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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객건연집>으로 보는 중한 문인 간 교류


2019-12-06      

시로써 벗을 사귀고 글로써 우정을 맺는 것은 과거 동아시아 문인 사이에선 중요한 교류 방식이었다. 중한 문인들은 지리적 간극을 뛰어넘어 시와 글로써 교류의 다리를 이었고, 이를 통해 상호 이해하고 학습하며 양국 문화 교류에 수 많은 미담을 낳았다.

1776년 청나라로 향하던 이씨왕조(조선) 사절단이 저마다 마음 속으로 ‘정조대왕이 하달한 출사임무를 어떻게 완수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던 가운데, 한 사람은 또 다른 임무를 짊어지고 있었다. 바로 친구들이 부탁한 시집을 청 나라의 유명한 문인들에게 전달하고 그들의 평가를 얻는 것이었다. 사절단을 따라 나섰던 평범한 문관은 유금(柳琴)이었다. 그에게 부탁을 했던 이들은 당대의 젊은 시인 4인방, 박제가(朴齊家), 이덕무(李德懋), 유득공(柳得恭), 이서구(李書九)였다. 이들 네 명의 시인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모아 <한객건연집(韓客巾衍集)>을 냈다. 당시 20-30세에 불과한 젊은이들은 뛰어난 문학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출신 등의 여러 이유로 인정을 받기 힘들었고, 따라서 자신들의 작품이 청나라 문인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이름을 떨칠 수 있기를 바랐다. 
 
베이징(北京)에 도착한 유금은 곳곳을 돌아다니며 베이징에 살고 있다는 유명 시인들을 수소문했다. 재미있는 것은 베이징 유리창(琉璃廠)을 돌아다니던 유금은 당시의 저명한 시인이었던 이조원(李調元)의 시집 <월동황화집(粵東皇華集)>을 본 뒤 크게 탄복했는데, 건륭황제 또한 <월동황하집>을 극찬했다는 것을 듣게 된 것. 이후 유금은 이조원의 거처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어렵지 않게 그의 집을 찾을 수 있었다. 
 
낯선 손님의 갑작스런 방문에 이조원은 크게 놀랐다. 특히 그때까지 조선 시인의 작품을 접한 적이 없던 그는 조선 문인들의 높은 한시 수준에 경탄하며 네 명의 시인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조원은 유금의 부탁으로 시집에 서문을 써준 것은 최고의 평가를 남겼다. ‘여기세열지, 이내익탄시학지미망야(余既細閱之, 而乃益嘆詩學之未亡也).’ 조선 문인의 한시가 청 나라 시가(詩歌) 보다 고대 중국 시풍(詩風)에 더 가깝다는 뜻이다. 이를 계기로 유금과 이조원은 두터운 우정을 맺었다. 이조원은 유금을 위한 시 <기하주인가(幾何主人歌)>, <기류기하(寄柳幾何)> 등을 짓기도 했다. 유금의 조카 유득공의 문집 <병세집(並世集)>에도 이조원이 유금에게 써준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조원 외에도 유금은 청나라 문인 반정균(潘庭筠)의 집도 찾아갔다. 반정균은 앞서 조선 문인 홍대용과 밀접하게 교류하면서 조선에서도 유명세를 떨치던 인물이었다. 반정균 역시 시집을 완독한 뒤 “몇 번을 읽어도 차마 손에서 내려 놓기가 아쉽다”며 감탄했다. 
 
이조원과 반정균의 서문과 극찬으로 젊은 시인 4인방은 베이징에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같은 소식은 조선에 전해졌으며, 그들의 시집 또한 광범위하게 퍼지기 시작하여 오래도록 인기가 시들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더 큰 의미를 갖는 것은 <한객건연집> 뒤에 감춰진 양국 문인들의 교류 이야기가 알려지며 이것이 조선 문인들의 청나라 학습과 ‘북학(北學)’ 강조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청나라 문인들의 격려 속에 젊은 시인 4인방은 청나라에 대한 호감을 키웠고, 청나라에 대해 이해하고 공부하고자 하는 바람 또한 커졌다. 예를 들어 이덕무는 이조원과 반정균이 자신의 작품에 남긴 평가를 확인한 후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며 자신의 재능을 알아준 데 대해 감사와 가능한 빨리 청나라에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썼다. 그로부터 2년 뒤 이덕무는 박제가와 함께 베이징으로 향했다. 훗날 박제가는 <북학의(北學議)>를 통해 ‘북학’을 강조함으로써 조선에 분위기 변화를 가져왔다.
 
 
글|위셴룽(喻顯龍), 상하이(上海)외국어대학교 세계문명사연구소 부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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