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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선수복에 담긴 ‘중국의 지혜’


2021-03-10      글|정메이천(鄭美辰)

 
류리 교수와 그녀가 이끈 디자이너팀이 디자인한 피겨스케이팅 경기복 사진/ 천젠(陳建)

춘제(春節) 명절(음력 설)을 앞두고 중국 대부분의 대학은 겨울방학에 들어갔다. 그러나 기자가 베이징복장학원(北京服裝學院, 의류디자인으로 유명한 종합대학교) 류리(劉莉) 교수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류 교수와 팀원들은 동계올림픽 선수복 디자인 최적화 방안을 두고 열띤 토론 중이었다. 

2019년 12월, 베이징복장학원은 동계올림픽 국가대표팀 훈련복 및 경기복 설계를 자청하였다. 이에 따라 류 교수가 중책을 맡게 되었다. 인체공학, 기능성 의류, 스마트 의류 등 분야의 전문가인 류 교수는 여러 측의 지원 하에 인체공학, 유체역학, 의류소재, 산업디자인 등 다분야 인재들로 연구팀을 구성하였다. 
 
경기복 디테일을 논의하는 연구팀 사진/ 천젠

“0.01초도 중요하다”
1980년, 중국은 제13회 미국 레이크 플래시드 동계올림픽에 처음으로 선수단을 파견하였다. 1992년에 동계올림픽의 첫 메달을 거머쥔 후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종목에서 첫 금메달을 획득하였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처음으로 아시아 국가 중 메달수 1위를 기록하였다. 중국의 동계올림픽 성적은 회를 거듭하며 상승하였지만 국내 동계스포츠 과학기술 연구개발 분야의 시스템적 결함은 더욱 크게 드러났다. 특히 경기복 연구개발 분야는 거의 공백 수준이었다. 
 
류 교수의 동계스포츠 의류 및 장비 연구센터는 2년 여에 걸친 노력을 통해 스피드 종목 의류, 보호소재 및 장비, 저온에 강한 소재 및 기술 종목 의류 등 4대 품목의 혁신을 이루어 ‘하이테크 올림픽’이라는 중국의 주최 취지에 맞는 성과를 달성하였다. 
 
스피드 종목의 경기복은 ‘더 빠른’ 속도를 실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피겨스케이팅 경기복은 중국의 ‘미’를 표현함과 동시에 동계스포츠 특유의 보호기능 및 보온성을 갖추어야 한다. 쇼트트랙, 알파인스키 등 스피드 종목의 경우, 류 교수는 “0.01초도 중요하다. 미세한 차이로 인해 메달이 결정되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분석모델을 통해 인체피부의 외형변화 규칙을 파악하고, 해당 규칙에 따라 맞춤형 슈트를 제작하여 선수들이 움직일 때마다 슈트 저항력을 최저로 유지해 충분한 스피드를 보장할 수 있도록 했다”고 소개하였다. 패브릭 및 구조를 끊임없이 조정한 끝에 최신 개발된 알파인스키 활강 종목 경기복은 풍속 32m/s상황에서의 저항 감소 기능에서 국제 선진기술보다 4% 높은 수준을 실현하였다. 향후 동계올림픽에서 사용될 경기복은 저항 감소 기능을 더욱 끌어올릴 계획이다. 
 
장밍원(張鳴雯) 보조연구원은 “알파인스키 활강 종목의 최대 속도는 차량의 일반 주행속도보다 빠른 160km/h에 달한다. 이런 조건 속에서 선수들은 기문(旗門)을 통과하는데 자칫 균형을 잃고 넘어진다면 심각한 부상을 입기 쉽다. 따라서 보호기능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알파인스키 훈련보호복은 신형 기둥배열식 충격저항 구조와 신형 충격 흡수 소재를 사용하여 기문을 통과할 때 받는 충격에서 알파인스키 선수를 효과적으로 보호한다. 쇼트트랙 경기복은 전신에 방검소재를 사용하여 선수의 몸을 전방위적으로 보호한다. 
 
보온기능은 동계스포츠 의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동계스포츠 훈련기지는 대체적으로 영하 20-30℃ 정도이며 체감온도는 더 낮기 때문에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다. 연구팀에서 개발한 ‘바오레이(堡壘)’ 종합 보온시스템은 전기 주도 발열 마스크, 조끼, 장갑, 양말, 방석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방풍, 방수, 통기성, 내마모성, 고효율 보온 기능을 종합적으로 갖추고 있다. 영하 30℃의 환경에서도 지속적인 열량 제공으로 인체 체감온도를 개선하여 전방위적으로 선수들의 추위를 방지한다. 
 
연구팀이 ‘디지털이미지 캡쳐기술’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여 동계올림픽 경기복 맞춤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천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슈트”
류리 교수의 동계스포츠 의류 디자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초, 평창 동계올림픽 전에 베이징복장학원은 중국 국가체육총국의 요청에 따라 국가대표선수단을 위해 스마트 발열복을 긴급 제작하였다.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류 교수는 하이테크놀러지 및 첨단소재를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하였다. 첨단 바이오매스 그래핀 소재에 군수기업이 생산한 전고체전지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단 20일만에 가볍고 부드러우며 스마트한 보온기능을 갖춘 주도 발열식 방한복 100여 벌을 제작하였다. 
 
과거 수차례 협력을 통해 실력을 충분히 인정받은 류리 교수 연구팀은 2019년 1월, 단 1개월만에 페어스케이팅 선수 수이원징(隋文靜)과 한충(韓聰)을 위해 고급 맞춤형 경기복 6세트를 제작하였다. 수이원징·한충 팀은 이 경기복을 입고 2019 ISU 4대륙 피겨 선수권대회 페어스케이팅 금메달과 2019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페어스케이팅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류 교수는 “해외에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는 있지만 맞춤 제작을 기대할 수는 없다. 따라서 자주 혁신을 통해 지식재산권을 확보하고, 고성능 스포츠의류의 자체 연구개발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바로 우리 연구팀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동계올림픽 사업의 구성원으로서 남길 수 있는 ‘유산’”이라고 말한다. 더욱 우수한 맞춤형 경기복을 제공하기 위해 연구팀은 국가대표 전원에게 3D 스캔을 실시해 선수별 신체데이터를 정확히 측정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였다. 그 밖에도 현역 또는 은퇴선수들을 대상으로 동작 시뮬레이션을 진행하여 ‘디지털이미지 캡쳐기술’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여 동계올림픽 경기복 맞춤 제작을 진행하였다. 
 
중국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팀 남자 싱글 국가대표 진보양(金博洋)의 2019-2020 시즌 쇼트프로그램 ‘서광(曙光)’의 경기복은 소수(蘇繡, 중국 쑤저우 지방의 전통 자수)를 응용하여 총 250시간에 걸쳐 제작되었다.  사진/ 천젠

선수복에 담긴 중국 이야기
피겨스케이팅은 예술성과 기술성이 고도로 결합된 종목이다. 따라서 피겨스케이팅 코스튬은 부드럽고 가벼우며 뛰어난 탄성을 가진 패브릭을 사용하면서 프로그램 음악, 동작, 선수가 가진 분위기를 완벽하게 살려 경기 프로그램의 느낌을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3년째 중국 피겨스케이팅 대표팀과 협력하고 있는 류리 교수팀은 중국 전통복식과 심미적 요소를 코스튬에 녹여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류 교수는 “선수에게 있어 경기복은 전투복과 같다. 몸에 꼭 맞고 마음에 드는 옷은 선수들의 자신감을 북돋아 주어 시합에서 더 좋은 기량을 발휘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기능성과 미적 요소를 겸비한 코스튬을 디자인하기 위해 경기 프로그램에 사용하는 음악을 이해하고, 대량의 조사와 스케치를 바탕으로 샘플을 제작하고, 비즈와 장식을 달고, 지상 시착과 빙상 시착, 그리고 반복 수정하는 등 단계를 거친다. 모든 코스튬은 음악 주제, 동작 설계에 따라 선수의 신체 사이즈, 성격, 습관 등을 고려하여 고급 맞춤 의상 제작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자오야제(趙雅捷) 메인디자이너는 “모든 의상은 각자만의 개성이 있는 유일무이한 작품”이라고 표현하였다. 
 
베이징복장학원의 디자인팀과 국가대표선수단은 서로를 이해하고 맞춰가는 과정에서 끈끈한 팀워크를 쌓았다. 수이원징 선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예전에 해외에서 공급받은 의상은 패브릭이 너무 미끈하여 페어 동작에 어울리지 않는 등 잘 안 맞는 곳이 많았다. 그래서 항상 다시 ‘전체 개조’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베이징복장학원 선생님들과 제작 초기부터 소통하면서 시착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바로 수정이 가능해 훨씬 효율적으로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 교수는 “과거 선수들이 입었던 해외 주문제작 경기복은 제작주기도 오래 걸리고 해외 디자이너들이 중국 선수들의 체형과 습관, 그리고 표현하고자 하는 느낌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우리가 디자인에 참여한 후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였으며, 날염∙자수∙전통 방직 등 중국 공예를 충분히 활용해 의상에 중국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디자이너들은 중국 전통의 날염기술과 기호학적 요소들을 ‘영감의 보물 창고’라고 표현한다. 자오 디자이너는 “지난 시즌 수이원징·한충 팀은 중국 음악가 탄둔(譚盾)의 ‘십보일검(十步一劍)’을 프로그램 음악으로 선택하였다. 우리는 수많은 자료 조사를 통해 진(秦)나라와 조(趙)나라의 복식을 연구하고, 영화 속 서예 및 수묵 요소에서 영감을 찾았다. 디자인 과정에서는 중국 전통의 날염공예를 이용해 수묵 그라데이션 느낌을 살렸다. 즉 은연 중에 중국 문화를 표현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디자이너 작품과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해외 디자이너들의 창의력과 풍부한 상상력은 우리가 보고 배울 만하다. 하지만 피겨스케이팅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우리가 더 잘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류 교수팀은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팀의 페어, 남자 싱글, 여자 싱글, 아이스댄스 종목의 핵심선수 22명의 코스튬을 담당하여 디자인 방안 총 424벌, 경기복 총 70벌, 공연복 총 99벌을 제작하였으며, 이들이 국제경기에서 18개의 메달(금메달 포함)을 획득하는데 기여하였다. 세계 최대 피겨스케이팅 커뮤니티 ‘골든 스케이팅(Golden Skating)’에서 2019년도 ‘베스트 코스튬(Best Costume)’에 선정되기도 했다. 류 교수는 흐뭇한 미소를 띄며 “팀원들 모두 국가대표팀과 함께 싸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으며, 모두 자신의 일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정메이천(鄭美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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