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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EP 발효와 한중일 경제협력의 의미


2022-03-11      

 

2월 1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한국에서 발효됐다. 앞서 중국,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 호주 등 10개국에서 우선 발효가 되었고 인도네시아, 미얀마, 필리핀, 말레이시아도 조만간 국내절차를 완료할 전망이다.

 

RCEP은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RCEP은 무역총액이나 국내총생산(GDP), 인구에서 전세계 대비 약 30%의 비중을 차지하는 거대한 경제공동체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보다 규모가 더 크다. 15개 회원국이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임으로써 향후 공급망 협력 강화와 투자 촉진, 역내 무역 확대 등을 통해 회원국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확장되는 FTA 네트워크

첫째, RCEP 출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경기가 침체되고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우선주의가 확산하는 가운데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자유무역주의와 다자주의 확산에 기여했으며,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블록화·지역화에 효과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회원국의 발전 단계와 경제적 요구를 고려함으로써 역내 자유무역을 통한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아시아식 경제협력모델을 제시한 것도 큰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둘째, RCEP 출범으로 역내 통일된 무역규범을 마련하고 규범 수준을 전반적으로 제고하게 되었다. RCEP은 이미 역내에 양자 무역협정이 복잡하게 존재하고 있었으며 각 협정별로 원산지 기준도 상이했으나 이번 RCEP 협정으로 통일되어 ‘스파게티 볼’ 효과를 최소화하고 기업의 편의성을 제고하게 되었다. 

 

셋째, 아세안(ASEAN) 10개국이 모두 RCEP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아세안과의 협력이 강화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특히 한국의 경우 RCEP 협정이 발효되면서 아세안과의 협력을 위한 ‘신남방 정책’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기존 한-아세안 FTA에 비해 상품과 서비스 시장에 대한 개방을 더욱 확대함으로써 향후 한-아세안 협력은 경제 분야를 넘어 사회·문화·인력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넷째, 한중일 3국간 최초로 FTA를 체결하게 된 것도 큰 의미를 갖는다. 한국이나 중국은 일본과 FTA가 없었고, 일본도 아세안이나 호주와는 경제협력협정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RCEP 협정이 체결되면서 한일, 중일, 한중일을 연결하는 첫 FTA가 체결되었다. 

 

RCEP 발효에 따른 경제적 효과

RCEP이 발효됨에 따라 회원국들은 거시경제적 편익, 선진국 시장의 수요 감소를 대체할 역내시장 창출, 서비스 부문의 경쟁력 제고, 경제협력 심화를 통한 안정적인 정치협력관계 구축과 공급망 협력 강화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CEP 발효에 따른 거시경제적 효과를 추산한 2020년 피터 페트리와 마이클 플러머의 연구에 의하면 RCEP 전체적으로 향후 10년간 실질 GDP가 0.4%(1740억 달러)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관세 철폐 외에 서비스시장 개방, 비관세장벽의 완화, 투자 활성화 등의 정성적(定性的) 측면까지 고려할 경우 경제적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RCEP의 발효는 역내 무역을 증대시켜 회원국간 공급망 협력과 지역가치사슬(RVC)을 강화하였다는 점에서도 실익이 크다. RCEP의 무역구조 변화에 대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2019)의 연구에 따르면 RCEP 회원국들의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도는 2007년 38.3%에서 2017년 40.5%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내 국가들의 글로벌 생산네트워크 편입이 확대된데 따른 결과이다. 다만 같은 기간 RCEP의 역내 가치사슬 활용 비중은 2007년 55.4%에서 2017년 48.7%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RCEP 회원국들이 글로벌 생산네트워크나 글로벌 분업에 대한 참여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GVC 참여도가 증가했지만, 이는 역내 국가와의 무역보다 역외 국가와의 무역이 더 크게 확대된 결과였다. 그러나 RCEP의 발효로 역내 생산네트워크의 효율적인 활용이 가능해지면 역외 중심으로 변화 중이던 RCEP의 가치사슬이 역내로 변화되고 개별국간 가치사슬 연계도 증가하면서 역내 공급망 협력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중일 경제협력 확대 기대

RCEP 협정은 ‘아세안 중심성(centrality)’이 강조되며 아세안에 의해 주도되었으나 경제적인 측면만 본다면 한중일 3국이 RCE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세계은행(WB)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한중일 3국은 RCEP 역내 GDP의 82.5%, 교역액의 66.8%, 인구의 69.5%를 차지하고 있다. 한중일 3국이 RCEP 내 교역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음을 고려할 때 향후 RCEP의 발전과정에서 한중일 3국의 역할과 중요성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RCEP 발효를 계기로 3국간 경제협력도 빠르게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일 3국간 FTA는 2003년 공동연구를 시작하였고, 2012년 협상이 개시되었지만 그동안 상호 입장 차이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2019년 서울에서 제16차 협상을 진행한 이후 현재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RCEP의 발효는 앞으로 3국 간 FTA의 논의를 빠르게 진행시킬 수 있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RCEP을 통해 기존에 공백으로 남아있던 한중일 간 FTA가 체결된 것과 같은 효과를 이미 거두었기 때문이다. 향후 3국 간 높은 수준의 FTA가 체결된다면 상호 보완적인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3국 간 경제는 더욱 긴밀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며, 또한 RCEP을 높은 수준의 FTA로 발전시키기 위한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RCEP의 무역구조를 보면 그동안 중국의 글로벌 생산네트워크 참여가 확대되면서 한국과 일본의 중간재가 중국으로 수출되었고, 이로 인해 3국의 RCEP 역내로의 중간재 공급 비중이 크게 증가하였다. 또한 3국은 역내국과의 교역뿐만 아니라 역외국인 미국과도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는데, 이는 한중일 3국이 지역가치사슬과 글로벌 가치사슬을 연결하는 중심축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3국간의 경제협력 심화는 중국을 매개로 역내 공급망을 강화하고 안정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RCEP과 글로벌 경제와의 연계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현재 글로벌 통상규범은 환경, 노동 등 다양한 분야의 규범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RCEP이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더 높은 수준의 FTA로 발전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단기적으로 RCEP을 높은 수준의 FTA로 발전시키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그러나 RCEP에서 경제적 중심축의 역할을 맡고 있는 한중일이 높은 수준의 FTA를 체결함으로써 역내 무역 및 경제 질서를 선도하고 역내 가치사슬의 고도화와 안정을 도모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RCEP의 발전을 선도하고 글로벌 경제와의 연계도 강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 세계인의 주목 속에서 RCEP이 발효되었다. 한중일 3국이 갈등보다는 현존하는 경제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함으로써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RCEP 발전을 위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이상훈(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사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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