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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덕’이 베이징 음식이 아니라고?


2021-03-11      글|김진방(연합뉴스 베이징 특파원)

베이징뿐 아니라 중국의 대표 음식으로 정평이 나 있는 베이징덕은 그 명성만큼이나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요리다. 사진/ 김진방

‘베이징덕’은 중국어로는 카오야(烤鴨)라고 부른다. 전주의 대표 음식이 전주비빔밥이듯 부산의 대표 음식이 부산돼지국밥이듯 베이징(北京)의 대표 음식은 베이징덕이다.
 
베이징뿐 아니라 중국의 대표 음식으로 정평이 나 있는 베이징덕은 그 명성만큼이나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요리다. 중국 최고의 베이징덕 브랜드로 평가받는 취안쥐더(全聚德)를 비롯해 다둥(大董), 쓰지민푸(四季民福), 베이징덕의 원조인 볜이팡(便宜坊)까지 베이징을 중심으로 포진한 베이징덕 유명 브랜드들은 중국인들은 물론 세계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 간판 요리’ 베이징덕은 어디서 왔을까 
가장 유명한 취안쥐더는 베이징 단체관광에서도 단골 코스이기 때문에 베이징을 방문했던 사람이라면 웬만하면 한번쯤 방문해봤을 것이다. 요즘에는 한국에도 베이징덕을 내는 중국집들이 생겨나고 있어 베이징덕을 맛본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먹어 본 것은 먹어 본 것이고, 정작 베이징덕의 기원이나 제조방식, 계파별 특징 등은 크게 조명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법인데 세계적인 요리를 그저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혹은 유명세를 따라 소비하는 것이 안타깝다. 그래서 이 글에는 그간 무심코 단체관광을 와서 먹고, 지인 손에 이끌려 먹던 베이징덕을 소개할까 한다.
 
“베이징덕은 사실 베이징 음식이 아니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베이징덕이라고 떡하니 이름에 쓰여 있는데 베이징덕이 베이징 음식이 아니라고? 베이징덕은 베이징 음식이 맞다. 다만, 그 연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베이징덕은 중국 문화의 정수인 남방 지역에서 온 음식이다. 
 
무슨 선문답 같은 소리 그만하고 얼른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듯하다. 정답부터 말하자면, 베이징덕이란 음식은 명나라 시조 홍무제(洪武帝) 주원장(朱元璋)이 나라를 세우고 수도로 정한 난징(南京)에서 온 음식이다. 
 
베이징덕이 베이징에 오기 전에는 지금처럼 오븐 형태의 루(炉, 화덕)에서 굽는 것이 아닌, 화롯불에 직화로 구운 오리요리였다. 그러니까 난징에서 귀족과 황족들이 먹던 고급 오리구이였는데, 명나라의 영락제(永樂帝) 주체(朱棣)가 수도를 베이징으로 옮기면서 함께 북방으로 딸려온 음식이라고 하는 게 가장 맞다. 
 
영락제가 난징에서 베이징으로 수도를 천도할 때 이 카오야도 수도를 따라 베이징에 입성하게 됐다. 정확히는 1416년, 영락제 14년 때의 일이다. 베이징에 온 뒤로 화롯불에 구워 먹던 카오야는 요즘 말로 하면 오븐, 중국 말로 하면 ‘루’에 굽는 형식으로 변모하게 된다. 
 
볜이팡이 사용하는 루는 문을 달아 찌는 방식이라 하여 ‘먼루’라고 부르며 취안쥐더나 다둥, 쓰지민푸 등은 대부분 문이 달리지 않은 ‘과루’를 사용한다.  사진/ 김진방

베이징덕은 어떤 종류가 있을까
당시 처음 베이징덕을 만들었던 곳이 ‘볜이팡’이다. 중국에서 가장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가장 오래된 ‘라오쯔하오(老字號)’다. 라오쯔하오의 뜻은 ‘전통있는 노포’라고 생각하면 된다. 중국에서는 100년 이상 전통과 역사를 가진 라오쯔하오를 국가에서 지정해 관리한다. 라오쯔하오 등록을 시작한 초기에는 1600개의 브랜드가 있었지만, 중국 정부에서 재확인 작업을 거쳐 현재는 1000개의 브랜드만 남아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베이징덕 브랜드로 1864년 베이징에 문을 연 ‘취안쥐더’ 역시 볜이팡과 같은 라오쯔하오다. 볜이팡은 난징의 오리구이를 조금 다른 형태로 변화시켰는데 루에 문을 달아 굽기와 찌기(뜸들이기)를 동시에 하는 조리법으로 베이징덕을 만들었다. 그래서 볜이팡이 사용하는 루는 문을 달아 찌는 방식이라 하여 ‘먼루(焖炉)’라고 부른다. 취안쥐더나 다둥, 쓰지민푸 등은 대부분 청나라 때 만들어진 ‘과루(挂炉)’를 사용하는데 이 루는 문이 달리지 않고, 개방된 형태다. 
 
베이징덕을 먼루에서 조리한 것과 과루에서 조리한 것의 차이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먼루에서 조리할 때는 루의 문을 닫은 상태에서 굽기 때문에 오리가 살짝 쪄지는 느낌이 있어 육질이 훨씬 부드럽다. 반면, 문이 안 달린 과루에서는 요리사가 눈으로 오리의 상태를 보고 계속 오리를 돌리면서 굽기 때문에 겉을 더 바삭하게 구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루의 차이일 뿐이지 그렇다고 해서 먼루의 오리가 바삭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과루의 오리가 육질이 부드럽지 않은 것도 아니다. 상대적으로 그렇다고 이해하면 된다. 현재 베이징덕 브랜드들은 대부분 과루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문을 닫고 조리하는 먼루보다 루를 다루는 기술 난이도가 낮고, 사람들이 베이징덕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바삭한 식감을 더 잘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원조를 굳이 정해야 한다면 먼루 방식을 사용하는 볜이팡으로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루의 종류를 설명했으니 여기서 잠깐 베이징덕의 종류에 대해서 알아보고 가자. 베이징덕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뉘는 데 먼루, 과루, 칭전(淸眞)식 카오야다. 먼루와 과루는 앞에서 이미 설명을 했으니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그렇다면 칭전카오야는 무엇일까. 중국어로 ‘칭전’은 ‘이슬람’을 뜻하고, ‘카오야’ 는 구운 오리 즉, 베이징덕을 칭한다. 한마디로 할랄 베이징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뭐가 다른가 하면 할랄 방식으로 오리를 잡는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칭전’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일단 깨끗하고 맛이 믿을 만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중국에서는 이슬람 교도들이 운영하는 식당이 청결하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는 인식이 있다. 즉, 칭전 카오야는 이슬람식 베이징덕이다. 문화적 특징이 독특하고, 자신만의 문화를 고집하는 무슬림이 만들어 낸 베이징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글|김진방(연합뉴스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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