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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통한 반성 -대형회고전 ‘쉬빙(徐冰):사상과 방법’


인민화보

2018-11-09      인민화보

예술가 쉬빙  사진/ UCCA 제공

국제적 영향력을 갖춘 중국 현대 예술가 중 한 사람인 쉬빙. 그는 선구적인 예술언어, 넓이와 깊이가 남다른 예술적 실천으로 중국 현대 예술의 역사에 심원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현재 베이징(北京)의 ‘유룬쓰(尤倫斯) 당대 예술센터(UCCA)’에서는 중국 당대 저명 예술가인 쉬빙의 대형 회고전 ‘쉬빙: 사상과 방법’이 열리고 있다. 10월 18일 막을 내리는 이번 전시회는 역대 최대 규모의 쉬빙 회고전으로서, 1970년대부터 40여 년 간 이어진 예술가의 창작 인생을 드러낸다. 판화·소묘·설치·문헌기록·친필 원고·영상·다큐멘터리 등 60여 개 작품이 선보이며, 이를 통해 작가의 예술적 탐색 궤적을 확인할 수 있다. 톈페이위(田霏宇) UCCA 관장은 “쉬빙은 중국의 현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일 뿐만 아니라 최근 반 세기 동안 세계 예술계에서 큰 관심을 받아온 인물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전시회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가의 작품을 세 개 섹션으로  나누었다. 첫 번째 섹션은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중국에서 공부하고 일했던 시기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두 번째 섹션은 1990년대부터 2008년까지 미국에서 지낼 때의 작품들로 이루어졌다. 세 번째 섹션에는 2008년 이후 중국으로 귀국한 뒤의 대표작들이 전시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전시회는 반성의 기회가 되었다. 이들 작품을 한데 모아 놓고 보니 정말 ‘거울’처럼 나 자신을 볼 수 있었다.” 쉬빙의 말이다. 

1997년 런던에 설치된 스퀘어 워드 캘리그라피 교실(1995-1998)사진/ 쉬빙작업실 제공

‘문자’를 활용한 창작의 시작 
전시홀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통로에 전시된 쉬빙의 초기 작품 <천서(天書)>이다. 그를 유명 예술가 대열에 올려 놓은 작품으로, 완성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렸다. 작품은 옛날식의 긴 두루마리, 수 백 권에 달하는 책, 확대된 페이지, 책처럼 엮은 커버 등 4개 부분으로 구성된다. 윗면에는 쉬빙이 개발한 글자체인 ‘가짜 한자(偽漢字)’의 문자 4000여 자가 새겨져 있으며, 고서를 묶던 방식에 따라 수작업으로 정교하게 제작됐다.

<천서>는 쉬빙의 ‘생각과 방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문자는 본래 글을 읽고 의미를 전달하는 데 쓰이는 것이지만 쉬빙의 <천서>는 ‘문자와 유사한 것’들로 가득 차 있을 뿐, 관람객은 그 뜻을 이해할 수 없다. “‘가짜 한자’는 사람들의 타성에 젖은 사고에 대한 도전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기존의 지식체계에 대해 의심을 갖게 한다.” 쉬빙의 말이다. 

<천서>는 1998년 10월 베이징 중국미술관에서 처음 전시된 이후 중국 국내외 문화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쉬빙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고 학술적 지위를 공고히 해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대형회고전 ‘쉬빙:사상과 방법’ 포스터 사진/ UCCA 제공


<천서> 사진/ UCCA 제공

문화·언어 환경을 뛰어넘은 탐색 
문자시스템에 기반한 탐색은 쉬빙의 창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1990년대 초 막 미국으로 건너갔을 당시 그가 제일 먼저 맞닥뜨린 것은 언어소통의 문제였다. 중국과 서양, 두 개 문화의 끊임 없는 충돌과 교류 속에 완성된 것이 <스퀘어 워드 캘리그라피(Square word calligraphy, 1994-2018)>다. 이는 실험적 성격이 강한 작품으로, 겉으로는 한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영문으로 구성된 전혀 새로운 서예 스타일을 추구한다.  

<천서>의 ‘가짜 문자’와 달리 <스퀘어 워드 캘리그라피>는 실제로 읽을 수 있는 ‘진짜 문자’다. <스퀘어 워드 캘리그라피>는 중국의 서예 예술과 서양의 영어 알파벳을 결합해 만든 새로운 문자언어 개념으로, 각각의 문화 영향 하에 있던 사람들은 이로 인해 충격을 받았다. 쉬빙은 이 작품으로 1999년 미국 문화계의 최고 영예인 ‘맥아더상’을 수상했다. 2015년에는 팡정쯔쿠(方正字庫, foundertype)와 공동으로 ‘팡정 쉬빙 영문서체’를 개발해 자신의 예술적 이념을 대중의 삶에 심었다. 

이번 UCCA 회고전에서 쉬빙은 ‘소맹반(掃盲班, 문맹퇴치학교)’을 모방해 현장을 교실로 구성한 설치예술을 선보였다. 이를 위해 <스퀘어 워드 캘리그라피> 영상테이프, <스퀘어 워드 캘리그라피> 교과서, <글자 연습노트> 등도 제작했다. 전시홀에 들어선 관람객들은 마치 학교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이곳에서 수업용 영상을 보고 직접 펜을 들어 글씨를 써보는 등의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서양의 예술환경을 경험한 쉬빙은 동물과도 ‘종의 차이’를 초월한 ‘협력’을 시도하며 동물 관련 작품을 여러 개 남겼다. <미국에서 누에를 기르다(1994-현재)> 시리즈, <판다동물원(1998)>, <얼룩말(2002)>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작품은 서양의 예술표현형식과 중국의 전통적 요소들을 교차·결합시킴으로써 중·서 문화의 융합과 충돌 혹은 배척 등의 복잡한 관계를 담아냈다. 

<호피카펫(虎皮地毯)>. 50여 만개의 담배로 만든 작품이다.  사진/ UCCA 제공

사회현실과 운명에 대한 관심 
2008년 중앙미술학원 부원장으로 돌아온 쉬빙은 급성장 중인 중국의 현실에서 영감을 받아 <배후의 이야기(2004-현재)>, <봉황(2008-2013)>, <칭팅의 눈(蜻蜓之眼, 2017)> 등 다수의 신작을 발표했다. 이들 작품은 더욱 넓어진 사회·문화 배경에서 출발해 오늘날 중국의 사회적 현상과 문화적 성격 등에 대해 고민한다. 

<봉황>은 높이 28m, 무게 6t의 초대형 설치예술작품이다. 그 규모의 거대함으로 인해 이번 회고전에서는 창작에 쓰인 작가의 메모와 영상자료만이 전시되었다. <봉황>은 건축 폐기물과 버려진 공구로 제작됐다. 지금은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 버려진 자재들과 그 안의 정신으로 미래를 건설한다는 의미로서, 중국뿐만 아니라 오늘날 세계의 모습을 상징한다. 쉬빙은 “중국의 조명장식처럼 값 싸고 소박한 재료들로 희망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사회의 집중 관심을 받고 있는 쉬빙은 수 년에 한 번씩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그의 창작은 언제나 예술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번 회고전에 전시된 작품 중 최신작은 2017년 촬영된 영상물 <칭팅의 눈>으로, 감시카메라 영상을 수집하고 편집해 완성됐다. 여주인공인 칭팅이 절에서 수행을 하고 하산하던 중 남주인공인 커판(柯凡)을 만나며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언뜻 ‘사랑’에 대한 내용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각종 감시카메라 영상을 편집해 엮은 것으로, CCTV 시스템·연기·거짓·인성에 대한 반성의 의미를 담고 있다. 

40년의 창작 인생을 돌아보며 “예술가가 가장 마지막에 완성하는 것은 자신만의 예술적 방법으로 접속할 수 있는 세계”라고 말하는 쉬빙.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 문제에는 대답할 수 없다. 나의 작품이 계획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 힘이 남아있는 한 나는 여전히 사회의 운명에 관심을 가질 것이고 혹은 중국의 현장에 아주 관심을 갖는 사람일 것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새로운 할 말이 생긴다면 나는 분명 새로운 방법을 찾아 말할 것이다.” 

글| 궁하이잉(龔海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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