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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같은 마라의 맛, 쓰촨 요리


2021-06-24      글|김진방(연합뉴스 베이징 특파원)

훠궈


쓰촨(四川) 요리하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다. 바로 2017 여름 에메랄드빛 물로 유명한 주자이거우(九寨沟) 지진이 취재를 갔을 베이스캠프인 청두(成都) 머물며 봤던, 여름날 훠궈(火鍋) 먹는 쓰촨 사람들의 모습이다. 얼굴을 타고 흐르는 땀을 닦아 가며 냄비에 담긴 뻘건 국물에서 각종 재료를 건져내 먹는 모습은 보는 사람마저 윗옷을 땀에 흠뻑 젖게 만큼 얼큰했다. 훠궈 식당 주변에만 가도 코를 찡하게 하는 마라(麻辣,  혀가 마비될 정도로 맵고 얼얼한 ) 향은 아직도 뇌에 각인되어 있는지 쓰촨의 전경을 떠올리면 고스란히 향이 재생된다.



멈출 없는 마라의


당시 현지 식당에서 쓰촨 훠궈를 먹으며 신세계를 맛봤다. 나는 매운 것을 본래 먹지 못하는지라 한두 집어 먹고 되겠다 싶으면 젓가락을 내려놓으려 했다. 하지만 한번 맛을 보자 인당 하나씩 나오는 작은 맥주컵 크기의 참기름 소스를 먹을 때까지 계속 저작근을 멈출 없었다. 매운 것도 싫어하지만 흘리는 것도 끔찍이 싫어하는 내가 그런 모습으로 훠궈를완뽕 해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기념비적인 일이다. 물론 다음날 변기에 앉았을 둔부 안쪽에서 얼얼함이 느껴지는 징벌이 뒤따랐다.


나는 마라 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맛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맛을 덮어 버릴 정도로 강해서라고 해야 할까. 그러니까 마라 훠궈에 어떤 재료를 담그든 재료는 모두 마라 맛일 뿐이지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길 수가 없다.


그럼에도 마라를 거부할 없는 것은 치명적인 중독성 때문이다. 맛에 중독되는 것인지 아니면 뜨겁고 매콤한 훠궈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식사를 마치고 식당 문을 박차고 나왔을 따라오는 개운함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쓰촨 요리는 크게 상허방(上河帮), 샤오허방(小河帮), 샤허방(下河帮) 지류로 나뉜다. 설명을 덧붙이면 쓰촨 서부 지역인 성도 청두와 러산(乐山) 중심으로 상허방 룽파이촨차이(蓉派川菜), 쓰촨 남부 쯔궁(自贡) 중심으로 명주 생산지인 이빈(宜宾) 루저우(泸州) 등을 포함한 샤오허방 옌방차이(盐帮菜), 마지막으로 충칭(重庆) 중심으로 샤허방 충칭차이(重庆菜) 등이다.


쓰촨 요리의 기원은 춘추전국시대의 촉국(蜀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지>에서도 유비의 촉나라가 고립된 지형으로 등장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중원과는 완전히 다른 음식 문화를 가지고 있다.


쓰촨 요리의 맛을 크게 구분해 보자면 마라맛, 순수한 한국식 고추 매운맛, 약간 시큼한 전체적으로는 맵고, 아린 맛이 주가 되지만 나름 외에도 다양하다.


쓰촨 요리는 워낙 중국 내에서도 사랑을 받기 때문에 영향력이 국외까지 많이 미쳤다. 한국인도 웬만한 쓰촨 요리 이름을 정도다. 대표적인 요리 가지만 나열해 보면 마포더우푸(麻婆豆腐, 마파두부), 수이주위(水煮鱼, 민물고기 요리), 후이궈러우(回锅肉, 삼겹살 요리), 위샹러우쓰(鱼香肉丝, 돼지 살코기 볶음요리), 라쯔지(辣子鸡, 튀긴 닭고기를 야채와 볶은 요리), 궁바오지딩(宫保鸡丁, 닭고기 볶음요리) 등이 쓰촨 요리다. 쓰촨 요리에 대해서 개괄적으로 알아봤으니 본격적으로 음식에 대해 알아보자.


마포더우푸


메이란팡(梅蘭芳) 사랑한 쓰촨식당 어메이주자(峨嵋酒家)

가끔 청두에서 먹던 훠궈가 떠오를 때면 베이징(北京)에서 전통 쓰촨 요리를 맛볼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베이징에도 제대로 쓰촨 음식점이 있다. 바로 무협지에 나오는 쓰촨 명산 어메이(峨眉)산에 자리한 어메이파와 같은 이름을 가진어메이주자(峨嵋酒家)’ 그곳이다.


이곳이 유명해진 것은 경극의 전설이자 배우 장궈룽(張國榮) 열연한패왕별희(覇王別姬)’ 주인공의 모티브가 실존인물 메이란팡(1894~1961) 때문이다. 메이란팡은 베이징 출생이지만, 쓰촨 요리를 즐겼다고 한다. 그가 자주 가던 곳이 바로 어메이주자다. 처음엔 소형 점포에 불과했던 식당은 메이란팡이 하루걸러 하루씩 방문을 하면서 명성을 타기 시작했고, 이후 중국 대문호 라오서(老舍) 비롯해 중국 혁명영웅 궈모뤄(郭沫若), 중국 수묵화의 대가 치바이스(齐白石)까지 유명인의 사랑을 받으며 지금의라오쯔하오(老字號)’ 반열에 올랐다.


이곳의 대표 음식은 자부심이자 간판 요리인 궁바오지딩이다. 잘게 자른 닭고기를 땅콩과 고추, 야채 등을 넣고 달큰한 소스로 볶는 그런 흔한 음식이다. 궁바오지딩은 대중성이 강한 음식이라 한국인 유학생을 비롯해 관광객들도 즐겨 먹는 음식이다. 하지만 어메이주자의 궁바오지딩은 명성대로 일반적인 요리와는 확연히 맛이 다르다. 시골스러운 모양으로 투박한 맛이 나는 매력이다. 투박해 보이는 모양 때문에 가려져 있지만, 땅콩과 닭다리살, 동글동글한 파의 모양까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솜씨가 완정하다.


이곳의 궁바오지딩도 좋지만, 어메이주자에서 최고의 요리를 뽑으라면 마포더우푸다. 마포더우푸는 간단하게 만들 있지만, 맛을 내기는 정말 어려운 요리다. 한국의 웬만한 중화요릿집에도 있을 만큼 유명한 요리인데 제대로 맛을 내는 곳은 찾기가 어렵다. 마포더우푸를 고급과 하급으로 나눌 있는 기준은 재료를 볶는 기술이다. 두부에 양념을 넣고 볶을 연한 두부 모가 상하지 않게 정육면체 모양을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만들어진 마포더우푸를 만나면 공기는 뚝딱할 있다.


그리고 집의 후식 필살기인 닭가슴살 비빔면 역시 베이징 최고라 만하다. 요리는 차가운 요리인데 간이 적절하게 배인 면에 닭고기 가슴살을 잘게 찢어 넣어 풍미가 좋다. 후식으로 먹기도 좋았지만, 간단하게 점심으로 끼니를 때우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쓰촨 요릿집으로서 어메이주자의 맛을 평가하라면, 현지에서 먹는 맛을 80% 정도 구현한 집이라고 평하겠다. 쓰촨 현지 맛집과 비견할 없지만, 누군가 나에게 베이징에서 정통 쓰촨 요리를 먹고 싶다고 한다면 나는 이곳을 추천할 의사가 있다.



 

글|김진방(연합뉴스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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