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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李商隱)—비내리는 밤, 북녘의 그대에게(夜雨寄北)


인민화보

2018-11-15      인민화보



君問歸期未有期,巴山夜雨漲秋池。 
何當共剪西窗燭,卻話巴山夜雨時。
Jūn wèn guīqī wèiyǒuqī, Bāshānyèyǔ zhǎng qiūchí.
Hédāng gòngjiǎn xīchuāngzhú, quèhuà Bāshānyèyǔsh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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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돌아오느냐 그대는 묻지만 기약이 없소, 
파산의 밤비 속에 가을연못 물이 부는구려.
언제쯤 함께 서창의 촛불 밝히며, 
파산 밤비 내리던 시절 얘기를 나눌 수 있으려나.
.

작가가 파촉(巴蜀, 오늘날 쓰촨(四川)성)의 한 지방관 휘하에 있을 때 작품이다. 이상은(AD 813-858)은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 태생으로, 자를 의산(義山), 호를 옥계생(玉溪生) 또는 번남생(樊南生)이라 한다. 20대 중반 과거급제 했으나 벼슬길이 순탄치 않았다. 40년간 당나라 국운을 완전히 거덜 낸 ‘우이당쟁(牛李黨爭)’, 당쟁의 대명사가 된 이 혼돈 속에 후반 생애 대부분이 실의의 세월이었다. 당초 우당(牛黨)의 영수에게 주목 받지만 이당(李黨) 일원의 눈에도 들어 사위가 되는데, 그는 이 때 결정적으로 시작된 정치적 곤경과 불운을 평생 벗어나지 못한다. 파촉지역의 랜드마크이자 산시(陝西)성 남부와 쓰촨성 동북의 경계를 이루는 ‘파산(巴山)’, 가물어지기 쉬운 가을이지만 ‘파산’과 ‘가을비’는 친숙하다. 독특한 지질조건(盆地)으로 연중 강우의 근 70%가 가을에 내리기 때문이다.

천고의 명시들이 그러하듯 평이한 글자들로 소박하고 절실한 감정을 담아냈다. 편지글 같은 단 4개 구로 획득한 극한의 서정성은 물론, ‘巴山夜雨’가 두 번 등장했음에도 치명적 하자로 느껴지지 않는 점 또한 특기할 만하다. 동일 자 반복이 君問歸期未有期처럼 동일 구 안에서는 기교가 되기도 하지만, 그 외엔 형식상의 금기다. 절구 같은 짧은 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금기를 위반하고 명시가 된 이유 혹은 반복으로 인한 의외의 효과를 따져 보는 것, 이 시를 감상하는 심오한 재미가 아닐까 싶다. 중국어 또는 한자의 세계에서는 ‘巴山夜雨’만으로 ‘당신이 무척 그립다’는 의미를 간곡하게 전할 수 있다. 이상은의 삶과 사랑과 시의 운치에 지난 약 1200년간 무수한 독자들의 감성까지 더해져 발효한 이 한마디가 구구절절 나열보다 훨씬 감동적이다. 그게 바로 중국어 특유의 레토릭, 전고(典故, 특정 에피소드에서 유래한 어휘) 효과다. 중국인과의 소통에서 고급스럽고 인상적인 중국어를 구사하려면 이런 전고의 소양도 필요하다. 

재회의 날을 명시할 수 없는 처지일수록 그리움은 간절해진다. ‘차오르는 그리움’과 ‘차오르는 연못 물’, 얼마나 자연스럽고 절절한 시적 연상작용인가! 西窗은 침실, 剪燭이란 불꽃이 잦아들거나 그을음이 생기지 않도록 초 심지를 잘라주는 것. 이로써 또 하나의 전고가 태어났다. 그리워하던 두 사람이 만나 밤늦게까지 도란도란 속내를 나누는 정경, ‘西窗剪燭’. 걸작이라고 다 전고를 배출하는 것은 아니다. 이 짧은 시에서 비중 있는 전고가 2개나 생겨나다니 흔치 않은 영예다. 끝으로 ‘卻話’, 흔히 반전적 역접부사(오히려, 도리어)로 쓰이는 ‘卻’이지만 여기서는 ‘돌이켜(추억하며)’, 즉 시간적 반전을 나타낸다.
 
일반적 해석에 따르면 작품 속 ‘그대(君)’의 주인공은 아내 왕씨, 원제가 ‘~寄北(~북녘으로 부치다)’인 것도 이상은의 자택 소재지 장안(長安)이 단신부임지 파촉보다 북쪽에 있어서다. 아내가 이미 작고한 이후의 창작이라는 고증도 존재하지만, 연인 같은 부부의 사연으로 널리 사랑받는 현실엔 큰 변화가 없는 듯하다. 이상은은 출세의 걸림돌이 된 그녀와 줄곧 화목했고, 그래서 더 유명한 <夜雨寄北>인지 모른다. 

‘溫李’의 칭호가 시사하는 바, 이상은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유미주의적 ‘만당 詞’의 대가 온정균(溫庭筠)과 통하는 경향이다. 현실의 불운과 좌절감을 견뎌내는 그 나름의 방식 아니었을까. 이상은은 극도의 형식미를 중시하는 변려문의 달인인 동시에 고대 이래 詩 전통의 정수를 계승한 시인으로 평가된다. 상반된 가치의 미덕을 겸비했던 셈이다. 두보(杜甫)를 사숙하는 동시에 이하(李賀)의 상징적 기법도 즐겼으며 옛 역사를 빌어 현실의 시대상을 풍자하는 영사(詠史)시 또한 뛰어났다. 두목(杜牧)과 더불어 ‘小李杜’로 병칭되는 것 역시 ‘李杜(이백(李白)-두보)’에 준하는 이상은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이의산시집)> <번남문집> <이의산잡찬(雜纂)> 등의 저작이 전한다.


글ㅣ임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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