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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요리 ‘톄궈둔’ 속 동북지방의 옛 시절


2022-12-27      글|위안징(袁婧)


출입문에 걸린 두꺼운 솜 가리개를 걷자 직원이 “어서 오세요, 따뜻한 이쪽에 앉으세요”라고 맞이했다.  동북 톄궈둔(鐵鍋燉) 식당으로 들어가자 뜨거운 열기에 순간 안경이 뿌옇게 변했다. 잠시 뒤, 농가 분위기가 가득한 알록달록한 인테리어와 큰 솥이 놓인 식탁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손님들이 눈에 들어왔다. 식탁에 앉자 마자 직원이 메뉴판을 펼쳐 건넸다. 메뉴판에는 음식 이름과 사진이 간단하게 소개돼 있었다. 추운 겨울, 당신은 어떤 음식이 떠오르나요?


메인 요리 전에 뭐 먹을까

일반적으로 톄궈둔은 식탁 위에 큰 냄비를 올려 즉석에서 끓여 먹는 음식이다. 향긋한 베이스 양념에 식재료를 전부 넣고 익을 때까지, 전 과정이 30분 정도 걸린다. 기다리는 동안 다양한 전채(前菜) 요리가 올라와 뒤에 있을 메인 요리를 위해 ‘흥을 돋운다’. 동북 식당 전채 요리의 특징은 자연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으로 대부분 현지의 식재료를 사용해 단순한 조리법으로 맛을 낸다.


제일 먼저 식탁에 오르는 것은 량차이(涼菜)라고 하는 냉채다. 잔장차이(蘸醬菜), 다반차이(大拌菜), 다라피(大拉皮)가 대표적이다. 잔장차이는 채를 썬 오이, 무, 상추, 피망, 꽃상추, 파 등 채소를 동북식 된장을 볶아 만든 계란장에 찍어 먹는 요리이다. 다반차이는 잔장차이와 식재료는 비슷하지만 채소를 가늘게 채 썰고 간장, 과일식초, 흰설탕, 흰깨 등과 버무려 새콤달콤한 맛이 난다. ‘우차이다라피(五彩大拉皮)’는 구성이 더 풍부하다. 큰 접시에 넓적 당면을 깔고 다양한 색의 채 썬 채소를 올린 다음(채 썬 고기를 올리기도 한다) 깨장, 탕수 소스, 고추기름을 버무려 낸다. 이 밖에 가장 흔한 고기 냉채로는 고기껍질을 묵으로 만든 러우피둥(肉皮凍)과 모듬 장조림인 장러우핀판(醬肉拼盤)이 있다. 보통 다진 마늘 간장에 찍어 먹는다. 고기 요리지만 상큼해 입맛을 돋운다. 또한 환영받는 몇몇의 따뜻한 요리인 러차이(熱菜)도 있다. 자샤오위(炸小魚, 잡어튀김), 샤오허샤(小河蝦, 작은 민물 새우), 눙자탄지단(農家攤雞蛋, 농가집 계란지짐) 등은 배고픈 식객의 허기를 달래주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식탁에 음식이 하나둘 채워지면, 사람들은 담소를 나누며 냉채와 다른 음식들을 먹으면서 식탁 중앙에서 뜨거운 열기와 향기를 뿜어내는 냄비를 보며 음식이 익기를 기다린다.


솥에 만물을 끓이다

마침내, 직원이 경험에 따라 솥 안의 음식이 다 익었다고 판단하고 김을 조심하라고 안내한 뒤 물수건으로 솥뚜껑을 열면 순식간에 열기와 향기가 사방으로 퍼진다. 솥 안의 식재료가 자글자글 끓는 상태에서 식객들은 국자와 긴 젓가락으로 알맞게 익은 음식을 건져 올린다.


‘톄궈둔’이란 글자 그대로 큰 솥에 각종 식재료를 넣어 끓여 내는 음식이다. 톄궈둔의 기본 색깔은 진한 황두장(黃豆醬) 색이고 음식의 모양과 이름은 그 안에 들어가는 주요 식재료에 따라 결정된다. 동북지역의 톄궈둔위(鐵鍋燉魚)는 보통 ‘싼장위(三江魚)’를 사용한다. 싼장위란 헤이룽장(黑龍江), 쑹화장(松花江), 우쑤리장(烏蘇里江)의 3개 강에서 잡은 자연산 냉수어를 말한다. 이들은 육질이 탄탄하고 단백질이 풍부하다. 대표적인 또 다른 요리인 톄궈둔다어(鐵鍋燉大鵝)에 사용되는 거위 고기는 육향이 다른 가금류보다 훨씬 진하고, 끓여내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잃지 않는다. 조금 더 흔한 닭과 갈비는 쉽게 볼 수 있는 식재료지만 기본 중의 기본의 맛이다. 이 밖에 새해가 되면 동북지역의 일부 마을에는 돼지를 잡는 ‘사녠주(殺年豬)’라는 풍습을 행한다. 잡은 돼지를 각 부위별로 알맞게 처리한 다음, 일정 순서에 따라 큰 솥에 넣고 삶는다. 특히 돼지머리와 순대는 다른 지역에서는 맛보기 힘든 음식이다.


메인 요리 외에 사이드 음식도 매우 풍부하다. 사이드 요리이지만 맛이 메인 요리로도 손색이 없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말린 채소다. 말린 개암버섯, 말린 줄기콩, 말린 가지, 말린 감자 등이 있다. 햇볕에 널어 말린 식재료는 겨울철 동북 사람들의 채소 수요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삶으면 신선한 채소보다 뭉그러지지 않고 육수를 흡수하면서도 일정한 식감을 유지해 맛이 일품이다. 이 밖에 두부 요리인 ‘차이궈더우푸(柴鍋豆腐)’, ‘쏸차이(酸菜)’, 넓적 당면인 ‘콴펀(寬粉)’도 동북지역의 둔차이(燉菜)에서 빠질 수 없다. 그러나 솥뚜껑을 연 다음 제일 기대되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톄빙쯔(貼餅子)’와 ‘후쥐안쯔(烀卷子)’다. 톄빙쯔는 옥수수가루로 만든 반죽을 솥 가장자리에 빙 둘러 붙이는 것으로, 반죽이 중력에 따라 조금씩 솥 안으로 미끄러져 두꺼운 것은 육수에 빠져 짭짤한 맛이 나고 얇은 것은 솥 가장자리에서 노릇노릇하게 익어 바삭해진다. 발효한 밀가루로 만든 화쥐안(花卷)을 식재료 위에 올리면 절반은 육수에 담가 끓여지고 절반은 고온에 쪄져 눅눅해진다. 노란 빛깔의 톄빙쯔와 하얀 빛깔의 후쥐안쯔는 저항할 수 없는 탄수화물 음식이다.


전통과 부흥

겉으로 보면 톄궈둔은 평범하고 소박하지만 동북지역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음식으로 현지인의 정감이 담겨 있다. 식재료뿐 아니라 동북지역에서 생산하고 발효시킨 황두장과 콩기름, 자연산 생선과 거위, 순대 역시 이곳의 특별한 식재료다. 톄궈둔의 특징은 큰 솥에 식재료를 다 넣어 그 자리에서 조리하는 것으로 이는 동북지역의 ‘온돌’ 풍습에서 비롯됐다. 이곳의 겨울은 매우 추워 과거 모든 집에 흙으로 만든 아궁이가 있었다. 그 위에 흙이나 벽돌을 쌓아 잠을 잘 수 있는 장방형의 온돌을 만들었는데 이것을 ‘캉(炕)’이라고 한다. 온돌과 아궁이가 연결돼 아궁이에서 장작을 때면 온돌을 데우고 물도 끓이며 밥도 지을 수도 있다. 온돌에 앉아 밥을 먹을 때는 온돌용 탁자를 올리고 솥을 건다. 차가운 바람을 쐬고 돌아온 가족들이 둘러앉아 열기가 폴폴 올라오는 솥에서 음식을 건져 먹으며 술 한 잔 곁들여 이야기를 나누면 위와 몸에서 조금씩 온기가 돌고 마음도 따뜻해진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재래식 온돌과 안녕을 고하고 히터와 천연가스 난방이 되는 집으로 이사 가는 사람이 늘어 생활이 훨씬 편리해졌다. 그래서 톄궈둔은 과거를 추억하는 방식이 됐고 식당들이 추억의 맛을 찾는 사람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음식은 맛이 좋고 풍성하며 모임에 적합하기 때문에 동북지역이 아닌 다른 도시까지 퍼져 중국에서 전국적으로 유행하게 됐다.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솥에 눌려 있던 마지막 감자를 건져 먹으면 감자에 스며든 양념 맛이 입안에서 녹아든다. 기분 좋게 음식을 먹고 부른 배를 쓰다듬으면 친구·친척들과의 모임이 더 만족스러워진다. 톄궈둔은 가장 소박한 방식으로 각종 식재료를 모으고, 장작불에 한데 섞인 식재료는 진한 육수를 머금은 맛있는 음식으로 변해 쌀쌀한 가을과 추운 겨울에 따뜻한 행복감을 선사한다.

 

글|위안징(袁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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