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8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에서도 새로운 해의 시작은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난 해 폭풍같았던 남북간 화해무드는 김정은 북한(조선)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서부터 시작됐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여 의사를 공식화한 것은 바로 앞선 2017년의 한반도(조선반도) 상황과는 정반대의 극적반전이 2018년 펼쳐지리라는 예고편이었다. 한중관계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베이징 특파원 생활을 막 시작한 2017년과 다음 해인 2018년 한중관계는 ‘극과 극’이라 할 정도로 극심한 부침을 겪었다. 여기에 2019년이 양국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전망이 나오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격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다. 2018년 숨이 차도록 속도를 냈던 남북화해 분위기와 이에 따른 한반도 정세완화 조짐은 바야흐로 중요한 고비에 이르렀다. 미국과 북한 모두 자신들이 가진 카드의 일부만 보여준 뒤 팽팽한 신경전에 돌입하면서 언제 파열음이 나올지 모르는 긴장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도 점차 힘이 부치는 모양새다.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진 한중 양국의 밀접한 연대가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한 이유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격화되고 있는 무역마찰을 꼽을 수 있다. 한국에게 자유무역의 중요성은 중국만큼이나 절실하다. 국부의 대부분을 외국과의 무역으로 벌어들이고 있는 한국에게 있어 세계 경제규모 1, 2위 국가들의 무역 전면전은 참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자유로운 무역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한국이 중국과 함께 위기탈출을 모색하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수도 있다. 하지만 2019년이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한국과 중국을 둘러싼 외교ㆍ경제적 원인뿐만 아니라 한중관계 그 자체에 있다. 한국과 중국은 1992년 외교관계 수립 이후 지금까지 놀라울 정도로 어려움 없이 전면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 두 나라 관계에서 최근 몇 년에 걸쳐 일어났던 외교적 불협화음은 확실히 양측 모두에게 매우 낯선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어려움을 부정적으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 한번도 충돌하지 않았던 친구와 관포지교(管鮑之交)를 맺기란 어려운 법이다. 서로에 대한 오해를 극복하는 과정이 선행되야 상대의 본모습을 발견하고 이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중국은 한국과 지리적ㆍ역사적ㆍ경제적으로 밀접한 나라다.
오해와 갈등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다만 양국이 이를 극복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바탕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은 필요하다. 시기적으로 2019년에는 양국관계가 한 차원 높아지고 있다는 징조들이 나타나야만 하는 이유다. 한 차원 높은 관계 설정의 필수덕목은 교류와 소통이다. 어쩌면 양국 협력이 지나치게 경제적 측면으로 국한되면서 지금까지 서로에게 불편했던 모습을 애써 외면했던 것은 아닌지 이 기회를 빌어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복잡한 세상사도 가닥만 잘 잡으면 술술 풀리는 실타래 같다는 격언이 있다. 2019년 한중관계가 가닥 제대로 잡은 실타래 같이 술술 풀리기를 기원해 본다.
글| 김중호 (CBS 노컷뉴스 베이징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