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칭위탕, 청 동치 13년(1874년) 홍정상인(紅頂商人) 호설암이 인술을 베풀라는 취지로 설립했다. 현재 건물은 1874년 설립됐을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 쉬쉰(徐訊)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 허팡가(河坊街) 역사문화가구(區)에 위치한 후칭위탕 궈야오하호(國藥號)는 중국 상무부가 인증한 첫 번째 중화 라오쯔하오(老字號)다. 100여 년 전 항저우 시민들은 이곳에서 진료를 받고 약을 구입했다. 지금도 1874년 창립했을 때의 건물에서 진료한다. ‘강남 약의 왕’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중국 중의약계의 한 부분을 떠받들었다.

과거 약업은 산지에서 직접 물건을 들여오는 약호(藥號), 도매하는 약항(藥行), 소매하는 약방 세 종류로 나뉘었다. 호설암은 약국을 설치해 이 세 종류를 하나로 합쳤다. 사진/ 쉬쉰

진짜 약초로 완벽을 추구하다

속이는 것을 경계한다는 뜻의 ‘계기(戒欺)’는 후칭위탕의 사훈이다. 1874년 후칭위탕 개점 초기, 창립자 호설암(胡雪岩)은 친필로 발문을 쓰고 좋은 나무 판에 ‘계기’라는 글을 새겨 높이 걸어 사훈으로 삼았다. “모든 거래에서 ‘기’를 경계한다. 약업은 생명과 관계된 일이라 특히 속여서는 안 된다. 세상을 구한다는 마음으로 저질 제품으로 폭리를 취하지 않는다. 제군들은 마음을 다하길 바란다. 진짜 약초로 완벽을 추구하며 세상 사람을 속이지 않고 행복을 가져다준다….” 100여 자에 사업 도덕과 중국 전통문화 계승이 담겨있다.

100여 년 동안 ‘진짜 약초로 완벽을 추구하는’ 정신은 후칭위탕 직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진짜 약초를 구입한다는 것은 약재를 구입할 때 반드시 진짜를 구입해 ‘오리지널’을 추구한다는 것을 뜻한다. 설립 초기 후칭위탕은 약재의 원산지를 직접 찾아가 구입했다. 산둥(山東)성 푸(濮)현에서는 나귀 가죽을, 서북지역에서는 당귀와 감초를, 동북지역에서는 인삼과 녹용 등을 구입했다. 요즘 같은 정보과학 시대에서도 후칭위탕은 여전히 전통을 고수해 구매 담당이 직접 원산지를 찾아가 제품을 구입한다. 편리한 교통운송 수단 덕분에 구매 기준에 부합하는 약재를 빠르게 라오쯔하오로 운송할 수 있게 됐다.

후칭위탕은 해마다 ‘맹선(盲選)’ 입찰 공고를 한다. ‘맹선’은 유명한 중약재나 달임용 중약 공급 기업이 제공하는 샘플을 기업 이름과 초기 포장을 떼 샘플 번호만 남기고, 이 샘플을 10여 명의 원로 약공으로 구성된 전문 감정단에게 제공해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맛보게 하는 것이다. 감정단이 다양한 샘플을 형태와 성질, 냄새 등을 감별하고 결과를 표에 적어 제출하면 품질이 가장 좋은 3위까지 선정해 구매하는 것이다. 동시에 모든 샘플은 구매부, 창고부, 품질부에서 각각 보관해 대량 구매 이후 실물과 대조해 품질을 확보한다.

이런 구매 시스템 때문에 후칭위탕은 공급 업체에 반품하는 경우가 많다. 후칭위탕과 10여 년 동안 협력 관계를 유지한 공급업체에 따르면, 한 번은 야생 산삼에 서양인삼을 접목한 제품이 몇 개 섞여 있는 게 발견돼 전량 반품 처리됐고 그때부터 공급 관계가 끊겼다고 말했다.

‘내가 하는 일을 아무도 보지 않아도 하늘은 안다.’ 예부터 제약인은 약 만드는 일을 신성한 일이라고 생각해 자신을 단속하고 성실하게 약을 만들었다. 후칭위탕이 100년을 유지하면서 지금의 명성을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호설암의 ‘계기’, ‘시내인술(是乃仁術, 이것이 인술이다)’, ‘진불이가(眞不二價, 정찰가격)’ 등 경영 철학을 빼놓을 수 없다.

류쥔(劉俊) 후칭위탕 대표이사는 “우리의 모든 약이 다른 업체보다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품질은 업계에서 좋은 편에 속한다”라고 말했다.

허씨부인과 4대 계승자인 허자전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 쉬쉰

전승을 중시하며 최고 인재 양성

후칭위탕에서 학생들이 약품을 포제하면서 품질 문제를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류쥔은 “제자가 문제를 발견하면 직접 반영할 수 있다. 품질 검사 후 빠르게 처리한다”고 말했다. 후칭위탕은 분기별로 제자들을 산으로 보내 약초를 캐게 해 약초를 익혀 약재 감별 능력을 높이게 한다.

후칭위탕은 전승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후칭위탕은 매년 여름 전통 사사(師事)의식을 진행한다. 사부와 제자가 서로 선택해 무릎을 꿇고 절하고 차를 올리며 사사의식을 한다. 주하오저우(朱豪州)는 올해 26세로 저장 중의약 고등전문 과학학교를 졸업하고 후칭위탕에 들어왔다. 2년 전 그는 자오친(趙勤)의 문하로 들어가 중약 약초 감별, 포제를 배우기 시작했다. 보통 3년이 지나야 사사가 끝난다.

사부는 제자에 대한 요구가 엄격하다. 주하오저우의 사부 자오친은 중약 포제 가운데 수공 절편에 특히 능해 ‘자오이다오(趙一刀)’라고 불린다. 그는 주하오저우에게 ‘일 도, 이 약, 삼 수단(一刀, 二藥, 三手斷)’하길 요구했다. 이는 자오친의 사부 천빙파(陳炳法)가 과거 그에게 요구한 것으로, 날마다 칼을 갈고, 칼 도구를 조립하고, 칼날을 잘 관리해 약재의 두께를 유지하도록 했다. 품질이 보장되는 약재를 사용하고 성(省)급 이상 약전 기준에 따른 포제 방법으로 약물을 포제하도록 했으며, 연습을 독려했다. 주하오저우는 3개월 동안 홍당무를 썰고 나서야 중약재를 썰 수 있었다.

2cm도 안 되는 빈랑 열매를 100여 조각 편으로 잘라내니 마치 매미 날개 같다. 전통적인 수공 기술이 디지털화 생산라인으로 점차 대체되고 있지만 수공 포제는 그래도 자기 재능을 보여줄 여지가 있다. “귀중한 약재는 손으로 직접 자르면 손실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주하오저우는 기계 생산은 분말이 많이 나오고 약재 포제시 온도가 안 맞으면 약초 성분이 손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의약 포제는 중의약 공예의 정수다. 민간에는 ‘포제가 불명확하면 약성이 불확실하고 탕약 처방이 부정확하고 질병이 검증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후칭위탕은 옛 포제를 중요시해 제자들은 첫 3년 동안 반드시 ‘포제’라는 관문을 넘어야 한다. 예부터 후칭위탕의 원로 약공들은 재료를 정확하게 사용하고 가공이 정교한 것을 본분으로 삼았다.

주하오저우가 배운 약재 구별과 중의약 포제는 학교에서 배운 것도 있지만 상당 부분 사부 자오친에게서 배웠다. 자오친도 자신의 사부인 천빙파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내가 아는 것은 기본적으로 모두 사부가 알려준 것이다.” 자오친은 28세 때 천빙파를 사부로 모셨다. 그는 그 전에 이미 중약재 포제를 5년 동안 배웠다. 그는 사부님을 만나고 확실히 달라졌다고 단언했다. 사부가 생기자 자기가 먼저 나서서 배우고 시도했으며, 사부가 있어 마음이 안정됐다고 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기술을 손에서 손으로 전수받아 그는 더 발전할 수 있었다. “사부님은 마음을 급하게 먹지 말고 천천히 하라고 했다.” 후칭위탕의 원로 약공 중 제자를 두는 사람은 많지 않고 그들은 제자가 많은 것보다 기술을 전승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전국 중약 조제대회에서 후칭위탕 직원들이 중약 전통기능 제조 등 분야에서 상을 여러 차례 받았다. 후칭위탕 중약 고급기사 수는 저장성 전체 고급기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후칭위탕의 옛 장부 사진/ 쉬쉰

1930년대 후칭위탕의 옥외 광고 사진/ 쉬쉰

환자에 대한 무한 책임

후칭위탕 진료실 앞에는 환자들이 줄을 서 기다린다. 이름 난 중의사의 진료는 후칭위탕의 훌륭한 전통이다. 역사적으로 후칭위탕은 수많은 명의를 초청해 진료를 보게 했고 그 가운데는 명성을 듣고 찾아온 이도 적지 않다. 현재 후칭위탕에는 12개 진료 과목이 개설돼 있고 400여 명의 중의사가 진료하고 있다. 중의사 중 상당수는 국가급 또는 성급 유명 중의사로 그들이 직접 환자들을 진맥하고 진료한다.

류민(劉敏)은 항저우 허씨부인과(何氏婦科) 5대 계승자다. 올해 58세인 그는 허씨부인과 4대 계승자이자 어머니인 허자전(何嘉珍)에게 30년 동안 중의약을 배웠다. 만청 시기에 설립된 허씨부인과는 직계로 4대, 외계로 5대 째 대대로 명의를 배출해 항저우에서 이름난 곳이다. 허씨부인과의 연간 진료 인원수는 연인원 20만 명 이상, 연간 퇴원 인원수는 3800명 이상으로 국가 임상 중점 전문과목(중의) 단위다. 10여 년 전 허자전과 류민 모자 두 사람은 후칭위탕 진료부에서 진료를 했다. 류민은 후칭위탕이 가진 양질의 약재, 잘 갖춰진 진료 환경, 양호한 입소문 때문에 협력하게 됐다고 말했다.

후칭위탕 본점 영업부의 달임용 중의약 매대, 중약사가 처방에 따라 약을 조제하고 있다. 사진/ 돤웨이(段崴)

“병을 치료하고 사람을 구하는 것은 전장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것과 비슷하다. 의사는 지휘관이라 지위가 중요하다. 약재는 무기로 지휘관에겐 좋은 무기가 필요하다.” 류민은 후칭위탕의 제대로 된 약 사용이 치료를 보장해준다고 말했다.

후칭위탕은 1000여 종의 중의약재가 있고 상용 약재만도 700-800여 종에 달한다. 후칭위탕 약방이 하루 처리하는 약재 양만 10톤이 된다.

최근 후칭위탕은 기초화장품 연구제작, 약선관 개관, 중약재 한방(漢方) 커피 등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창립 초기 앞에는 매장, 뒤에는 공장이었던 후칭위탕을 1.0시대라고 한다면, 신중국성립 이후 생산과 판매 분리를 2.0시대, 산업사슬을 잘 갖춘 지금은 3.0시대라고 할 수 있다.

자오친(왼쪽)이 제자 주하오저우에게 약재 써는 것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 쉬쉰

“중의약 문화 전승에서 젊은이를 빼놓을 수 없다. 후칭위탕은 젊은이들의 시장을 얻길 바란다.” 류쥔은 후칭위탕이 젊은이들에게 점점 인정받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5년 전에 비해 후칭위탕 고객의 평균 연령이 5세 가량 낮아졌다.

“많이 하는 것보다 더 멀리가는 것을 추구한다.” 류쥔은 후칭위탕에 대한 바람과 기대가 이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칭위탕 같은 100년 브랜드는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다음 세대에 그 전통과 노하우를 건네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