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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로부터 느낀 중국 음식 문화


2022-05-13      글|차오멍웨(曹夢玥)

전시장에 설치된 송나라 다도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 점차(点茶) 방식은 송대에 가장 인기 있던 기예로 찻잎을 덖고 빻고 거르고, 찻잔을 데우고 물을 끓이고 거품을 내고 맛을 내는 등의 전체 과정이 포함된다. 사진/중국국가박물관 제공


왕자이민위천, 이민이식위천(王者以民爲天, 而民以食爲天, 왕은 백성을 하늘처럼 여기고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처럼 여긴다)이라는 말이 있다. 농경 문화에서 중국인은 ‘식(食)’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밥 한 공기, 음식 한 접시, 술 한 잔, 차 한 잔……. 평범하기 짝이 없는 하루 세 끼 속에 일반 백성의 삶의 지혜가 담겨 있고 중화민족이 수천 년 동안 축적해온 문화의 저변이 나타난다. 원시시대의 생식에서 익혀 먹는 화식까지, 담백하고 무미한 것으로부터 맛있는 밥과 요리까지, 중국인의 식탁은 수만 년 동안 음식 혁명과 문화의 변천을 지켜봤다.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고 생존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생활 방식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음식을 만드는 모든 과정에서 삶의 지혜와 생명의 존엄이 드러난다.


중국의 음식 문화는 역사가 길고 깊다. 수천 년에 달하는 역사의 축적 속에서 정교하고 아름다운 식기, 자체적인 체계를 갖춘 요리 기술, 바다처럼 많은 서적과 제도를 형성했다.


중국국가박물관의 ‘중국 고대 음식문화전’이란 전시는 중국 고대 음식의 발전과 변천 과정을 따라 중국 고대 음식문화의 풍부한 면모를 체계적으로 전시했다.  한 판∙한 접시, 한 상∙한 그릇, 술 한 잔∙차 한 잔 속에서 ‘혀 끝으로’ 중국의 맛을 느낄 수 있고, 중화민족의 음식 문화의 맥을 감지할 수 있다.


전시장 내부 모습 사진/중국국가박물관 제공



음식의 그릇, 음식의 아름다움

중국국가박물관 북(北) 11 전시실에 들어가면 천장에 다양한 형태의 한자 ‘식(食)’ 자가 눈에 띈다. ‘식’ 자를 서막으로 중국 고대 음식 문화를 보여주는 ‘두루마리 그림’이 펼쳐진다.

‘중국 고대 음식문화전’은 ‘식자팔방(食自八方)’, ‘다운주향(茶韻酒香)’, ‘임랑미기(琳琅美器)’, ‘정중지변(鼎中之變)’, ‘예시음식(禮始飲食)’의 5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식재료, 그릇, 기술, 예의 등 다양한 측면에서 240여 점(세트)의 유물을 통해 중국 고대 음식문화의 역사적 변천을 보여주고 고대 노동 인민의 숨결이 가득한 일상생활을 보여줌으로써 중화민족의 넉넉하고 아름다운 삶의 동경과 믿음을 보여준다.


‘식자팔방’ 섹션에 전시된 신석기시대 량주(良渚)고성 모자오(莫角)산 서쪽 언덕에서 발견된 탄화 곡물은 관객에게 중화민족의 농경 문화 기원을 보여준다. 중국은 조와 벼의 발원지다. 마자방(馬家浜)문화에서 시작해 쑹쩌(崧澤)문화를 거쳐 량주(良渚)문화 시기에 이르러 벼농사가 성숙해졌다. 량주고성 중심에 있는 모자오산 주변에서 출토된 200톤 가량의 탄화 쌀을 통해 량주문화의 벼농사 수준을 알 수 있다. 신석기시대 페이리강(裴李崗)문화 유적에서 출토된 석마봉(石磨棒)과 석마반(石磨盤)은 중원 옛 사람들의 숙련된 석기 가공 기술과 발달된 농업 문명을 보여준다.


‘다운주향’ 섹션에서는 아름다운 다구(茶具)와 주기(酒器)를 통해 중국의 유구한 음주와 차 역사를 보여준다. 술과 차는 중화 음식 문화에서 두 송이의 찬란한 꽃으로 옛 사람들의 음식 문화에 예술적인 색채를 더한다. ‘주여호사, 다여은일(酒如豪士, 茶如隱逸)’이라고, 차와 술은 미각의 즐거움과 신경의 자극을 주는 동시에 인간의 정신적 수요도 만족시켜준다. 흑도배(黑陶杯), 청동작(青銅爵), 청동가(青銅斝), 청화잔(青花盞) 등 유물은 차문화와 술문화의 역사적 풍습을 보여준다.


음식 기구는 중국 고대 음식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다. 중국의 역대 음식 기구는 실용성을 중요시하면서 동시에 심미관을 관통했다. 소박한 채도(彩陶), 청아한 자기, 장중한 동기, 아름답고 소박한 칠기, 화려하고 귀한 금은기, 윤이 나는 옥기 등……. ‘임랑미기’ 섹션에서 다양하고 아름다운 식기가 관객에게 아름다운 경험을 선사하는 동시에 중화문명의 발전 여정을 보여준다.


전시장에 재현된 술을 양조하고 증류하는 모습. 증류주는  흔히 부르는 ‘바이주(白酒)’로, 일반적으로 원나라 때부터 기원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동한설(東漢說)과 당나라설(唐代說) 등의 관점도 있다. 사진/중국국가박물관 제공


음식의 기술과 음식의 예의

젠(煎, 지지다), 차오(炒, 볶다), 펑(烹, 삶다), 자(炸, 튀기다), 정(蒸, 찌다), 주(煮, 끓이다), 둔(炖, 고다), 웨이(煨, 재에 묻혀서 굽다), 먼(焖, 졸이다), 쥐(焗, 찌다), 사오(燒, 익힌 후 볶다) 등 중국 음식은 다양하고 풍부한 조리법으로 유명하다. 식품의 조리 기법과 불 사용은 깊은 관계가 있다. 상고시대 불을 사용해 옛 사람들은 생식에서 화식으로 전환했다. 이는 인류 발전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적인 사건으로 인류 음식 문화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부(釜), 정(鼎), 역(鬲), 증(甑) 등 처음으로 발명된 취사도구로 중화민족의 수천 년 조리 기법은 증과 주 위주가 됐다. 주(周)나라 때 ‘팔진(八珍)’의 출현은 조리가 독특한 음식 예술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뜻하고, 후대의 각종 요리는 ‘팔진’ 조리법을 기초로 만들어졌다. 한(漢)나라는 중화 음식 문화 발전사에서 중요한 시기다. 식량 저장과 가공, 주식 제작, 음식 조리, 음식 습관 등 여러 분야에서 이후 2000년 동안 이어지는 기본적인 음식 구도를 만들었다. 제4섹션인 ‘정중지변(鼎中之變)’은 식재료 가공 제작 기구, 요리 조리 기술, 음식 관련 여러 문헌을 전시해 중화 음식 조리 기술의 변천을 체계적으로 보여주어 옛 사람들의 음식 만드는 기술에서의 지혜와 과학을 드러냈다.


‘부례지초, 시제음식(夫禮之初, 始諸飲食)’이라고, 중국 고대 문명의 상징적인 ‘예(禮)’는 음식의 기초 위에 구축됐다. 음식을 먹기 전 반드시 먼저 조상과 신령에게 제를 지내는 풍습은 신석기시대에 생긴 이후 상주(商周)시대에 더 활발해졌다. 음식 예기(禮器) 조합에서부터 사용시 표현의 예의까지, 요리 종류에서 조리와 음미까지, 식사 방식에서 연회까지 등급과 순서를 강조하지 않은 것이 없다. 선진(先秦)시대의 경전에 음식 예의가 자세하게 서술돼 있어 후대에 큰 영향을 주었다. ‘예시음식(禮始飮食)’ 섹션에서는 각종 유물과 장면 복원으로 중국 고대 음식 중 예의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중 ‘홍문연(鴻門宴)’ 복원도는 고대 연회의 좌석 배치를 묘사해 고대 중국에서 동쪽을 높은 자리로 삼은 전통을 보여준다. ‘이락유식(以樂侑食)’은 고대 중국 음식 문화의 큰 특징이다. 제후와 귀족은 식사할 때 음악과 가무로 흥을 돋워 분위기를 띄우고 식욕을 증진시키며 순서를 유도하고 위세를 과시했다. 전시된 각종 악용(樂俑)과 서적은 옛 사람의 종을 쳐서 식구를 불러모아 솥을 벌여 놓고 식사를 한다는 ‘종명정식(鍾鳴鼎食)’의 음식 예의를 보여준다.


이 밖에 전시회는 여러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전시회의 다채로운 내용을 일부 전시해 관객은 집을 나서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전시회를 볼 수 있게 돼 함께 ‘인간 세상의 맛을 음미’하고 음식 문화의 독특한 매력을 느껴볼 수 있다.  

글|차오멍웨(曹夢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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