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21 글|안유화(성균관대학교 금융학 교수)
한국거래소(KRX)와 중국증권지수유한공사(CSI, China Securities Index)가 공동개발한 ‘KRX CSI 한·중 공동지수’가 2021년 12월 20일 발표되었다. 이들 한·중 공동지수는 양국의 우량기업과 최근 투자자의 관심이 높은 전기차, 반도체 관련 대표기업을 대상으로 한 KRX CSI 한중 대표기업 50 지수와 KRX CSI 한중 전기차지수 및 KRX CSI 한중 반도체지수 등 총 3종이다.
2021년 5월, KRX는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SSE)와 상호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양해각서에 따르면 우선 추진과제로 상장지수펀드(ETF) 교차상장, 공동지수개발 등을 내세운 바 있다. CSI는 상하이(上海)거래소와 선전(深圳)거래소가 합작한 지수산출 자회사다. 이는 KRX와 중국 본토거래소가 처음으로 공동지수를 개발한 것이다.
확대되는 중국 자본시장 개방
중국의 경우 위안화 국제화를 2009년부터 추진해왔다. 이미 국제무역에서의 위안화 국제무역결제 비중은 2%가 넘으며 최근에는 국제 석유결제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입장에서는 자국 자본시장 개방을 확대하여 외국투자자들의 위안화 투자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한중공동지수의 개발은 그런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위안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에 상장된 한중공동지수 혹은 중국에 상장된 한중공동지수에 투자함으로써 관련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확보한 위안화 자금을 운영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한·중 공동지수는 KRX와 CSI가 자국기업을 대상으로 각자 지수를 산출한 후, 양 지수를 50대 50의 동일한 비중으로 결합하는 인덱스 간 결합방식(Index of Index)으로 산출됐다. 국가별 비중은 50%씩 동일하나, 각국 지수 내 종목의 편입비중은 유동시총에 따라 결정된다.
한중50지수는 두가지 하위지수인 중국증권블루칩25지수와 KRX블루칩25지수로 구성된다. 하위지수의 구성 종목은 각각 상하이 및 선전시장과 한국 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 25개 상장사로 이뤄지게 된다. 구성 종목별 가중치는 동일하다.
한·중 공동지수의 구성을 보면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자의 관심이 높고 장래 성장성이 큰 기업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KRX CSI 한중 대표기업 50지수는 각국의 산업별 시가총액 상위 2개 종목을 우선 선정하는 등 각국을 대표하는 우량기업 25종목씩 총 50종목으로 구성됐다.
시총 상위종목(한국 50위, 중국 100위) 중에서 한국 10개 산업별, 중국 11개 산업별로 각각 선정했다. 지수는 삼성전자, 네이버, 구이저우마오타이주(貴州茅台酒), 닝더스다이(寧德時代) 등 한·중 양국의 대표 우량기업으로 구성돼 다양한 산업과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S-Oil, LG화학, POSCO, 핑안(平安)보험, 닝더스다이, 메이디(美的)그룹, 중국석유(中國石油) 및 구이저우마오타이주를 사고 싶으면 그냥 KRX CSI 한중 대표기업 50지수 ETF를 매입하면 된다. 구이저우마오타이주는 중국 최대 주류제조기업으로 상하이거래소 시총 1위다. 닝더스다이는 세계 최대 배터리기업으로 선전거래소 시총 1위다.
KRX CSI 한중 전기차지수는 중국증권 신에너지자동차15지수와 KRX 신에너지차량15지수(가칭) 등 두가지 하위지수로 구성된다. 이들 하위 지수는 양국에서 상장된 전기차 완성업체 및 배터리 소재 장비업체 중에서 시가총액 상위 15종목씩 총 30개 종목으로 이뤄진다.
마찬가지로 종목별 가중치는 동일하다. KRX는 지수에 편입된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닝더스다이, 비야디(比亚迪), CALB, SK On 6개 배터리사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73.4%(2021년 10월 기준)로 향후 글로벌 배터리 산업을 대표하는 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중국은 모두 글로벌 배터리 생산 강국이기 때문에 위 두개 지수는 글로벌 시장의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KRX CSI 한중 반도체지수는 CSI 반도체15지수와 KRX 반도체 Top15지수로 이뤄진다. 반도체 산업 밸류체인에서 각국의 시가총액 상위 15종목씩 총 30종목으로 구성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내 기업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중국은 비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육성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높은 중국기업과의 시너지가 예상되어 지수성장률도 긍정적으로 보일 전망이다.
양국 자본시장 교류의 확대 계기
이번 공동지수가 한중간 최초 지수 공동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갖는 상징성이 클뿐만 아니라 ETF 등 다양한 금융상품의 기초지수로 적극 활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양국의 투자자들은 상대국의 우량기업에 낮은 비용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양국 간 자본시장 교류가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2021년 11월 한국 국내 상장 ETF 개수는 2002년 ETF 시장 개설 이후 19년 만에 500개를 넘어서는 등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대 ETF 시장으로 성장했다. 2002년 3444억원에 불과하던 순자산 총액도 2021년 5월 28일 사상 최고(62조원)를 기록하며 19년 만에 180배 증가했다. 일평균 거래 대금은 초창기 300억원대에서 2021년에 들어 3조1741억원으로 100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한국 국내 상장된 해외주식형 ETF에 유입되는 자금의 규모가 확대되는 가운데 중국 ETF의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 ETF 운용자산(AUM) 규모는 2020년 말 1조3400억원에서 2021년 11월까지 4조8100억원으로 259% 증가했다. 이에 중국시장에 대한 투자수요를 충족하고 양국의 대표기업 및 신성장산업에 동시에 투자할 수 있는 한·중 공동지수는 시장의 관심이 뜨거운 테마 및 우량주 위주로 구성된 만큼 기관투자자들 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다.
양국 양해각서에 의하면 ETF 교차상장을 추진하기로 되어있는데 구체적으로 상대국 ETF에 100% 투자하는 자국 ETF를 자국 증시에 각각 상장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중국 ETF에 100% 투자하는 한국 ETF를 코스피에 상장, 중국 ETF가 한국내 증시에 상장한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다른 ETF들과 마찬가지로 해당 ETF도 코스피에 상장된다. 현재 한국내 자산운용사 중 일부가 중국 ETF의 교차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양국 공동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2022년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경우 지수 발표 6개월 이후부터 상장이 가능해 적어도 6개월 이후에나 나올 것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지수산정 이후 15 영업거래일 이후에 ETF 출시가 가능하다. 만약 한국 〈자산운용사가 먼저 상장할 경우 2022년 1, 2분기 중 ETF가 출시될 수도 있다.
새로운 ETF 상품이 생긴다는 것은 신규 자금유입이 가능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해당 종목들에게는 호재임이 틀림없다. 이들 종목 중 저평가된 종목들 중심으로 큰 상승이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또한 한국내에 기존 홍콩/ADR 종목 편입 비중이 높았던 중국 블루칩, 테마 투자가 중국 본토 중심으로 선택지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 또한 한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매매 편의성이 낮았던 중국 본토 반도체, 전기차 관련 종목(상하이 커촹판〈科創板〉, 선전 창예판〈創業板〉 편입군)이 포함되어 한국 종목과 함께 동반투자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는 앞으로 한국 산업경쟁 향상은 물론 외국인 수급 롱숏 부담이 높아지는 한중 반도체, 전기차 종목 동시투자를 통해 헤징 효과도 상존한다. 초기 한국 국내는 ETF 등의 출시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중국의 경우 홍콩 일변도이던 적격국내기관투자자(QDII) 기관의 한국 투자 관심 증대 효과도 기대가 되며 위안화 국제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글|안유화(성균관대학교 금융학 교수)