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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성지, 어메이산과 러산대불


2021-06-24      글|장진원(張勁文)

어메이산의 최정상 진딩의 운해 사진/ VCG


어메이산(峨眉山) 중국 쓰촨(四川) 남서부의 칭이장(青衣江) 다두허(大渡河) 사이에 위치해 있다. 각양각색의 산봉우리와 기암괴석이 운무(雲霧) 싸여 우뚝 솟은 어메이산은 상고(上古) 시대 장인이 만든 걸작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여와(女媧)라는 여신이 찢어진 하늘을 기웠다는여와보천(女媧補天)’ 설화에서 장인이 여와가 남긴 돌덩어리들을 망치와 바늘로 어메이산을 조각했다는 것이다. 멀리서 보면 부드럽게 이어진 산의 실루엣이 여인의 눈썹과 같다고 하여높을 ()’눈썹 ()’ 쓴다.


어메이산은 불경에서산의 모양이 초승달 같고, 환한 빛을 내뿜는다 묘사되어 있을 정도로 불교의 명산으로 꼽힌다. 서기 1세기 인도의 승려가 어메이산에 들어간 이후 사찰이 생기고 승려들이 기거하기 시작했다. 불교 신자들이 어메이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조각한 세계 최대 미륵불 좌상인러산대불(樂山大佛)’ 어메이산과 함께 인류의 귀중한 자연문화유산으로서 각지에서 모여드는 방문객들을 벌려 맞이하고 있다.


러산대불의 모습 사진/ CFB


사계절 여행 명소

어메이산에 간다면 놓치지 말아야 것이 가지 있다.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일출 구름 덮인 바다인운해(雲海)’, ‘불광(佛光)’ 둘러보면 좋다. 이곳의 일출은 기상 여건과 계절적 요인으로 천태만상의 풍경이 펼쳐진다. 맑은 날에는 지평선 넘어 붉은 빛을 내뿜으며 이글이글 솟아오르는 태양을 있고, 운무가 짙게 깔린 날에는 태양이 안개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감췄다 하며 시시각각으로 주변 분위기를 바꾼다.


운해를 보고 싶다면 어메이산의 최고봉인진딩(金頂)’ 오르면 된다. 거친 파도처럼 용솟음치기도 하고 수많은 봉우리처럼 쪼개지기도 하며 때로는 바다 위에 떠오른 봉래선도(蓬萊仙島, 신선이 살고 불로초가 있다고 전해지는 ) 같기도 변화무쌍한 운해를 감상할 있다.


만약 금정까지 왔다면불광 까닭이 없다. 여름날 늦은 오후 금정의서선옌(舍身巖)’ 바위에 오르면 뒤로는 태양을 등지고 앞으로는 자욱한 운무가 펼쳐진다. 이때 아래를 내려다보면 구름 끝으로 겉은 붉고 속은 자줏빛인 빛무리가 보인다. 빛무리 속에 보는 이의 그림자가 들어 있고 움직임에 따라 이동한다는 사실은 그저 놀랍기만 하다. 이런 절경을 보노라면 아무리 불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라도 산에 무언가영험하고 신성한 기운 어려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없다.


산에 서식하는 동물들에서도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대표적인 동물을 꼽자면 단연코 원숭이이다. 어메이산의 승려들은 산에 서식하는 원숭이들에게셴링(仙靈)’이라는 깜찍한 별명을 붙여 주었다. 정확한 개체수는 없고 칭인거(淸音閣) 일대에서 훙춘핑(洪椿坪) 이르는 25헥타르 면적의 골짜기에 가족을 이루며 사는 원숭이 무리가 빈번히 출몰한다는 사실만 확인됐을 뿐이다. ‘영험한 원숭이라는 뜻의링허우(靈猴)’ 불리는 원숭이들은 관광객들을 따라다니며 장난을 친다. 마리에게 과일을 건네주기라도 하면 이를 다른 원숭이들이 금세 달라붙어 먹이를 구걸하거나 예의 바르게인사 하기도 한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일본 나라(奈良) 지역 사찰의 사슴들과 비견할 만한영성쟁이들이다.


어메이산을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한여름, 다음 좋은 계절은 겨울이다. 중국 남부 지역 중에서도 어메이산은 매년 눈을 있고 관련 시설이 구비되어 있으며 스키장까지 갖춘 명산이다. 눈이 쌓인 진딩에 오르면 사방이 온통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어메이산을 감상할 있다.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십방보현보살금상(十方普賢金像) 웅장한 진딩의 자태와 어우러져 더할 나위 없는 절경을 자아낸다.


어메이산은 풍경명소 내에 현존하는 사찰만 30 이상, 건축면적은 10m2 달해선산불국(仙山佛國)’으로도 불린다. 바오궈쓰(報國寺), 푸후쓰(伏虎寺), 칭인쓰(淸音寺) 이름난 사찰은 물론이고 사찰의 전당(殿堂) 국가급 문화재가 많다.


불교 신자들은 어메이산의 이름난 사찰과 함께 러산대불을 반드시 참배해야 성지로 여긴다. 러산대불은 어메이산에서 38km 떨어진 곳의 민장(岷江), 칭이장, 다두허 강이 합류하는 곳에 위치한다. 배를 타고 상류에서 강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산의 몸체 개가 자연스럽게 조합되어 만들어진 길이 4000 미터의 거대 수불(睡佛, 잠을 자는 ) 있다. 사지(四肢) 온전하고 윤곽이 뚜렷한 수불은 하늘을 향해 반듯이 누워 깊은 잠에 듯한 모습이다. 거대 불상의 머리, , 부위에는 각각 우여우산(烏尤山), 링윈산(淩雲山), 구이청산(龜城山) 자리하고 있다. 우여우산의 거대 암석과 푸른 대나무, 우거진 녹음, 오솔길, 누각은 각각 불상의 머리털, 속눈썹 콧대, 입술에 해당한다. 링윈산의 굴곡진 봉우리는 불상의 가슴과 허리, 다리 실루엣에 해당하고 구이청산의 일부 솟아오른 부분은 불상이 발바닥을 바짝 세운 모습이다. 멀리서 보면 매우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거대 불상의 형태를 하고 있다. 배를 타고 가까이 다가가면 수불의 가슴 부위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71미터 높이의 러산대불을 있다. 이는 당나라 마애석각(摩崖石刻) 대표적인 작품이자 세계 최대의 미륵불 좌상으로 미래와 희망, 광명길상(光明吉祥) 상징한다.


어메이산의 원숭이들 사진/ CFB

 

보현보살 신앙의 성지

어메이산은 중국 4 불교 명산 하나이자 불교 보현보살(普賢菩薩) 도량(道場)이기도 하다. 어메이산과 보현보살에는 가지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1세기 무렵 어메이산 산자락에 포공(蒲公)이라는 약초 캐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 하루는 환갑을 넘긴 포공이 여느 때와 같이 새벽에 산으로 약초를 캐러 갔는데, 땅에 찻잔 크기만 연꽃 모양의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괴이한 발자국을 따라 정상까지 가니 발자국은 사라지고 불현듯 하늘의 소리(天籟之音) 들려오더니 아득한 운해에서 오색찬란한 빛고리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빛고리에는 코가 길고 입가에 여섯 개의 기다란 이빨이 튀어나온 코끼리가 있었고, 등에는 머리에 금관(金冠) 쓰고 손에는 여의(如意) 연화대(蓮花臺) 좌선한 보살이 타고 있었다. 포공은 고승의 가르침을 통해 그것이 보현보살의 서상(瑞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포공은 보현보살의 서상을 목격했던 벼랑 끝에 보현보살을 모시는 사찰을 지었고 후대 사람들은 이를초전(初殿)’이라 명명했다. 이후 어메이산은 년에 걸친 보현신앙의 성지가 되었다. 399 혜지(慧持)라는 고승이 이곳에 보현사(普賢寺) 지은 뒤로는 어메이산을 중심으로 보현신앙이 널리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300 보현신앙은 어메이산 일대에서 융성기를 맞이했다. 당시 어메이산 동쪽의 링윈산에서는 철기가 부딪치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해통(海通)이라는 스님이 사람들을 시켜 산을 뚫고 벼랑을 깎는 소리였다. 링윈산은 민장, 칭의장, 다두허 강물이 합류하는 곳인데 매년 우기가 되면 홍수가 일어나 농지와 가옥을 삼켜 백성들의 고통이 이루 말할 없었다. 이를 지켜본 해통스님은 링윈산에 크기만 거대 불상을 세워 불력(佛力)으로 홍수를 제압하고 백성을 보호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713 대대적으로 시작된 러산대불 조각 작업은 803년까지 이어졌고, 3대에 걸친 이들의 땀과 노력이 응집된 불상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어메이산 쌍류사(雙流寺)  사진/ CFB


어메이산의 보현신앙 발전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어메이산은 도교의 관점에서도 풍수적으로 완벽한 곳이자 신선이 되기 위한 수련을 하기 안성맞춤인 곳이었기 때문에제칠동천(第七洞天, 동천은 신선이 사는 )’이라 불렸고, 북오조(北五祖) 일컬어지는 여동빈(呂洞賓, 도교 신화에서 팔선(八仙) 사람) 역시 이곳에서 수련을 적이 있었다. 따라서 한때 토속 종교를 지키기 위한 도교와 불교 알력 싸움이 극도로 격화되기도 했었다. 845 당시 도교를 신봉했던 황제가 불교 전파를 금지하고 사원을 철거하며 승려들을 내쫓은 역사적 사건인회창멸불(會昌滅佛, 회창은 당나라 무종의 연호)’ 벌어지면서 10 어메이산의 불교 역시 여러 고초를 겪었다.


874년에 새로 즉위한 황제가 포용적인 종교 정책을 펼친 덕분에 어메이산의 불교는 다시 일어설 있었다. 어메이산에 불교 사원이 많아지면서 보현신앙도 재차 융성하기 시작했다. 태종, 신종 시기에는 어메이산에 황제의 하사품이 내려지기도 했다. 현재 어메이산의 완녠쓰(萬年寺)에는 태종 시기 만들어진 높이 7.85미터, 무게 62톤의 거대한 보현보살 동상이 있다. 여기에는 신종이 하사한 금장 인장과 함께 동안 썩지 않고 전해진 패엽경(貝葉經, 인도 열대우림에서 자라는 패다라(貝多羅) 나뭇잎에 범어(梵語) 불경을 새긴 경전의 일종), 실론(錫蘭, 스리랑카의 이름)에서 가져온 가섭불() 치아 사리가 보관돼 있다.


신중국 성립 어메이산 일대를 제대로 보호하기 위한 작업도 꾸준히 이뤄져 왔다. 1982 중국 국무원은 어메이산 관광지를 1 국가급 풍경명소로 지정했다. 1996년에는 어메이산과 러산대불이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 명단에 공동 등재되며 인류를 위한 자연유산, 문화유산으로 승격됐다. 2007년에는 중국 국가관광국이 어메이산 일대를 국가 5A 관광풍경구역으로 공식 지정했다. 2020 1 1 <어메이산 세계문화·자연유산 보호조례> 시행되며 어메이산은 국가의 법률과 제도의 보호 아래 더욱 세심하고 철저하게 관리되기 시작했다.


어메이산은 지금도 매년 수많은 불교 신자들이 찾는 곳이다. 포공이 보현보살의 서상을 목격한 이후로 어메이산 금정의 빛고리는 현재까지도 굽이치는 운해 속에서 부처님의 세계를 어른어른 비추고 있다. 어메이산은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 하나의 거룩하고 성스러운 정신적 낙원으로서 오늘도 찬란히 빛나는 불광에 싸여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글|장진원(張勁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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