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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제, 풍속은 바뀌어도 의미는 이어져야


인민화보

2019-04-11      인민화보

음력 정월 초하루인 설은 한국의 중요한 명절이다. 설 연휴가 시작되면 고향의 부모와 친지를 만나러 가는 수 천만의 귀성객들로 고속도로와 철도는 물론 하늘길까지 몸살을 앓는다. 한국에서는 이 광경을 ‘민족 대이동’ 등으로 부르는데, 중국인 입장에서는 다소 과한 표현으로 느껴질 수 있겠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의 설인 춘제(春節) 연휴 기간에 이동하는 인원은 지난해 기준으로 무려 30억명에 달했다. 이 정도는 돼야 ‘대이동’이라는 표현에 부합할 듯 싶다. 

2000년대 초반 중국에서 유학할 때 한국행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베이징(北京)에서 춘제 연휴를 보낸 적이 있었다. 낙담한 필자의 모습을 보고 안쓰러웠던지 당시 중국어 과외를 해주던 친구가 허베이(河北)성의 고향집으로 초대를 했다. 그곳에서 만 이틀을 머물며 중국의 춘제 풍속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친구와 함께 도착했을 때 마을 주민들은 집안 청소에 여념이 없었다. 불행을 쓸어내고 행운을 맞이하기 위한 의식이란다. 고향집 대문에 붙어 있던 붉은색 종이 두 장에는 왼쪽에 ‘춘회대지(春回大地)’, 오른쪽에 ‘복만인간(福滿人間)’이라고 쓰여 있었다. ‘봄이 온 땅에 돌아오니, 복이 모든 사람들에게 충만하다’라는 뜻인데, 이처럼 좌우 문구가 대칭이 되도록 적어 대문에 붙이는 것을 ‘춘롄(春聯)’ 혹은 ‘두이롄(對聯)’이라고 부른다. 집안에 좋은 기운이 들어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다.
 
청소를 마친 뒤 다 함께 모여 저녁에 먹을 교자(餃子)를 빚고 있는데 친구 아버지가 재미있는 설화를 소개했다. 아주 오래 전에 ‘녠(年)’이라는 머리가 길고 뿔이 커다란 괴수가 살았는데, 평소에는 잠만 자다가 섣달 그믐밤(除夕)이 되면 마을로 들어와 사람과 가축을 잡아먹으며 배를 채웠다. 사람들은 매년 녠이 돌아올 때가 되면 산속으로 피신하는 게 연례행사가 됐다. 하루는 백발의 노인이 찾아와 괴수를 물리치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실제로 대문에 붉은 종이를 붙이고 집안에 촛불을 켜놓은 뒤 대나무를 태워 폭발음을 일으켜 녠을 내쫓았다. 이때부터 춘제를 보낼 때 두이롄을 붙이고 폭죽을 터뜨리며 섣달 그믐날 잠들지 않고 밤을 새는 풍습이 생겼단다. 

밤 12시가 넘자 춘제의 백미로 불리는 ‘볜파오(鞭炮·폭죽) 터뜨리기’가 시작됐다. 옆에 서 있던 친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끄러웠다. 밤을 새우는 풍습이 없었더라도 잠을 청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제야 음식인 녠예판(年夜飯)을 먹으며 TV를 시청하다가 아침이 밝자 친구를 따라 마을 어르신들에게 머리를 숙이며 ‘바이녠(拜年)’이라는 새해 인사를 건넸다. 어르신들은 한국인이 멀리서 왔다며 미리 준비해 둔 세뱃돈을 내미는 데, 붉은 봉투에 들어있어 ‘훙바오(紅包)’라고 부른다. 예상치 못했던 세뱃돈을 받고 어린애처럼 즐거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올해 초 10여 년 만에 다시 돌아와 지켜본 춘제 풍경은 과거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훙바오의 경우 직접 봉투를 건네는 것보다 웨이신(微信·위챗) 등 간접적인 수단으로 전달하는 게 일반화됐다. 

지난해 춘제 전날인 2월 15일 하루 동안에만 6억8800만명이 460억개의 훙바오를 전송했다. 전년보다 15% 증가한 수치다. 모바일 훙바오가 처음 등장했던 2014년 춘제 기간에 홍바오를 주고받는 사람은 2000만명에 불과했지만 4년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경제 발전으로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명절에 고향을 방문하는 대신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일상적인 광경이 됐다. 지난해 춘제 연휴 기간 중 해외 여행객은 650만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세계 68개국 730개 도시가 중국인 여행객으로 북적였다. 

필자에게 가장 큰 안도감을 선사한 것은 춘제 때 문 닫는 상점이 예전처럼 많지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떠나 유령 도시가 된 베이징 거리를 배회하며 어디서 끼니를 때워야 하나 걱정하던 때가 그리울 때도 있다. 시대상이 바뀌면서 세시풍속에도 변화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다만 한 해를 갈무리하며 온 가족이 모여 서로 감사의 뜻을 표하고 건강과 행복을 기원해주는 춘제 고유의 의미만은 오래도록 퇴색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이재호(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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