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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만리(楊萬里)―새벽 정자사에서 임자방을 송별한다(曉出淨慈寺送林子方) 2수 중 제2


2019-08-20      


畢竟西湖六月中,風光不與四時同。
接天蓮葉無窮碧,映日荷花別樣紅。
Bìjìng Xīhú liùyuèzhōng, fēngguāng bùyǔsìshítóng. 
Jiētiānliányè wúqióngbì, yìngrìhéhuā biéyànghóng
필경서호륙월중, 풍광부여사시동. 
접천련엽무궁벽, 영일하화별양홍.

어디까지나 서호의 유월, 
그 경치는 여느 사계절과 다르지. 
하늘에 닿을 듯한 연잎들 끝없이 푸르고, 
햇살 받는 연꽃들 유난히 붉네.

무수한 시인묵객들에게 영감을 준 ‘서호’, 이 천하명승 호반의 유서 깊은 사찰(정자사)에서 쓴 ‘송별시’가 시종일관 경치의 찬미? 은유와 함의를 따져보는 것이야말로 한시 감상의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제목 역시 작품의 일부, 때론 작품 이해의 결정적 힌트가 된다. 황제의 조서 초안 담당자(祕書少監)인 임자방은 태자의 교사였던 양만리(AD 1127-1206)의 하급자이자 좋은 벗이었다. 두 사람은 어울려 시국을 논하고 시문을 교류하며 의기투합, 서로를 ‘지기’로 여겼다. 

1187년 임자방이 복주(福州)로 발령받자 양만리는 복합적인 감정을 서호의 경치에 담아 노래한다. 일반적 해석에 따르면, 3-4구의 ‘天’과 ‘日’이란 ‘天子’를 상징하는 바, 멀리 가지 말고 황제 가까이 남아 “接天” “映日”해서 “無窮碧” “別樣紅” 하면 좋을 것을(((‘紅’은 ‘잘나가다(走紅)’를 연상시킨다), 요컨대 만류의 석별이다. 그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임자방은 그저 “좋은 詩요 좋은 詩!” 감탄하며 임지로 떠났고 더 이상 역사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승진해 간다고 마냥 좋아하는 절친에의 허전함도 느껴진다. 딴전 피우듯 경치 얘기만 하는 시인의 속내, 그 모든 게 첫머리의 ‘畢竟’에 담긴 듯하다. 

후반부의 깔끔한 대구도 좋으나 가장 절묘한 구석은 역시 ‘畢竟’, 곱씹어볼 대목이다. 감흥을 터뜨리고 밀어붙이며 작품 전체의 심미적 긴장감을 지탱한다. ‘어디까지나, 어쨌거나, 결국, 필경’ 등을 뜻하는 부사 하나가 이토록 묵직하고 다층적인 느낌을 발하다니! 무더운 음력 6월의 항주지만 그 안의 서호는 별세계다. 무성한 연잎은 시원스레 푸르고 붉은 연꽃은 청초하며 탐스럽다. 보통 여름과 다른 여름, 그대가 떠나는 음력 6월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질리지 않을 풍광, 그것을 공유할 수 없게 될 이별 앞에서 절로 흘러나온 한숨 같은 시어, 그게 바로 ‘畢竟’ 아니었을까? 

양만리의 시대, ‘서호의 도시’ 항주는 금나라에 밀려 남하한 송나라(남송)의 도읍지로 당시 임안(臨安)이라 불렸다. 이 시기가 되면, 중원의 한족과 북방 유목민족들 사이의 이질성과 반목은 결정적으로 분명해진다. 화이(華夷)적 세계관, 한자문명의 정체성(문치주의), 한족중심의 문화적 자아가 확고해진 시대, 즉 주자학과 사대부 계층이 자리 잡은 시대였던 것이다. 

유가경전과 시서화를 하나의 세계로 체득한 학자-예술가-관료의 통일체, 진리 탐구와 경세(經世) 주체로서의 지식인=사대부, 양만리는 전형적인 사대부였다. 강서성 길주(吉州, 오늘날의 吉安시) 출신으로 字를 정수(廷秀),號를 성재(誠齋)라 한다. 가뭄으로 세금미납 죄수가 된 백성들을 위해 탐관오리들의 착취나 횡령을 제도적으로 막으려 노력한 강직한 관료인 한편, <역경>의 주석서 <성재역전(易傳)>을 남긴 학자였다. 2만수 이상의 詩를 남겼고 그 중 4200여 수가 전한다. 경쾌함, 기발함, 자유로움으로 빛나는 그의 詩세계는 평이한 언어를 즐기며 속어도 꺼리지 않으나 속되지 않다.


글ㅣ임명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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