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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징, 전통과 활력이 공존하는 도시


2020-12-11      글|장진원(張勁文)

하늘에서 내려다본 난징 쉬안우후 주변 전경 사진/ VCG
 
울창한 숲과 잔잔한 호수가 어우러진 ‘역사의 도시’에는 오랜 세월이 주는 묵직함이 감돈다. 과거와 현대가 교차하고 전통과 활력이 공존하는 도시, 중국 남동부에 위치한 난징(南京)의 모습이다.
 
역사의 고도, 난징 들여다보기
과거 건강(建康), 금릉(金陵)으로도 불린 난징은 중국 6개 왕조의 도읍지였던 고도(古都)이다. 삼국시대 동오(東吳)의 천도 이후 동진(東晉)과 남조의 송(宋), 제(齊), 양(梁), 진(陳)이 모두 난징을 수도로 정하면서 ‘육조고도(六朝古都)’라는 별칭이 생겼다.
 
육조의 고도이자 20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난징의 시공간은 더없이 묵직한 세월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도시 곳곳에 얽힌 방대한 이야기와 기억을 전부 읽어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난징 여행에서 가장 먼저 서둘러 봐야할 곳은 단연코 쉬안우(玄武)구이다. 풍부한 지식과 교양을 쌓은 문인이라면 쯔진산(紫金山)에 올라 쉬안우후(玄武湖)를 내려다보며 2000년 넘는 세월을 간직한 그림 같은 강산을 손 안에 담아보는 것도 좋다. 옛 도읍으로서의 역사적 줄기를 따라가고자 한다면 난징박물원과 육조박물관에서 역사에 ‘짓눌린’ 난징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옛 건강성(建康城) 옛터에 세워진 육조박물관 지하 1층에 있는 성벽 유적의 역사는 무려 1700년이나 된다. 이곳에서는 난징 성각 왕조의 건축물 규모와 궁전, 도로와 배수체계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문물을 통해 6개 왕조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의식주 형태도 파악할 수 있다. 박물관은 곳곳에 기하학적 무늬, 빛과 그림자, 직물 등의 요소를 활용한 디자인으로 가는 곳마다 미적 즐거움도 선사한다. 관람동선을 따라 꾸며진 배경이나 소품, 전시유물도 볼거리 중 하나다.
 
육조박물관에서 받은 감동이 충분치 않다면 난징총통부(南京總統府)를 방문할 차례다. 난징총통부는 중국의 근대 건축물 가운데 가장 크고 보존 상태가 가장 좋은 건축군 중 하나로, 기원은 명나라 초기 귀덕후부(歸德侯府)와 한왕부(漢王府) 때로 거슬러 오른다. 청나라 때는 강녕직조서(江寧織造署)와 양강총독서(兩江總督署)로 쓰였고 강희제와 건륭제는 남부지역을 순시할 때 이곳을 행궁(行宮)으로 사용했으며 중화민국(中華民國) 시기에 이르러 총통부로 지정됐다.
 
난징총통부에는 묵직한 역사의 무게가 얹혀있다. 멀리서 바라본 총통부에는 그윽하고 장엄한 기운이 흐르지만, 가까이서 보면 건물 하나하나에 개성과 아름다움이 녹아있다. 건축과와 미술학과 학생들에겐 이곳이 실습과 데생의 ‘천국’으로 꼽힐 수 있다. 중국식 회랑(回廊), 비죽비죽 솟은 암석과 모서리, 복식 꽃문양 조각, 중국식과 유럽식 건축물의 완벽한 조화, 수풀 속에서 아릿하게 자태를 드러낸 서양식 건물, 처마의 ‘회(回)’자 문양을 관통해 통로를 지나 옅은 황색 벽을 비추는 오후의 햇살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정원은 강남원림(江南園林)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자와 누각, 개울, 다리 등 푸근한 정경이 펼쳐진 정원은 강남원림의 수려함은 물론 전통 관부(官府) 건축물의 웅장한 기세와 개인화원의 친근함, 황실 궁전의 전아함을 고루 느낄 수 있다.
 
난징 친화이허의 아경 사진/ VCG

난징의 고색창연한 인문적 성격
난징 쉬안우구의 경치는 ‘웅장함과 화려함’으로 묘사되지만 장엄한 기세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난징을 방문한 일반인이라면 쉬안우구보다 친화이허(秦淮河) 강변의 라오청난(老城南) 지역을 더 선호할 것이다.
 
난징의 라오청난은 유럽으로 말하면 고대 로마, 미국에서는 버지니아주의 입지에 해당한다. 낮에 멀리서 보면 회백색 담에 까만 기와, 흰색과 회색이 교차하는 큼직큼직한 고대 건축군이 역사의 축소판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밤이 되면 각종 조명에 반짝이는 친화이허 강물과 빼곡히 들어찬 유람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놀잇배, 번화하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 ‘진회팔염(秦淮八艷, 명말・청초 친화이허 강변의 8대 유명한 기녀)’, 시대의 풍류가인 당백호(唐伯虎)의 이야기가 아직도 유유히 흐른다.
 
놀잇배에서 일렁이는 육지의 불빛을 보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가만히 흔들리는 배에 앉아 몸을 맡기면 어느 순간 영혼이 허물을 벗고 왕헌지(王獻之)가 애첩에게 작별의 손을 흔드는 듯, 제갈량과 손권의 사자후가 귓가에 들리는 듯, 종묘에 황급히 이별을 고하는 이욱(李煜)의 비통한 심정을 마주한 듯, 진회팔염의 하나인 진원원(陳圓圓)이 오래된 불상 앞에 앉아 푸르스름한 등잔불을 놓고 경문(經文)을 읊조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수없이 많은 역사의 연무가 드리웠다 사라지는 동안 친화이허의 놀잇배만은 밤마다 변함없이 구슬픈 노랫자락을 띄운다.
 
강남 특유의 연지(胭脂)향이 풍기는 친화이허에는 고상한 선비의 기운도 어려있다. 친화이허와 이웃한 부자묘(夫子廟·공자묘)에서는 향불이 짙게 피어 오른다. 옛날 과거 응시생들이 시험을 치르기 전 꼭 한번씩 거쳐갔던 곳이다. 부자묘 옆의 강남공원(江南貢院)은 창장(長江) 이남 최대의 과거 시험장으로 명·청나라 이후 과거 응시생의 절반 이상은 이 곳에서 시험을 치렀다. 셀 수 없이 많은 과거 시험장은 이곳이 얼마나 번성했던 곳 인지를 말해준다. 기나긴 세월 동안 공원은 수많은 이들의 득세와 몰락이 반복되는 모습과 희비가 엇갈리는 장면을 무수히 지켜 보았을 것이다.
 
난징의 평범한 거리풍경 곳곳에도 이야기가 숨어있다. 난징 거리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 중 하나는 오동나무이다. 굵고 거친 가지가 달린 나무들이 가지런한 대형으로 모여있는 모습은 장관을 이룬다. 수려하고 깨끗한 이파리와 한 겹씩 조각조각 벗겨진 백색의 나무껍질, 곧게 뻗은 오동나무의 자태는 난징이라는 도시가 낭만적이면서도 귀족의 품격이 넘치는 도시라는 느낌을 준다.
 
난징의 오동나무에도 많은 사연이 얽혀있다. 중화민국의 총통을 지낸 장제스(蔣介石)의 부인 쑹메이링(宋美齡)이 가장 좋아하는 식물이고, 귀하면서도 낭만적인 프랑스 오동나무(플라타너스)이기 때문에 장제스가 쑹메이링의 웃음 한 번을 보기 위해 도시 전체에 오동나무를 심었다는 일화가 있다. 또 신해혁명을 일으킨 쑨원(孫文) 선생이 서거하자 부인 쑹칭링(宋慶齡)이 그 넋을 달래기 위해 2만 그루의 오동나무를 심은 결과 현재 중산로(中山路) 일대에는 녹음이 우거져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처럼 유적지 곳곳에 새겨진 난징의 역사는 풍경 속에서 살아 숨쉰다.
 
난징 젠예(建鄴)구에 있는 난징옌 보행대교에서 바라본 일몰 사진/ VCG

가을, 시각과 미각의 향연
난징을 찾는 관광객들은 고대성벽에서 가장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곤 한다. 보존이 잘된 허핑먼(和平門)에 올라 남쪽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보면 일몰시간 도시 전체에 자욱한 물안개와 석양의 잔조가 섞여 황홀한 풍경이 연출된다. 저녁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일 때 가만히 앉아 쯔펑타워(紫峰大厦)의 하늘을 찌를 듯한 위용, 계명사(雞鳴寺)의 범문(梵文) 독경소리 이 은은히 울려퍼지는 모습, 쉴새없이 움직이는 난징역의 인파를 바라보노라면 흡사 시공간이 한데 뒤엉켜 있는 것만 같다.
 
난징을 방문하기 가장 쾌적한 계절은 가을이다. 11월이 다가오면 난징은 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치샤산(栖霞山)에는 수천년 간 이어진 ‘단풍나무 숲’이 있다. 참꽃단풍(紅楓), 계조축(雞爪槭), 삼각풍(三角楓), 우모풍(羽毛楓), 거수(櫸樹·느티나무) 등이 붉은 이파리로 몸을 장식하고 저녁노을이 지듯 산 여기저기를 물들인 광경을 보면 바람 한 점 없이도 괜스레 가슴이 두근댄다.
 
난징의 붉은 빛은 하늘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도시 전체를 물들인다. 가을이 깊어지면 난징 거리 양쪽에 늘어선 오구나무의 꼭대기부터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초록색에서 노란색으로, 다시 붉은색으로 물드는 이파리에는 팔레트를 엎지른 듯 삼색이 섞여있다.
 
가을의 난징은 시각적 향연과 함께 미각의 짜릿함도 선사한다. 미식가들이 선호하는 난징의 대표적 음식은 당면을 넣은 오리선짓국(鴨血粉絲湯)이다. 오리는 난징에서 1년 사계절 즐겨 먹는 음식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을 오리는 더욱 토실토실하다. 유명 관광지이든 길거리에서든 소금에 절인 오리요리 얀수이야(鹽水鴨)를 파는 매대 앞에는 사람들의 줄이 늘어서 있다. 난징의 셴수이야는 색소를 넣지 않고 아무런 모양내기 없이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판다. 야들야들한 오리 껍질과 실한 고기가 입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톡 터지는 풍미가 느껴지고, 부드러우면서도 탱탱한 육질이 양념에 절인 일반음식과는 달리 짭조름하고 깔끔한 뒷맛을 선사한다.
 
가을 난징을 대표하는 또 다른 요리는 바로 민물 대게인 다자셰(大闸蟹)이다. 가을바람이 소슬하게 불기 시작하면 폭죽 터지듯 난징 여기저기에서 게요리 전문점이 생겨난다. 평소 흔히 볼 수 있는 중국식 만둣집인 훈툰(餛飩) 가게보다 더 많아진 착각마저 들 정도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다자셰를 한 입 베어 물면 난징이라는 묵직한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 가을의 황금색 풍미가 입 안 가득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난징은 박물관에 박제된 유물이 아닌 지금도 마르지 않는 생기를 뿜어내는 도시이다. 
 
 

글|장진원(張勁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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