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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저우, 역사와 미래의 도시


2020-09-18      글|장진원(张劲文)

쑤저우 졸정원 전경 사진/ CFB

북에는 창장(長江), 남에는 타이후(太湖), 그리고 징항대운하(京杭大运河)까지 연결되어 있는 이 곳, 마르지 않는 수자원과 천년의 역사를 지닌 이곳은 바로 중국 동방의 빛나는 진주, 쑤저우(苏州)이다. 중국 여행 시, 쑤저우가 가장 추천되는 여행지 중 하나로서, 중국인들은 ‘하늘에는 천국이 있고, 땅에는 쑤저우와 항저우(上有天堂, 下有苏杭)가 있다’는 말로 쑤저우의 선경같이 아름다운 경치를 극찬해왔다. 14세기 유명한 이탈리아 여행가 마르크 폴로는 쑤저우를 ‘동방의 베네치아’로 칭하였다. 개혁개방 이후, 쑤저우는 나날이 발전하는 외수형 경제노선을 따르며 끊임없이 새로운 성과를 거두었다. 지금의 쑤저우는 더욱 개방적인 자세로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면서 고품질 발전 노선을 따라 전력 전진하는 중이다.
 
국가급 무형문화재(소수) 유명 계승자이자 소수 장인 야오졘핑(姚建萍)과 그의 작품 사진/ 야오졘핑 제공

유구한 역사 가진 생기발랄한 곳 
쑤저우에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곳곳에 건축된 쑤저우 고전원림일 것이다. 쑤저우 고전원림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중한 역사문화유산이다. 중국의 4대 원림은 베이징(北京)의 이화원(颐和園), 청더(承德)의 피서산장(避暑山莊), 쑤저우의 졸정원(拙政園)과 유원(留園)이다. 그 중 쑤저우의 졸정원과 유원, 그리고 망사원(網師園)과 환수산장(環秀山莊)은 1997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쑤저우의 수많은 고전원림 중 완벽히 보전된 곳은 수십 곳으로, 졸정원과 유원 외에도 창랑정(沧浪亭), 사자림(狮子林), 이원(怡园)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행지가 많다. 모든 원림들은 자신만의 특별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가장 유명한 졸정원은 원림 전체가 물을 주제로 조경되었으며 인공산, 누각, 회랑, 정자 등이 그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있다. 산, 연못, 꽃과 나무의 배치가 조화를 이루어 각 계절마다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봄에는 붉은 동백꽃과 새하얀 백목련이 마치 불과 눈처럼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여름에는 연꽃이, 가을에는 목부용이 원림 내 녹음에 스며들어 한 폭의 비단 자수를 연상케한다. 겨울이 되면 하얀 눈 속에 빼꼼히 드러난 매화가 원림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졸정원만 해도 이처럼 사계절 풍경이 다 다르니, 다른 원림과 전체 쑤저우시의 아름다움은 더할 나위 없다. 쑤저우에 오랫동안 머무르면 이렇게 계속 새로운 경치와 놀라움을 발견할 수 있다.
 
쑤저우의 아름다움은 단순히 원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번화한 거리에서도 푸른 담장과 검은 기와의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을 볼 수 있다. 길거리의 평범한 버스정류장 옆에도 회랑 정자 형태의 정감 있는 휴게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성루 위 찻집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앉은 손님들이 편안하고 조용하게 담소를 나눈다. 그 누구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차를 음미하면서 여유로운 다과 시간을 가진다.
 
쑤저우의 수곽(水廓)에 들어서면 마치 중국 고대 산수화에 빠져든 느낌을 받는다. 쑤저우는 여러 하천이 경유하는 지역으로 강을 따라 지어진 거리가 많고 각양각색의 아기자기한 다리들이 도시 곳곳을 잇는다. 소위 ‘소교, 유수, 인가(小桥, 流水, 人家)’가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이 바로 쑤저우의 시내 모습을 대표한다. 이처럼 시적이며 그림 같은 환경 속에서 나고 자란 쑤저우 사람들은 자연을 존중하고, 자연과 함께하는 문화적 유전자를 대대손손 물려받았다.
 
쑤저우의 문화적 유전자는 비단 원림과 옛 마을에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전통 소리예술에도 남아있다. 쑤저우 쿤산(崑山) 일대에서 발원된 ‘곤곡(崑曲)’은 유네스코에서 발표한 첫 번째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 19개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쑤저우 찻집에 앉아 창 밖 다리로 잔잔히 흐르는 강물과 하얀 벽과 검은 기와의 옛 집들을 바라보며 고금과 곤곡의 노래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쉴 틈 없이 돌아가던 도시의 생활에서 빠져나와 차분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여행을 마치고 가족과 친구를 위한 기념품을 고른다면 쑤저우자수를 추천한다. 중국의 4대 자수인 소수(苏绣, 쑤저우 자수), 월수(粤绣, 광둥(廣東)성 자수), 상수(湘绣, 후난(湖南)성 자수), 촉수(蜀绣, 쓰촨(四川)성 자수) 중에서도 ‘소수’는 최고로 꼽히며 중국 최초의 국가급 무형문화재로 선정되었다. 소수는 2000여 년 역사를 자랑하며, 현지 경제, 문화, 풍습, 예술의 영향 속에서 화려한 도안과 독특한 디자인, 정교하고 생기 넘치는 바느질과 우아한 색감을 가진 쑤저우 지방 특유의 자수 스타일을 형성하였다. 오늘날 소수 명장들은 소수를 이용해 중국 공필화의 단아함을 재현할 뿐만 아니라, 서양 유화만의 특징 또한 생생하게 표현해낸다. 고급스러운 기념품을 원하는 여행객들에게 소수는 아주 좋은 선택이다.
 
2020년 4월 17일 저녁, 여행객들이 쑤저우 망사원에서 쑤저우 핑탄을 감상 중이다. 사진/ 중신사(中新社)

쑤저우는 예술의 도시이자 격식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도시이다. 쑤저우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쑤저우 음식에서 매우 뚜렷이 나타난다. 쑤저우 요리, 또는 쑤방(苏帮) 요리라고 불리는 이 곳의 음식은 도시의 원림이나 전통 풍속과 생활방식처럼 현대화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보전되어 왔다. 만약 쑤저우 음식에 특별한 수식어를 붙인다면, ‘계절에 맞는 밥상’과 ‘정교함’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쑤저우 사람들은 국수 한 그릇, 과자 한 조각, 생선 한 마리, 고기 한 점이라도 다 절기와 풍습에 엄격히 맞춰서 먹는다.
 
쑤저우는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곳이지만, 음식에는 덩어리 채 조리하는 돼지고기 요리가 으뜸이다. 느끼하지 않고 사르르 녹는 비계가 조화롭게 섞인 돼지고기 요리를 한번 맛보면 그 풍미가 입안에서 오랫동안 남는다. 쑤저우에서는 돼지고기 한 덩어리를 이용한 요리법이 사계절마다 다른데 봄에는 ‘새콤달콤한 조림고기’, 여름에는 ‘연잎고기찜’, 가을에는 ‘매채(梅菜) 고기찜’, 겨울에는 ‘짭짤하고 달달한 고기조림’으로 요리된다. 쑤저우 간식 또한 사계절로 나뉘는데 ‘춘병(春饼), 하고(夏糕), 추소(秋酥), 동당(冬糖)’ 등 계절에 맞는 간식을 먹는다.
 
이런 쑤저우 사람들을 두고 단지 먹는 것일 뿐인데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따질 필요가 있냐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쑤저우 사람들은 이를 생활 속의 아름다움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결코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더라도 하루하루 착실하게 현재에 집중하며 살아나가는 것이 바로 진정한 쑤저우 정신인 것이다.
 
수년간 쑤저우에서 생활해온 86년생 박정민 씨는 쑤저우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중국 아이들에게 한국 태권도를 전파하는데 힘쓰고 있다. 사진/ 박정민 제공

개방적 태도로 한국과 교류 추진
쑤저우는 느긋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지만, 도시의 발전 속도는 결코 느리지 않다. 개혁개방 후, 쑤저우는 ‘개방형 경제’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달고 지난 수십년간 대외개방을 통해 지속적인 빠른 발전을 이루었으며, 쑤저우의 개방형 경제 주요지표는 전 중국 및 전 장쑤(江蘇)성에서 상위권을 유지해왔다.
 
외수형 경제가 급부상하던 시기, 쑤저우는 세계 경제 발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만의 ‘관계망’ 구축에 주력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쑤저우 또한 새로운 친구가 된 한국과의 우의 수호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다. 그간 쑤저우와 한국은 긴밀한 통상협력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2019년까지의 통계에 의하면 쑤저우에서 실질적 경영을 하는 한국 투자 기업은 1000여 개로 실제 사용 외자투자는 50억 달러를 넘어섰다. 쑤저우의 기업들도 현재까지 한국에서 50개 사업에 투자하여 중국측 누적 계약 투자액이 9764만8000만 달러에 달한다.
 
중국(쑤저우)전자정보박람회에서 한 관람객이 로봇 레이저쇼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 IC

현재 쑤저우는 더욱 넓은 플랫폼을 확보하였다. 2019년 8월 2일, 중국 국무원은 중국(장쑤)자유무역시범구(이하 장쑤자유무역구) 설립을 승인하고 <중국(장쑤)자유무역시범구 총괄방안>(이하 <방안>)을 발표하여 장쑤 자유무역구 건설 시작을 알렸다. 장쑤 자유무역시범구는 난징 구역(南京片区), 쑤저우 구역(苏州片区), 롄윈강 구역(连云港片区) 등 3개 구역으로 나뉘며 각 구역별로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 쑤저우 구역은 ‘1개 단지, 4개 고지(高地)’로 정의되는데, 즉 세계 일류의 하이테크 산업단지 조성, 전방위 개방 고지, 국제화 혁신 고지, 하이엔드 산업 고지, 현대화 관리 고지 실현이 그 목표이다.

쑤저우가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면서, 한국과의 협력 또한 새로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발전되어왔다. 장쑤 자유무역구 승인이 나자 마자, 2019년 8월 5일, 쑤저우 산업단지관리위원회와 한국 카이스트는 중한 산업기술 혁신연구원 공동설립 계약을 체결하였다. 해당 사업의 목표는 하이테크 분야에서 중한 양국간 국제협력과 기술성과 매칭, 인재 유치 등 전방위적 교류협력을 위한 교량과 플랫폼을 마련하는데 있다. 
 
2020년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쑤저우와 한국은 방역 및 조업 재개 분야에서도 적극 교류해왔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한국은 쑤저우에 마스크 2만개를 지원하였고, 쑤저우 한국상회는 우한(武漢)시에 자선금 10만 위안(약 1700만원)을 전달하였다. 한국에서 코로나19가 가장 심했던 3월에는 쑤저우 장자강(张家港)시에서 한국 포항시에 KN95 마스크 1만장 및 방호복 300벌을 2차례에 걸쳐 지원하였다. 장자강시는 방역물자 박스에 한국어로 적힌 ‘한국 힘내라, 포항 힘내라’ 글귀를 통해 중한 양국, 그리고 자매도시인 장자강과 포항이 함께 코로나19와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아름다운 염원을 전달하였다.
 
2017년 9월 21일-11월 26일간 ‘지수천년(纸寿千年)–한지 공예전’이 장쑤성 쑤저우박물관에서 개최되었다. 한국 국립중앙박물관, 전북대학박물관, 국립전주박물관, 고인쇄박물관, 전주시 , 전주한지박물관이 소장한 14세기에서 20세기까지의 진귀한 한지작품 49개가 전시되었다. 사진은 관객이 박물관에서 한지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중신사

쑤저우 ‘서취(社區, 지역주민센터) 방역활동에도 한국의 우호인사들이 참여하여 많은 감동을 주었다. 1986년생인 박정민 씨는 현재 쑤저우 산업단지 내에서 태권도장을 운영 중이다. 2020년 설, 박정민 씨는 만삭의 아내와 함께 쑤저우에 남았다. 그 후 코로나19가 발생하고 단지로 복귀하는 외국인이 증가하자 쑤저우 산업단지 내 일부 구역에서 외국어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였다. 박정민 씨는 이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친웬(沁苑)단지 통역봉사자로 등록하여 방역활동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해당 단지와 한국교민 간 소통을 도왔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중한 ‘패스트트랙’이 개설되면서 쑤저우와 한국은 함께 양측의 조업 재개를 추진하였다. 쑤저우 산업단지의 적극 협조 하에 6월 22일 한국 기술자 104명이 전세기를 통해 쑤난숴팡(苏南硕放)공항에 도착하였다. 6월 24일, 핵산 및 혈청항체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은 한국 기술자 104명은 쑤저우 산업단지의 일괄 통솔 하에 순조롭게 쑤저우로 돌아와 산업단지 내 관련 기업의 조업 재개에 중요한 힘이 되었다.
 
코로나19는 반드시 종식될 것이며, 쑤저우도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다. 쑤저우의 미래를 묻는다면, 아마 아래 통계수치로 답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 총량으로 보면, 2019년 말까지 경제규모 1조 위안 이상 중국 도시는 총 17개로, 그 중, 창장삼각주 지역 도시가 6개를 차지하였다. 이 중, 모두가 잘 아는 상하이를 제외하고, 바로 그 뒤를 잇는 도시가 바로 쑤저우이다.
오늘날 쑤저우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창장 경제벨트, 창장삼각주 역내단일화 발전 등 중국의 중대 국가전략에 깊게 융합되어 있다. 앞으로 쑤저우는 더욱 높은 수준의 발전을 이룰 것이며, 쑤저우와 한국 간 협력 또한 더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글|장진원(张劲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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