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루밍 스톰>은 범죄스릴러 영화로 20세기 90년대 후난(湖南)성 공장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100년 만의 폭설이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사람들이 싱숭생숭해하는 가운데 참혹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정규 체제 내로 들어가고 싶었던 경비원 위궈웨이(余國偉, 돤이훙 분)는 이 기회에 자신의 ‘탐정’ 기질을 십분 발휘해 파격적으로 체제 내로 들어가 진정한 경찰의 모범이 되고 싶었다. 

‘사건을 파헤치고 싶은’ 욕망과 옌쯔(燕子, 장이옌(江一燕) 분)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위궈웨이는 점점 더 깊이 사건에 빠져들고 치르는 대가도 커진다. 이 영화는 범죄스릴러를 모토로 했지만 시대 변화라는 주제가 담긴 극영화로 90년대 중국 사회와 삶에 대한 둥웨(董越) 감독의 생각을 담았다.

영화는 의상, 메이크업, 도구, 세트에서 사건의 시대적 배경까지 중국의 90년대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폭설’은 이 영화 제목에도 쓰일 정도로 중요한 요소다. 범죄영화들은 ‘눈’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차가운 ‘눈’은 일종의 ‘무정(無情)’의 표현이다. 범죄 사건은 보통 ‘냉혈한 인간성’ 때문에 발생하고, 또한 눈의 커버력은 범죄 과정에 어려움을 더하고 영상에 극적인 면을 더한다.

그런데 <더 루밍 스톰>은 ‘비’를 더 많이 사용한다. 비는 ‘눈’의 전조다. 영화에서 위궈웨이가 범인의 실체에 가까워진 공장의 추격씬에서는 계속 비가 내린다. 그러나 어쨌든 눈은 아니기 때문에 그는 진실에 닿지 못한다. 따라서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에야 눈이 내린다.

‘눈’은 영화에서 극적으로 사용된다. 영화에는 의미심장한 ‘눈’이 두 번 내린다. 한번은 위궈웨이가 인생에서 가장 만족스럽다고 느끼는 순간에 갑자기 ‘함박눈’이 내린다. 또 한번은 위궈웨이가 진실을 알았을 때로 이것이 진짜 큰 눈이다. 두 번의 ‘눈’은 우발성과 환상성이 충만하고, 거짓과 진실이 서로를 뜯어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둥웨 감독은 “눈은 갑작스러운 ‘흐름’을 상징한다. 이는 영화 속 배경인 90년대에 갑자기 시행된 국유기업 개혁을 대표한다. 안정됐던 공장이 이 ‘흐름’에 흔들리기 때문에 ‘눈’은 90년대 사람들이 받은 충격과 공포심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비’의 과장력에 ‘눈’의 불안감과 공장의 ‘철’의 원소가 더해져 <더 루밍 스톰> 특유의 ‘차가운’ 범죄영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는 요즘 중국 범죄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특징이다. 더 대단한 것은 <더 루밍 스톰>이 둥웨 감독의 데뷔작이고, 젊음과 진보의 존재를 대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둥웨 외에도 최근 등장한 신위쿤(忻钰坤)과 댜오이난(刁亦男)은 중국 영화계에서 매우 귀중한 ‘젊은 피’다. <여죄(余罪)>, <무증지죄(無證之罪)>, <백야추흉(白夜追凶)> 등 두 사람의 작품들은 모두 좋은 평가를 받고있다. 그들은 중국의 현재 사회를 집중 조명하고 자기만의 특색을 가진 중국 영화계의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