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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섭(鄭燮)—죽석(竹石)


인민화보

2018-07-12      인민화보



咬定青山不放松,立根原在破巖中。

千磨萬擊還堅勁,任爾東西南北風。

Yǎodìng qīngshān búfàngsōng lìgēn yuánzài pòyánzhōng

Qānmó wànjī hái jiānjìn rèněr dōngxī nánběifēng

교정청산부방송 립근원재파암중 천마만격환견경 임이동서남북풍.

 

(대나무는) 청산을 꽉 물고 놓아주지 않네

뿌리가 깨진 바위틈 사이에 박혀 있구나

비바람이 천번 만번 불어닥쳐도 굳건하니

동서남북 어디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든 불고 싶은 대로 불려무나

 

<죽석> 그림의 일부로 탄생한 칠언절구다. 물론, 시상 덕분에 그림이 태어났을 수도 있겠지만. 본래 직업화가(畵工) 아닌, 사대부 계층의 여기(餘技) 의한 그림을 털어 문인화라 한다. 문인화의 ‘화룡점정’은 여백에 들어가는 , ‘화제(畵題) 또는 ‘題畵詩’다. 1 험한 바위 틈새 뿌리내린 대나무의 자태를, 마치 “입을 앙다문(咬定) 듯” 청산에 밀착한 느슨함이라곤 없는 모습으로 묘사했다. 생생하고 개성적인 표현이다. 몸통이 가늘고 길어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지만 정작 어지간한 비바람 눈서리에도 꺾이지 않는 대나무…… 과연 선비적 기개, 시련 속에 다져진 의연함과 유연함의 은유, 문인들의 정신세계를 표상해온 사군자의 하나일 하다. 문인화는 수천 이래 문학사·미술사가 온전히 몸이 되어 전개된 중화문명권 특유의 문화현상이다.


작자 정섭(AD 1693-1765) () ‘정판교(板橋)’로 통하며 시서화에 두루 능해 명성이 있었다. 세상적 명리를 쫓는 인간관계를 멀리하는 청렴한 관료라서 고독하기도 했으나, 그렇다고 좌절과 울분에 빠져 살지는 않았다. 그의 글씨는 여러 서체를 절묘하게 뒤섞어 이채를 발하는 서풍으로 높이 평가된다. 청나라 전기에는 명대부터 유행해온 유려한 행초체와 동기창 스타일이 일세를 풍미했는데, 이들 주류에서 벗어나 기발한 서체를 펼친 것이다“화법으로 글씨를 쓰고, 서법으로 그림을 그린다”로 요약되는 당대의 흐름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양자강변의 번화환 물류거점이자 문화중심지 양주(揚州) 유명한 ‘양주팔괴(揚州八怪, 양주 문화계 8인의 괴짜)’의 영수로 꼽히던 정섭은 난초와 대나무에 특히 뛰어났다. 서화를 팔아 생활하며 과거시험에 계속 응시한 결과 드디어 1732 거인에 급제했고, 4 진사가 되어 한림원에 들어갔으며 1742년부터는 지방관을 역임했다. 1753 대기근 당시, 농민구제 과정에서 토호와 고관대작들의 미움을 사게 되어 사직을 양주로 돌아와 벗들과 시서화를 논하며 서화를 생계수단 삼아 살아간다. 판매작품 크기에 맞춰 정가를 매겨두는가 하면, “선물이나 음식보다 현금 환영. 현금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져 절로 작품이 잘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는데, 이런 솔직함은 사대부로서 파격적인 태도였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명구 ‘난득호도(難得糊塗, 어리석기 어렵다) 또한 정섭과 관련해서 빼놓을 없는 대목이다. 수천 중국역사를 관통하는 처세의 지혜를 담은 구절, ‘糊(바르다)’와 ‘塗(덧칠하다)’의 조합, 그것을 ‘하기 어렵다(귀하다)’고 평가하는 , 모두 흥미롭지 않은가. 중국적 문맥에서 糊塗란 본질적으로 ‘어리석은 척’에 가까울지 모른다. 작은 바람에도 저항하지 못하지만 좀체 부러지지 않는 대나무처럼, 똑똑함 비범함을 숨겨 적을 만드는 생존의 기술이다.


難得糊塗와 관련해 전설처럼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정섭이 과객으로 묵게 어느 산중 오두막에서의 일이다. 특이한 벼루를 보고 감탄하던 주인장에게 글씨를 요청받자 자칭 ‘糊塗老人(바보노인)’이라는 주인장을 기념해 ‘難得糊塗’라고 일필휘지하고, 아울러 자신의 과거급제 이력을 과시하는 낙관을 한다(康熙秀才 雍正擧人 乾隆進士). 주인장으로부터 돌아온 화답의 글이 절묘하다. “아름다운 돌은 얻기 어렵고 단단한 돌도 마찬가지, 아름다운 돌이 단단한 돌이 되는 어렵지. 아름다움과 단단함이란 각각 안쪽과 바깥에 존재하나니 야인의 오두막에 깃들 고대광실에 들지 않노라(得美石難 得頑石尤難 由美石而轉入頑石更難. 美於中 頑於外 藏野人之廬 不入寶貴之門也), 다음 낙관하길 “院試第一 鄕試第二 殿試第三”, 정섭의 낙관이 3단계 과거시험 통과를 자랑한 것에 비해 주인장은 시험들에서 각각 1, 2, 3등으로 합격했었던 것이다.


이에 정섭은 “총명하기 어렵고 바보 같기도 어렵네. 총명한 사람이 어리석게 되기는 더욱 어렵다. 놓아버리고 한걸음 물러서면 마음이 편한 , 나중에 보답을 받고자 함은 아니네(聰明難 糊塗難 由聰明轉入糊塗更難 放一著 退一步 當下心安 非圖後來報也)”로 답했다. 노자의 ‘대교약졸(大巧若拙), 개혁개방 초기 덩샤오핑(鄧小平) ‘도광양회(韜光養晦) 역시 비슷한 발상의 지혜를 담고 있지만 오늘날 중국인들 사이에 널리 애용되는 친숙함과 인기도로 치자면 단연 정섭의 ‘難得糊塗’일 것이다



글ㅣ임명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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