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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위쿤, 중국 SF소설을 세계에 알린 ‘공로자’


인민화보

2018-11-06      인민화보

2014년 11월 1일, 중국계 미국 SF작가 류위쿤이 네뷸러상 개막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XINHUA

최근 들어 중국의 공상과학(SF) 문학이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 SF계에는 ‘큰 류(劉)’와 ‘작은 류’가 있다. ‘큰 류’는 제73회 휴고상(Hugo Award) 장편소설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SF소설 <삼체(三體)>의 저자 류츠신(劉慈欣)을 가리키고, ‘작은 류’는 <삼체>를 영어로 번역해 서양에 소개한 중국계 미국인 작가 류위쿤(劉宇昆)을 말한다. 류위쿤은 중국어-영어 번역가인 동시에 무게감 있는 SF소설가이기도 하다. 2002년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한 이래 휴고상, 네뷸러상(Nebula Award), 세계환상문학상(World Fantasy Award) 등 다수의 국제 SF소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삼체> 영문판 표지
 
동양문화의 숨결이 흐르는 영어소설
1970년대 중국 란저우(蘭州)에서 태어난 류위쿤은 11세에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하버드대학에서 영국 문학과 법학을 전공했다. 그래서인지 동양인의 얼굴을 하고 서양 엘리트 교육을 받은 그가 순수 영어로만 쓴 소설 곳곳에서는 동양문화의 흔적이 엿보인다. 류츠신은 이런 류위쿤의 작품을 두고 “과학적 상상력과 중화문화를 완벽히 결합해 정교하면서도 깊이가 담겼다”고 극찬했다.

지난 2월 류위쿤이 영어로 집필한 첫 장편소설 <The Grace of Kings> 중국어판(제목은 <蒲公英王朝>) 이 출간됐다. <The Grace of Kings>는 서구의 전통적인 환상 대서사시 형식을 취하면서도 중국의 신화, 역사, 군사 책략과 기술혁신 등 동양적인 요소를 절묘하게 녹여 넣어 ‘실크로드 펑크’라는 독창적인 SF 유파를 형성했다. 즉 SF소설에서 흔히 보이는 ‘스팀펑크’에서 탈피해 작품 속에 흥미로운 중국의 여러 고대 공정기술이 지배하는 세계를 창조해낸 것이다. 류위쿤은 “무언가 남들과 다른 미학(美學)을 만들어 내고 싶었다”며 활자인쇄술, 당시 이름난 발명가였던 루반(鲁班·BC 507~444)이 발명한 군사정찰용 연(鳶), 제갈량(AD 181~234)이 발명한 군용 수레 목우유마(木牛流馬) 등 고대 중국에서 꽤나 ‘유행’했던 기계들을 다수 등장시켰다. 

중국 역사에 심취하고 중국의 고대 시가나 현대 무협소설 등의 문학작품도 좋아한 까닭에 중국적 요소는 그의 소설 풍격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의 첫 휴고상 수상작인 <손 안의 편지, 마음 속의 사랑(手中紙, 心中愛)>(2012)은 미국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자녀와 어머니의 문화적 충돌을 다룬 작품으로, 자녀가 반항심 탓에 어머니의 사랑을 뒤늦게 깨달아 가는 과정을 세밀한 필치로 그려냈다. 중국의 현대 SF유명작가 천추판(陳楸帆)은 “류위쿤의 작품에는 ‘동양의 정취’가 담겨 있다. 많은 것이 내재화되어 있고 스치듯 지나가는데도 그 여운이 참으로 오래도록 남는다”며 “마치 영화에서처럼 클로즈업 대신 옆얼굴이나 뒷모습만을 비추면서 많은 것을 수면 아래에 꽁꽁 감춰 놓는데도 그 안에 수많은 감정이 요동치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역사를 끝내는 자: 한 편의 다큐멘터리(終結歷史之人: 一部紀錄片)>에서는 ‘Yurushi(許し)’라는 허구의 일본 영상스튜디오가 등장한다. 중국의 SF작가 샤자(夏笳)는 이를 ‘너그러이 용서하다’는 뜻의 ‘관서(寬恕)’라고 번역했지만, 류위쿤은 그녀에게 ‘인서(仁恕)’라는 단어로 고칠 것을 권했다. <한서(漢書)·서전상(敘傳上)>에 나오는 ‘관명이인서(寬明而仁恕)’에서 따왔기 때문이다. 류위쿤은 이에 대해 “중국이 ‘인자한’ 마음으로 용서를 했으면 좋겠다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The Grace of Kings> 표지

중국 SF문학 발전을 이끌다
그는 천추판, 샤자 등 중국 SF작가들의 여러 작품을 영어로 번역해 중국의 SF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천추판의 <리장의 물고기들(麗江的魚兒們)>은 번역 후 2012년 ‘세계SF·환상문학 번역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중국 작가가 이 상을 수상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제일 처음 떠올린 일은 서술의 기교를 조금 바꿔 미국 독자들이 익숙한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을 시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샤자의 소설 <백귀야유행(百鬼夜遊行)>을 번역하며 중국의 ‘24절기’를 영어권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구(句)로 치환했다. 이를 테면 ‘경칩(驚蟄)’의 발음기호를 표기하는 대신 영어 ‘Awakening of Insects’로 바꾸는 식이었다.

그의 역서 가운데 가장 반향이 컸던 작품은 2014년 출간된 <삼체> 영문판이었다. 류위쿤은 중국의 이야기를 다룬 <삼체>를 완전히 새로운 문화권에도 수용될 수 있도록 최대한 원문을 따르되 약간의 ‘기묘함과 낯섦’을 남겨두는 방법을 택했다. 또 서구권 독자가 <삼체> 속에 나오는 중국의 정치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영어소설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각주’를 추가하기도 했다. 그는 “최대한 각주를 적게 달아 영미권 독자들이 텍스트 이해에 필요한 역사적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2015년 제73회 휴고상 장편소설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류츠신은 수상소감란에 이렇게 적었다. “번역작품은 언제나 서로 다른 문화와 시공간을 뛰어넘곤 한다. 이 책과 관련해 그러한 다리를 놓아준 인물이 바로 류위쿤이다.”

류위쿤은 <삼체>의 번역을 마친 뒤 미국 SF계의 여러 유명인사들(여기에는 미 항공우주국 자문위원인 데이비드 브린도 포함되어 있다)에게 청해 받은 서평을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영향력 있는 매체에 싣고, <삼체>의 영문판이 미국의 유명출판사인 ‘Tor Books’에서 출간될 수 있도록 나서기도 했다.

중미 간 문화교류 측면에서 류위쿤은 자신의 포지션이 명확하고, 번역실력이 뛰어나며, 다방면의 홍보 능력까지 갖춘 가능한 몇 안 되는 귀중한 인재다. 그의 부단한 노력과 도움 덕에 미국의 SF웹진 ‘Clarkesworld’나 SF e-매거진 ‘Lightspeed’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중국의 신세대 SF작가들이 서양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더 늘고 있다. 일본 작가 다찌하라 토야(立原透耶)는 “우리의 SF작품이 세계 무대에서 중국만큼 영향력이 없는 까닭은 우리에게 류위쿤과 같은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SF소설의 가치가 ‘미래 가능성에 대한 표출, 거대한 변혁을 통한 은유, 우리가 반성해야 할 부분에 대한 담론’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세계 인류가 새로운 눈으로 지금의 세상을 바라보고 미래의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데 점점 더 많은 중국의 SF작가들과 함께 기여하고 있음이 틀림 없다.

 

글|궁하이잉(龔海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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