> 전한다. 사람은 장안 시절 종종董大(동정란)’ 연주를 듣는 자리에 동석했을 모른다. 음악인 동정란은 고적의 시편으로 특별한 생명을 얻었고, 살아 생전 이미 이름 있는 시인 고적이지만, 훗날 중국문학사 2 스타 두보와의 교유가 그에 대한 호감과 존재감을 더해주는 같다. 천고의 세월을 넘어 회자되는 인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또한 이다.



글ㅣ임명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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