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  >> 사회·문화 >> 본문

각양각색 스포츠 문화


2024-09-23      

지난 3월 22일, 2024 타이판촌 ‘춘BA’ 챔피언십 개막식에서 입추의 여지없이 꽉찬 관중석 모습.


구이저우(貴州)성 첸둥난(黔東南) 먀오(苗)족·둥(侗)족자치주(이하 첸둥난주)의 모든 마을에는 자체 스포츠 문화가 있다. 지난 호에서 소개한 ‘춘차오(村超)’ 외에 ‘춘BA(村BA, 마을 농구대회)’, 용선(龍舟, 용 모양 나무 보트를 타고 펼치는 경정 스포츠), 소싸움(鬥牛), 경마(賽馬) 등이 있다.


지난 3월 22일, 타이장현 타이판촌 ‘춘BA’ 챔피언십에서 한 선수가 드리블로 수비를 뚫고 있다.


산골 마을의 ‘슬램덩크’

타이장(臺江)현 타이판(臺盤)촌 위원회 문 앞에는 ‘춘BA’ 농구장이 있다. 오후 4시 개막식을 앞두고 정오부터 관중석이 꽉 들어찼다.


춘BA는 타이판촌의 향촌 농구대회가 소셜 미디어에서 인기를 끌자 네티즌이 NBA, CBA를 모방해 친근한 이름으로 붙여준 것이다.


춘BA 농구장은 선큰(Sunken) 형태의 농구코트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마을에서 가장 넓은 평지인것 같다. 초록빛 농구장 중앙에는 ‘타이판’ 한자가 있고 경기장 주위를 하늘색 관람석이 둘러싸고 있다.


둥족의 전통 복식인 푸른 옷을 입은 할머니와 브레이즈 헤어를 한 패셔니스타들이 나란히 앉아있다. 먀오족 전통의상을 입은 소녀와 차양갓을 쓴 마을 주민들이 앞뒤로 앉아있다. 늦게 온 이들은 자리가 없으면 아무데나 구석에 쪼그리고 앉는다. 또 주변 민가에는 경기장과 가까운 이점을 살려 농구코트가 잘 보이는 옥상에 자리잡은 마을 주민도 있다.


첸둥난주의 스포츠 행사는 명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천장룽(岑江龍, 39) 타이판촌 농구협회 회장은 “‘명절에는 반드시 경기가 있고 그 경기에는 농구가 빠질 수 없다’는 말이 있다”며 “농구 경기는 마을 주민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것으로 수년 동안 계속 개최해 왔다”고 소개했다. 천 회장은 어렸을 때 농구를 배운 뒤로 매해 열리는 경기를 놓친 적이 없다.


지난 3월 22일, 2024 타이판촌 ‘춘BA’ 챔피언십 개막 현장에서 관중들이 선수들에게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고 있다.

 

1930년대부터 이미 타이장현에서는 농구가 성행했다. 풍년을 기원하는 전통 명절인 음력 6월 6일 ‘츠신절(吃新節)’에서 농구는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였다.


천 회장은 “예전에는 특별한 상품은 없고 우승기만 주어졌다. 우승기마저도 마을에서 오래된 붉은 색 이불천 위에다 서예를 잘하는 사람이 글씨를 쓴 것이지만 모두가 굉장히 자랑스러워했다”고 말했다. 각 가정이 적극적으로 호응해 경기에 참가하기도 하고 경기 운영을 지원하기도 했다. 농구팀을 구성해 참가하는 것은 마을의 중요한 일이 됐다.


“나이스 플레이!” 관중석에서 한 가족이 만화 <슬램덩크>에 나오는 쇼호쿠(湘北) 고교팀과 같은 붉은 색 농구복을 입고 함성을 질렀다. 어느 팀이든 멋진 슛을 성공시키면 그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우리는 광둥(廣東)성에서 놀러 왔다.” 그 가족 중 아버지가 말했다. “인상 깊은 점은 이곳 주민의 참여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모두가 농구를 취미로 여기고, 농구를 사랑하는 마음에 다른 것은 없고 즐거움만 가득하다. 그래서 우리 같이 타지에서 온 관객도 농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먀오족 독목용선절에서 먀오족 독목용선 선수들이 말총으로 만든 삿갓을 쓰고 힘차게 노를 젓고 있다. 경주 열기가 한껏 달아오르며 칭수이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고 있다.


용선, 마을의 정을 잇다

매년 음력 5월 24일(양력 6월 말~7월 초중순)에는 첸둥난주의 젖줄인 칭수이(清水)강 중류와 지류인 바라(巴拉)하 연안의 먀오족 마을에서 1년에 한 번 ‘독목용선절’이 열린다. 새벽부터 각 마을의 용선이 탕바(塘壩)촌 강가로 모여 출발을 기다린다.


길이 약 20~30m인 독목용선은 중간에 모선과 양쪽의 자선(子船)을 연결해 만든다. 뱃머리에 용두가 높이 솟아 있고 본체는 붉은 색과 노랑, 하얀, 녹색으로 장식돼 있다. 용두에는 물소 뿔 형태의 뿔이 있고 양쪽에 각각 ‘풍조우순(風調雨順)’ ‘국태민안(國泰民安)’ 이라고 쓰여 있다. 이것이 먀오족을 상징하는 ‘우룡(牛龍)’ 모양이다.


해가 높이 뜨면 우렁찬 나팔 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된다. 원뿔 모양의 노란 모자를 쓴 선수 30여 명이 자선에 앉아 짧은 노를 잡고 허리를 굽힌 채 물살을 헤친다. 북과 징 소리에 맞춰 힘차게 노를 젓는다. “영차” “영차” 하는 소리와 함께 용선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레이스를 펼친다.


‘레이스’는 승패를 겨루는 것이지만 용선절의 정수는 각 마을 간 정서적 유대를 강화하는 것에 있다.


“아무리 먼 곳에 떨어져 있어도 명절이면 본가로 돌아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용선대회에 나가는 풍습이 있다.” 바라허촌의 독무용선 제조 기술 계승자인 장톈룽(張天榮, 73)은 평소 마을에서 젊은이를 찾아보기 어렵지만 용선절이 열리면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용선이 강가의 마을을 지날 때 마다 사람들이 강가로 몰려와 폭죽을 터트리고 용선을 강가로 유도해 용에게 술과 예물을 바쳤다. 만약 예물이 오리나 거위면 용두에 걸고 돼지나 양은 배에 놓는다. 강가의 젊은 여성들은 용선에 있는 남성들과 서로 노래를 주고 받으며(對歌, 대가) 축하한다.


어느덧 해가 서쪽으로 뉘엿뉘엿 넘어가면 용선대회도 끝난다. 예물을 가득 실은 용선이 오색 깃발을 흩날리며 천천히 마을로 돌아온다. 사람들은 다시 강가에 모여 용선과 선수들에게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한다. 선수들은 관례대로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부른다. “5월에야 비로소 한가해진다. 5월이 지나면 다시 바빠질 테니 써레와 농기구를 잘 손질하고 열심히 일한 뒤 내년 이맘때 다시 용선을 타고 강으로 나오자.” 우렁찬 노랫소리가 강가에서 마을로 멀리 멀리 퍼져 나간다.


글 | 리자치(李家祺) 사진 | VCG

240

< >
lianghui-002.jpg

간난으로 떠나는 이색 여름여행

최근 중국 간쑤(甘肅)성에 갈 기회가 생겼다.

읽기 원문>>

‘한여름밤의 夜행’...한국의 야간 개장 명소

길고 긴 여름, 어떻게 보내야 재미있을까?

읽기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