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  >> 사회·문화 >> 본문

대대로 이어진 오래된 음악


2024-09-23      

리핑현, 주변 마을에서 온 둥족 가수와 현장 관객 약 1만여 명이 둥족 대가(大歌)를 합창해 많은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봄 좋은 날, 산꼭대기의 나뭇잎이 반짝반짝 빛나고 뻐꾸기가 노래를 부른다. 뻐꾹, 뻐꾹, 노래를 부른다.”


동틀 무렵, 구이저우(貴州)성 첸둥난(黔東南) 먀오(苗)족·둥(侗)족자치주(이하 첸둥난주) 리핑(黎平)현 주룽(九龍)촌의 배산임수로 지어진 전통가옥 조각루(吊腳樓)에서 둥족 전통 민요인 대가(大歌)가 맑고 길게 울려 퍼진다.


리핑현은 둥족 대가의 발원지 중 하나다. 우메이샹(吳梅香, 48)은 주룽촌 둥족 대가팀 팀장으로 이틀 후면 주룽촌과 인접한 중뤄(中羅)촌과 함께 대가(對歌, 일문일답식으로 주고 받으며 부르는 노래)를 부르기로 약속했다. 마침 모내기가 끝나고 ‘짧은 농한기’를 맞아 이른 아침부터 그녀는 팀원들과 둘러앉아 노래를 연습했다.


춘추전국시대부터 시작된 둥족 대가는 다성부와 무반주, 자연적화음이 특징인 예술로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둥족 대가는 둥족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비롯됐다. 곤충소리와 새소리를 모방하고 높은 산의 물소리 그 특징이다. 리핑현의 크고 작은 마을에는 대부분 자발적으로 형성된 노래팀이 있다. 일반적으로 성별과 나이에 따라 팀이 구성되는데 여성팀이 많다.


우 팀장은 13살 때 대가를 배우기 위해 스승을 찾아갔다. 그는 “스승을 모시는 것은 간단하다. 선생님 댁에 가서 노래를 배우고 싶다고 하면 가르쳐 주신다. 어떤 겉치레나 사례도 필요없다”고 회상했다.

둥족은 자체 문자가 없어 둥족 대가는 구전으로 전해졌다. 노랫말은 대부분 오래된 둥족 말이라 낯설고 이해하기 어렵다.


며칠 동안 준비한 대가(對歌) 부르는 날이 밝았다.


춘절(春節)기간 명절 의상을 입은 둥족 여성과 아이들이 고루에 모여 대가(對歌)를 부르며 명절을 축하하고 있다.

 

점심 식사 후 팀원들은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를 위로 틀어올려 은비녀를 꽂고 은반화(銀盤花, 은 소재의 화려한 머리장식)를 쓴다. 아래에는 전통 주름치마를 입고 발목은 자수 보호대로 감싸고 꽃신을 신는다. 이렇듯 충만한 의식감을 가지고 이웃 마을로 출발한다.


중뤄촌 마을 입구에는 중뤄촌 둥족 대가팀이 준비한 난문주(攔門酒)가 놓인 긴 의자가 있다. 둥족 대가팀은 주룽촌 대가팀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난로가(攔路歌)>를 불렀다.


“아, 사돈! 꽃이 피고 지더라도 우리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이렇게 당신을 맞이하는 것이 마음에 드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사돈! 꽃이 피든 지든 우리는 당신이 보고 싶어 왔습니다.” 노래가 끝나기가 무섭게 주룽촌 노래팀이 즉각 답가를 불렀다.


노래가 몇 차례 오간 뒤 중뤄촌 팀원들이 술잔을 들어 ‘상대’에게 바치면서 “건배합시다!”, “잔을 비우고 다함께 마을로 들어갑시다!”라고 웃으며 외쳤다.


이어서 사람들은 긴 의자를 치웠다. 두 팀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환호성을 지르며 당당하게 마을로 들어갔다.


땅거미 질 무렵, 중뤄촌의 고루(鼓樓, 둥족은 마을에 반드시 먼저 고루를 세우는데 고루는 둥족의 단결과 번영을 상징함) 가운데에서 거대한 모닥불이 타올랐다. ‘주최자’인 중뤄촌 사람들은 모닥불 옆에 긴 탁자를 놓고 풍성한 연회 음식을 가득 차렸다. 오후 내내 노래를 부른 팀원들은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 긴 탁자에 마주보고 앉아 중뤄촌 팀원들이 술잔을 들고 <경주가(敬酒歌)>를 부르기 시작했다. 주룽촌 팀원들은 다른 마을 사람들과 함께 손뼉을 치며 반주했다.


술과 밥으로 배를 넉넉히 채운 사람들의 뺨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마을 주민 한 사람이 일어나 큰 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정말 기쁩니다! 우리 두 마을 모두 더 나아지길 바랍니다! 우리의 이 고루도 잘 지어지길 바랍니다!” 술기운에 말이 좀 어눌했지만 이내 사람들의 웃음과 환호가 터졌다.

글 | 리자치(李家祺) 사진 | VCG

240

< >
lianghui-002.jpg

간난으로 떠나는 이색 여름여행

최근 중국 간쑤(甘肅)성에 갈 기회가 생겼다.

읽기 원문>>

‘한여름밤의 夜행’...한국의 야간 개장 명소

길고 긴 여름, 어떻게 보내야 재미있을까?

읽기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