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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詩經, 소아小雅)

─녹명(鹿鳴)


2019-09-19      

呦呦鹿鳴,食野之苹。我有嘉賓, 鼓瑟吹笙。
吹笙鼓簧. 承筐是將。人之好我, 示我周行。
Yōuyōulùmíng shíyězhīpíng. Wǒyǒujiābīn gǔsè chuīshēng. 
Chuīshēnggǔhuáng chéngkuāngshìjiāng. Rénzhīhǎowǒ shìwǒzhōuháng.
유유록명, 식야지평.아유가빈, 고슬취생. 
취생고황, 승광시장.인지호아, 시아주항.
呦呦鹿鳴, 食野之蒿。我有嘉賓, 德音孔昭。
視民不恌,君子是則是效。我有旨酒,嘉賓式燕以敖。
Yōuyōulùmíng shíyězhīhāo. Wǒyǒujiābīn déyīnkǒngzhāo. 
Shìmínbùtiāo jūnzǐshìzéshìxiào. Wǒyǒuzhǐjiǔ jiābīnshìyànyǐáo.
유유록명, 식야지호.아유가빈, 덕음공소. 
시민부조, 군자시칙시효.아유지주, 가빈식연이오.
呦呦鹿鳴, 食野之芩。我有嘉賓, 鼓瑟鼓琴。
鼓瑟鼓琴, 和樂且湛。我有旨酒, 以燕樂嘉賓之心。
Yōuyōulùmíng shíyězhīqín. Wǒyǒujiābīn 
gǔsègǔqín. Gǔsègǔqín hélèqiědān. Wǒyǒuzhǐjiǔ yǐyànlèjiābīnzhīxīn.
유유록명, 식야지금.아유가빈, 고슬고금. 고슬고금, 
화악차담.아유지주 이연락가빈지심.

사슴들 소리 내며, 들판의 풀을 뜯네. 
내게 귀한 손님 있어, 瑟켜고 笙을 부노라.
笙불고 簧치며, 선물바구니 받들어 바치네. 
사람들 나를 반기며, 갈 길 인도하누나.
사슴들 소리 내며, 들판의 풀을 뜯네. 
내게 귀한 손님 있어, 훤히 빛나는 그 말씀.
백성들 경박함 사라지고, 군자들도 본보기 삼네. 
맛난 술 있어, 귀한 손님들 잔치하며 즐기리.
사슴들 소리 내며, 들판의 풀을 뜯네. 
내게 귀한 손님 있어, 瑟琴을 울리리.
瑟琴을 울리며, 어우러져 즐기네. 
맛난 술 있어, 잔치 벌여 귀한 손님들 즐겁게 하노라.


<鹿鳴>은 임금이 귀한 손님을 위해 잔치할 때 쓰던 악곡이다. “呦呦…” 울음은 울음인데 ‘기분 좋은 울음’, 사슴의 소리 답게 느긋하고 우아하다. 유순한 품성의 성서로운 동물 하면 대표적으로 사슴 아닐까? 먹거리를 만나면 다투는 일 없이 무리지어 함께 먹는 습성을 가졌다고 한다. 과연 더불어 먹고 마시는 자리에서 멋진 상징과 은유가 될 만한다.

시어의 적절한 반복과 변화가 주는 매력을 짚어보자. 모든 절이 “呦呦鹿鳴”로 시작해 “食野之~”로 이어지고 끝 글자만 바뀌며(苹→蒿→芩) 반복된다. 음악적 기교(píng→hāo→qín)이자 들풀 우거진 대지의 풍요로움도 전해준다. 절마다 반복되는 “我有嘉賓”은 당장 중국어회화에 써먹어도 좋을 구어적 표현이다. 고상한 출전 덕분인지, 입에 올렸을 때 불가사의한 멋스러움이 감도는 듯하다.

“鼓瑟吹笙” “吹笙鼓簧” “鼓瑟鼓琴”에 들어있는 ‘고(鼓)’는 모두 동사다. 팬 플루트 비슷한 악기 ‘笙簧’이 있긴 하나 ‘笙’과 ‘簧’을 갈라놓은 것으로 보아 각각 피리(笙), 관악기 리드(reed) 모양의 납작 판을 엮은 타악기(簧片)로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제3절에 등장하는 ‘琴’을 더하면 드디어 현악기-관악기-타악기가 망라된 악단이 상상된다. 성대하고 구색을 갖춘 연회임을 알 수 있다.

제1절 “呦呦鹿鳴” 이하 4개 구는 저 유명한 조조(AD 155-220)의 <단가행(短歌行)>에 고스란히 삽입된 부분이다. 천하가 다 아는 노래였으니 요즘 말로 ‘표절’은 아니지만 패권을 과시하는 효과는 있었으리라. 본래 주나라 왕(천자)의 악곡이던 <鹿鳴>을 춘추전국 이래 힘 있는 제후들이 즐기게 되었던 것이다. 제1절 후반 “承筐是將”의 ‘將’은 ‘선사하다’로 쓰였다. 제2절 “德音孔昭”의 ‘孔’은 부사(매우)로 해석되는 드문 용례로 기억해두자. ‘恌’ ‘燕’ ‘敖’는 각각 ‘경박할 佻’ ‘잔치 宴’ ‘놀 遨’로 통용 내지 대체 가능한 글자들이다. “嘉賓式”의 어기조사 ‘式’ 역시 이색적이라 기억에 남을 것 같다.

2500-3000년 전 수천 가운데 305수가 전해져 ‘시(詩) 삼백’이라 불리던 노래가사집이 유학을 국시로 한 한나라(BC 202-AD 220) 이래 공자의 권위에 힘입어 ‘시의 바이블(經)’로 등극했다. 세상공부나 민심파악에, 관직의 등용문에 시의 이해와 시작이 요구되던 문명, 그 두드러진 시의 공공성(사회성-정치성)은 <시경>의 전통에서 기원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원 각국의 민요(風)-궁중 의전음악(雅)-제례음악(頌), 그 중 ‘雅’가 大雅(조회용)-小雅(연회용)로 나뉘어 <시경>은 총4편으로 이뤄진다. ‘小雅’편의 첫 장을 장식하며 주나라 예악문화의 품격을 보여주는 작품이 <鹿鳴>이다. 공자가 이상향처럼 그토록 동경하던, 술자리조차 격식과 규범을 추구했던 시대의 한 풍경이다. ‘禮樂’이야말로 공자에게 삶 그 자체였다. 존재의 관계성을 확인하고 유지시키는 틀 인 ‘禮’, 그걸 채우는 ‘樂’. 인생 고비고비의 인간정신은 樂(시+음악)의 형태로 禮에 담겨 표출되는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鹿鳴>의 유구한 인기는 실로 엄청나다. 유교적 이상국가를 지향한 조선에선 당연히 중시되었고, 심지어 19세기 후반 전면적 서구화 ‘탈아입구(脫亞入歐)’에 매진하던 메이지 일본조차 유럽형 최고급 사교클럽 이름을 ‘鹿鳴館(로쿠메이칸)’이라 했다. 그러고 보니 주나라 예악문화의 일단이 대한민국에 존재한다. 바로 세계무형문화유산 ‘종묘제례악’. 이를 동아시아 중세질서 속 조선왕조의 ‘문화적 보편주의, 심미주의’가 전해준 ‘기적 같은 골동품’이라 부르고 싶다.


글ㅣ 임명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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