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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오천축국전>, <열하일기>가 보여준 문명대화


인민화보

2019-07-09      인민화보

프랑스의 탐험가이자 동양학자였던 폴 펠리오가 1908년 중국 돈황(敦煌)의 천불동(千佛洞)에서 이전에 보지 못했던 희귀한 고서 한권을 발견한다. 구성상으로 3권으로 구성돼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남겨진 것은 한권 뿐 이었고, 그나마 대략적인 내용만 적은 약본(略本)이었다. 앞뒤 부분마저 떨어져 나가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았다. 

훗날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으로 알려진 이 책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이처럼 우연한 계기였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저자가 천축의 5개 나라를 돌아다니며 진기한 풍물을 소개한 책이었다. 현재 남아있는 책에는 인도 동부 지역 여행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평소 벌거 벗고 사는 진기한 나체족(裸體族)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나, 쿠시나가라를 방문해 석가모니가 입멸(入滅)한 곳이라는 설명을 통해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이후 인도 남쪽으로 방향을 돌린 저자는 바라나시에 이르러 석가모니가 오비구(五比丘)를 위하여 최초로 설법한 곳이라고 알려준다. 인도 동쪽의 라자그리하(Rajagriha, 王舍城)를 방문해 불교 역사상 최초의 사원이었던 죽림정사(竹林精舍)를 소개하는가 하면, 지금의 파키스탄 남부 일대인 서천축국과 북천축국에 있는 간다라 문화 중심지를 차례로 방문하는 장면도 담겨 있다. 저자는 현재의 카슈미르 지방을 거쳐 스와트, 길기트, 페샤와르 등지를 방문하였고 실크로드를 따라 아프가니스탄을 지나 서쪽으로 페르시아까지 도달한다.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 지역의 정세를 자세히 알려준 소중한 사료인 <왕오천축국전>의 저자가 신라의 승려, 혜초(慧超)라는 사실은 후대 연구가에 의해 밝혀졌다. 혜초는 신라에서 태어났고 신라 성덕왕 22년인 723년에 당나라 광저우(廣州)에 가서 인도인 승려 금강지의 제자로 불법을 연구한 승려였다. 한반도(조선반도)의 승려가 중국을 무대로 인도의 승려 밑에서 불법을 연구하고 세계사적 업적을 이뤄낸 당시로서는 독특한 사례다.

혜초가 <왕오천축국전>을 집필한지 1000여 년이 지나 탄생한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의 <열하일기(熱河日記)>도 청나라라는 당시 세계 최강 문명을 조선 실학자의 시각에서 재구성해 낸 ‘훌륭한 문화의 교배종’이라 꼽을 수 있다. 

1780년(정조 4년) 연암 박지원이 건륭제(乾隆帝)의 70세 생일을 축하하는 사절에 참여해 청나라에 다녀온 일을 적은 여행기가 <열하일기>다. 박지원은 당시 공직을 맡고 있지 않았지만 8촌 형을 따라 청나라에 다녀온 일을 적었다. 당시 박지원은 공식적인 벼슬이 없는 평범한 선비였다. 그럼에도 박지원이 사절단으로 갈 수 있던 것은 당시 사절단의 수장인 박명원(朴明源)이 8촌형이었던 덕이 컸다. 건륭제를 따라 황제의 별장이 있는 열하까지 갔기 때문에 <열하일기>라는 제목이 붙었다고 한다. 

‘양반전’ 등 해학적인 소설의 저자이기도 한 박지원은 생전 처음 보는 청나라의 풍속을 특유의 유머 넘치는 필체로 적어 내려간다. 길을 가다가 본 간판에 쓰여진 기상새설(欺霜賽雪)이라는 문구를 ‘마음이 깨끗하여 서리같고 눈보다 더 희다’고 해석해 마음에 들어하며 청나라 상인에게 호기롭게 써줬는데 알고 보니 국수집 간판이었다며 피식 웃는 식이다. 말을 타고 가는 도중 졸다가 하인이 낙타를 보았다고 말하자 “다음에 신기한 것이 보이면 자신을 깨우라”고 채근하는 모습에서는 새로운 문물에 흥분한 연암의 모습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 하다. 

<왕오천축국전>과 <열하일기>는 천년의 시간을 두고 나온 문화유산이지만 한반도의 문명이 중국대륙과 접촉하고 교류했을 때 얼마나 풍성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그런 점에서 지난달 15일 베이징(北京)에서 개막된 ‘아시아문명대화대회’가 시사하는 점은 많다. 아시아문명대화대회를 놓고 각 국가의 평가는 엇갈릴 수 있겠지만 문명이 서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수록 인류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더욱 풍성해진다는 점은 바로 <왕오천축국전>과 <열하일기>가 증명하고 있다. 곳곳의 아시아인들이 좀더 높은 수준의 문명의 혜택을 누리는데 도움이 되는 행사로 자리 잡기를 기원해 본다.


글|김중호(CBS 노컷뉴스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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