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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와 루이싱, 중국의 커피 문화는 진화 중


인민화보

2018-12-29      인민화보



필자는 카페인 의존증 환자다. 대입 시험을 준비하며 집중력을 높인답시고 처음 커피에 손을 댄 뒤부터 카페인 섭취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글 쓰는 것이 직업이 된 다음에는 하루 2~3잔씩 마시고 있다. 마감이 임박한 날이면 한두 잔 더 들이킬 때도 있다.

필자의 베이징(北京) 사무실 인근의 커피 전문점 주인들은 필자를 VIP 고객으로 분류해 놓았을 게 확실하다. 매일 아침 저마다의 특색이 있는 여러 브랜드의 커피 전문점 가운데 한 곳을 선택하는 건 행복한 고민이다.

베이징의 한 대학교에서 유학하던 2002년에는 가장 가까운 커피 전문점이 스타벅스 왕푸징(王府井)점이었다. 기숙사를 나와 버스를 타고 40분 정도 달려야 도착할 수 있었다. 오가는 와중에 외국인 유학생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던 것은 즐거운 기억이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카페인 의존증 환자인 필자 입장에선 당시 베이징의 커피 전문점 수는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중국에서 커피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으로 추정된다. 아마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게 모멘텀이 됐을 수 있다. 

차(茶)의 나라였던 중국에 커피라는 문화 코드를 이식한 공로자는 단연 스타벅스다. 최근 중국에서 재미있는 통계가 발표됐다. 스타벅스 매장 수가 130개 이상인 도시를 1등급으로 분류했는데, 베이징과 상하이(上海), 선전(深圳), 광저우(廣州), 항저우(杭州), 쑤저우(蘇州) 등 6개 도시가 포함됐다. 이들 도시의 스타벅스 매장 수는 미국 뉴욕과 LA, 일본 도쿄 등과 비슷했다. 매장 수가 40개 이상 129개 이하인 2등급 도시는 톈진(天津), 청두(成都), 난징(南京) 등 9곳으로 조사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나 프랑스 파리가 같은 등급이다. 

중국에서 스타벅스를 찾는 고객의 연령대 분포를 보면 바링허우(80後,1980년대 이후 출생자)가 52.5%로 과반 이상이었다. 주링허우(90後,1990년대 이후 출생자)가 23.6%로 뒤를 이었다. 20~30대 고객이 절대 다수라는 의미다. 경제가 고도 성장하던 시기에 태어나 부모로부터 두툼한 지갑을 물려받은 젊은 세대가 중국의 커피 시장 확대를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등 서구의 스타벅스 매장은 테이크 아웃 비율이 절반 이상인 반면 중국은 90% 정도의 고객이 매장에서 커피를 마신다. 이 때문에 중국 소비자들은 커피 대신 스타벅스라는 브랜드를 소비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곤 한다. 일견 타당하지만 전적으로 맞는 얘기는 아니다. 

그런 식의 논리로는 중국에서 테이크아웃 전문 커피 매장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원두커피 자판기까지 등장한 현실을 설명할 수 없다. 중국에서도 커피가 중요한 기호 식품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오히려 중국의 앞선 핀테크 기술과 신유통 혁명이 가미된 독특한 커피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창업 1년 만에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유니콘’ 대열에 합류한 무서운 신예 ‘루이싱(瑞幸, luckin) 커피’가 대표적 사례다. 루이싱 커피의 특징은 3가지다.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원두를 사용해 맛과 향이 뛰어난 데다, 배달까지 된다는 것이다. 

루이싱 커피의 배달 파트너는 텐센트(騰訊)다. 내년에는 매장 수 기준으로 스타벅스를 뛰어넘겠다며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졌다. 필자도 위챗(微信)으로 주문해 봤다. 루이싱 커피가 강조하는 것처럼 ‘스타벅스보다 20% 싼’ 아라비카 원두의 풍미를 제대로 구분해 낼 수는 없었지만 가성비는 확실히 뛰어났다.

위기감을 느낀 탓인지 스타벅스도 알리바바와 손잡고 커피 배달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스타벅스가 커피를 배달한다? 태어나서 처음 듣는 얘기다. 포기할 수 없는 중국 커피 시장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유럽인과 미국인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각각 700잔과 400잔 정도다. 한국 사람들은 1년에 512잔을 마신다. 이에 반해 중국은 5잔에 그치지만 커피 시장은 연간 15%씩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평균의 7배를 넘는 성장률이다. 중국인들이 하루에 커피를 한두 잔만 더 마셔도 전세계의 커피 산업이 요동칠 수 있다. 

14억명이 넘는 인구를 감안하면 중국 커피 시장이 어떤 규모로 성장할 지 예단하기 어렵다. ‘차의 나라’라는 타이틀은 언제까지 유효할 것인가. 모쪼록 중국에 진출한 한국 커피 전문점도 널리 애용해 주기를 바란다. 


글|이재호(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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